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KBL의 이번 FA시장은 유난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대어급 선수의 이동과 사전접촉 의혹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창원의 이민호’에서 DB의 새로운 중심이 된 김종규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김상규 또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원 소속구단인 전자랜드의 제시액도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나온 김상규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마주했던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전력으로 가세하게 됐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FA, 처음 경험한 챔피언결정전
박지영(이하 '지영'): 이리저리 변화가 많은 시즌이네요. 그중 가장 큰 변화는 팀을 옮긴 게 아닐까 싶은데요?
김상규(이하 '상규'): 맞아요. 아무래도 전자랜드에 있을 때 자리를 못 잡았던 것 같고 FA때는 출전시간이 있는 팀으로 가고 싶었는데, 액수가 너무 크다 보니까... 저를 원하는 팀이 없을 줄 알았어요. 불안하더라고요. 돈 때문이 아니라, 멀리 보고 제 미래를 생각했을 때 팀을 나가는 것이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결정이었는데... 이렇게 저를 원하는 팀이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해요.

지영: 마음고생이 많았겠네요? 
상규: 네. 결혼도 했는데 ‘이렇게 은퇴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가장으로서의 압박이 좀 심했죠.

지영: 누가 힘이 되어줬나요?
상규: 친구들이나 가족들, 와이프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를 원하는 팀이 한 팀은 있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영: 어떤 선후배에게 마음을 많이 털어놨나요?
상규: (박)찬희 형이랑 이야기 많이 했고, (차)바위랑도 친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더 잘 될 거라고 해주더라고요. 

지영: 결국 본인을 원했던 팀이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모비스였어요!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상규: 좋았죠. 아무래도 우승도 제일 많이 해본 팀이고, 워낙 잘하는 형들도 많아서 ‘내가 이 팀에서 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우승팀에 가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부담이 많았어요. 

지영: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현대모비스를 직접 상대해 봤기 때문에 팀에서 나의 롤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상규: 아무래도 (문)태종이 형이 은퇴했기 때문에 그 빈자리 채워야 할 것 같고, 수비적인 면에서도 상대 에이스들 많이 막아서 다른 형들 힘들 때 많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영: 전자랜드 시절 현대모비스를 상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었나요?
상규: 모비스는 승부처애서 확실한 공격 방법을 갖고 있어요. 탑에서 2대2를 많이 하더라고요. (양)동근이 형이랑 (이)대성이도요. 팀이 포스트가 강하니까 포스트에서 나오는 슛이나 돌파 같은 것들도 강점이고요. 한마디로 약점이 없어요. 어디 한군데가 막히면 다른 한군데가 뚫린다고 해야 하나? 정말 상대편으로 막기 힘든 팀이에요.

지영: 지난 시즌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챔프전도 진출하고.
상규: 항상 매 시즌 끝나고 나면 아쉬운 마음이 더 커요. 하지만 막상 시간을 돌려서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또 그게 안 될 것 같긴 하지만요.(웃음) 이번에는 팀도 새로 옮겼으니 아쉬운 점들을 반복하기 싫어요. 

지영: 아쉬운 점은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가요?
상규: 아무래도 자신감 없이 했던 부분? 

지영: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작년의 김상규 선수는 꽤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준 것 같은데요?
상규: 아무래도 선수다 보니까 출전시간을 확실하게 부여받지 못했던 점은 힘들었죠. 저는 항상 ‘농구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들어가던 안 들어가던 자신 있게 슛을 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슛이 한두개 안 들어가면 자신감을 잃고 벤치로 빠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자꾸 머뭇거리게 되더라고요. 이게 저에게는 정말 마이너스였죠. 출전시간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고요.  

지영: 그래도 챔프전 경험은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상규: 맞아요.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 보다 더 거칠고, 파울 콜도 잘 나오지 않았었거든요. 챔프전은 더 그렇더라고요. 관중들의 열기도 더 뜨거웠고, 그만큼 더 설랬어요. 몸을 풀 때부터 꽉 차있는 관중석을 보면 마음이 벅차더라고요.

지영: 어느덧 중고참이네요. 프로와서 ‘농구’를 대하는 자세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상규: 제가 했던 농구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후배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만큼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잘하든 못하든 간에 농구에 대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김상규의 학창시절
지영: 농구는 언제 시작했어요?
상규: 중학교 1학년 때요. 원래 축구를 하려고 했어요. 초등학교 때 축구 선수 제의가 와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운동선수는 힘들다며 반대하시더라고요. 그 후에 그냥 취미로 농구를 했어요. 친구랑 둘이 방과 후에 항상 하루에 2-3시간씩? 어느 날 체육 부장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셨는지 농구 테스트 받으러 가자고 제의를 하시더라고요. 중학교 진로를 결정하기 직전이었거든요. 

지영: 그때도 키가 컸나요?
상규: 아뇨. 그때는 눈에 띌 정도로 크진 않았어요. 그런데 체육부장 선생님이 제가 키가 많이 클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결국 친구는 떨어지고 저만 붙었어요. 신기하게 부모님도 농구는 반대를 안 하셨고요. 운명이었나 봐요.

지영: 농구 시작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나요?
상규: 엄청 많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모두 한 번 씩은 고비가 왔어요.(웃음) 제가 운동 ‘복’이 많다고 해야 하나? 많이 뛰는 팀들을 많이 갔거든요.

지영: 복.... 맞죠?
상규: 남들은 그러더라고요. 너는 뛸 운명이라고. 하하하. 진짜 엄청 뛰었어요. 그렇게 너무 힘들 때 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라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지영: 그때는 누구한테 털어놨어요? 부모님?
상규: 아뇨. 부모님에게는 아프거나 그런 얘기를 전혀 안했어요. 떨어져 있다 보니까 항상 걱정하시더라고요. 같은 방 후배들이랑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지영: 반대로 내가 농구하기 잘했구나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상규: 성적이 잘 났을 때! 이겼을 때의 쾌감! 짜릿함! ‘이래서 운동선수를 하는구나’라고 느껴요. 물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죠.

지영: 프로에 와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나 후회되는 부분이 있나요?
상규: 1년차 때는 감독님께서 저를 많이 키워주시려고 했어요. 출전시간도 많았었죠.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농구가 잘 될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어요. 항상 1,2라운드는 잘 뛰었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죠. 부상에서 복귀했을 때는 몸이 예전 상태가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자신감도 떨어지더라고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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