
[루키] 이승기 기자 = 버스 요금과 지하철 요금이 올랐다. 물가도 오르고 다 오른다. 우리네 월급만 빼고.
그런데 최근 폭발적인 연봉 인플레이션을 기록 중인 직장이 있다면 믿겠는가? 그 직장은 이제 '꿈의 직장'을 넘어 '신의 직장'이 됐다. 전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 美 프로농구 NBA 이야기다.
Money Ball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슈퍼스타, 앤써니 데이비스(208cm, 파워포워드)는 이제 만 22세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펠리컨스와 5년간 1억 4,500만 달러 규모의 연장계약에 합의하며 돈방석에 앉았다.
이 금액은 NBA 역사상 최고 연봉총액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종전 기록은 2005년 코비 브라이언트가 세운 1억 3,600만 달러였는데, 이는 7년에 걸친 계약이었다. 반면 데이비스는 단순 계산시 5년 동안 연 평균 2,9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연봉을 수령하게 된다.
데이비스의 연봉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쉬운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 데이비스가 5년 동안 받을 총액을 한화로 바꾸면 무려 약 1,620억 원. 데이비스가 앞으로 하루에 100만 원씩 매일 쓴다고 가정할 경우, 연봉총액을 모두 소진했을 때 데이비스의 나이는 465세(!)가 된다.
물론 세금과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어쨌든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만큼 데이비스의 연봉이 천문학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향후 NBA의 연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샐러리캡, 얼마나 오를까
향후 NBA 샐러리캡 인상폭 예측
2014-15시즌 6,310만 달러
2015-16시즌 6,710만 달러
2016-17시즌 8,900만 달러
2017-18시즌 1억 800만 달러
※ 2016-17시즌부터 ESPN/TNT와의 새로운 중계권 계약 발효
위의 표를 보면, 2016-17시즌을 기점으로 샐러리캡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NBA가 ESPN/TNT와 무려 9년 간 24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하는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2015-16시즌 만료되는 현행 중계권료는 연간 약 9억 3천만 달러. 그런데 2016-17시즌부터는 해마다 약 26억 6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중계권 수입을 얻게 된다. 즉, NBA가 기존의 세 배 가까운 수익을 창출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현재 NBA 사무국은 BRI(Basketball Related Income, 농구관련수입) 총액의 약 50%에 해당하는 규모를 샐러리캡으로 책정하고 있다. 즉, 새로 따낸 천문학적 액수의 중계권 계약 덕분에 2016-17시즌부터는 샐러리캡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신의 직장이 된 NBA
이것이 바로 갑작스러운 NBA 연봉 인플레이션의 진짜 이유다. 리그 수익이 늘면서 샐러리캡도 높아졌고, 그만큼 선수들이 챙길 수 있는 몫이 커진 것이다. 이번 오프시즌은 그러한 흐름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갑작스러운 연봉 폭등에 당황하고 있는 것은 구단 혹은 선수들이 아니라 우리 같은 팬들이다. 실제로 르브론 제임스는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2014년 여름, 클리블랜드와 장기계약 대신 1+1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많은 구단들 역시 이에 대비하여 샐러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작업을 오래 전부터 했다.
이번 오프시즌 자유계약 현황을 보자. 애런 베인즈가 3년간 2,000만 달러를, 마르코 벨리넬리가 3년간 1,900만 달러를 받는다. 이제 벤치에서 15분만 뛰어도 연봉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니 그린(4년 4,500만 달러), 테디어스 영(4년 5,000만 달러) 등 롤 플레이어들이 지난 시즌 MVP 스테픈 커리(4년 4,400만 달러)보다 많은 연봉을 받게 된 것 또한 결코 놀랍지 않다. 연봉 인플레이션 시대의 과도기가 가져온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농구가 최고?
얼마 전, 국내외 언론에서 "NBA의 인기가 MLB를 추월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MLB 시청층은 갈 수록 고령화 되어 가는데 반해 NBA는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체 매출 또한 NBA가 MLB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4-15시즌 연간 영업이익에서 NBA(7억 1,000만 달러)는 MLB(2억 9,000만 달러)를 크게 앞섰다. 또, 2013-14시즌 경기당 영업이익을 보면, NBA는 약 844만달러, MLB는 약 376만달러를 기록했다. NBA가 MLB보다 한 경기당 두 배 이상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NBA가 미국 내 2등 스포츠(1등 NFL은 '넘사벽'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리그가 '아직도' 끝없이 성장하고 있고, 선수들의 연봉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미국 내 스포츠 유망주들이 모두 농구를 택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어떤 스포츠와 비교해도 가장 큰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 100년간 미국농구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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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