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에세이 ‘단편’(斷片/短篇)  
| 3점슛 몰아 공격 앞으로!
| 남녀 프로 감독·코치 두루 지낸 22년의 근면왕

[루키=박진호 기자] ①편에 이어..

#4
그가 프로팀 감독으로서 첫 도전에 나섰던 팀은 KB였다. WKBL에서 유일하게 우승이 없었던 KB는 2018-19시즌, 드디어 감격의 V1을 달성했다. 강아정을 비롯한 KB의 우승 주역들은 이후 부산 사직체육관을 찾아 플레이오프에 나선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KB는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팀이지. KB가 우승을 했을 때 나는 우리 팀 플레이오프에 집중을 하고 있어서 감회가 더 크거나, 새롭거나 그렇진 않았거든. 그럴 새가 없었던 거지. 하지만 우승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던 건 맞아. 선수들이나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도 떠올랐고. 특히 윤종규 회장님이 생각났어.”

윤종규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KB금융지주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17년까지는 KB국민은행의 은행장도 겸임했다. 2016년까지 KB를 이끌었던 그에게 윤종규 회장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었다.

“참 온화한 모습이지만 사실 승부욕도 대단하시거든. 정말 간절하게 팀의 우승을 바란 사람 중 한 분이셨는데, 이제 좀 그 마음이 풀리시지 않았을까 해. 내가 KT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도 문자를 보내서 축하까지 해주셨거든. 팀을 떠나고 꽤 시간이 흐른 다음인데도 그렇게 챙겨주신 것에 정말 감사했고, 놀라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실지 몰랐어.”

그가 팀을 떠난 그 해, KB는 신입선수선발회에서 박지수를 얻었고 3년의 시간이 흘러 우승을 차지했다. 높이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KB를 양궁 농구의 명가로 만들었던 그에게 박지수와 함께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진 않았을까?

“(박)지수는 국가대표에서도 같이 해봐서 정말 좋은 선수라는 걸 알지. 그런데 지수를 뽑은 건 안덕수 감독의 운이고 복이야. 지수가 정말 적은 확률을 뚫고 KB에 뽑힌거잖아? 내가 계속 감독이었으면 지수를 못 뽑았을 거야.”

#5
2018-19시즌을 앞두고 그가 KT의 감독을 맡았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4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KT의 반등을 이끌기에 그는 남자농구에서 너무 오랫동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고려대의 감독을 잠깐 맡았지만, KBL 무대는 고양 오리온의 코치 시절이었던 2013년 이후 5년만이었다. 

외국 선수 선발 후 우려는 더 커졌다. 그는 KBL 감독의 시작을 함께할 외국 선수로 마커스 랜드리와 조엘 헤르난데즈를 선택했다.

장신 선수인 랜드리는 인사이드보다 외곽 의존도가 높은 선수이며, 단신인 헤르난데즈는 기량 면에서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국내 선수 구성에도 물음표가 많았던 터라 KBL 감독으로 데뷔 시즌을 치르는 그에게 주어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즌 시작부터 KT는 돌풍의 중심에 섰다.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치며 단독 2위에 올랐다. 헤르난데즈를 2경기 만에 교체하는 강수를 두었고, 대체 선수로 영입한 데이비드 로건은 좋은 활약으로 보답했다. 

‘감독 서동철’에게 드리워졌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고, 불과 몇 경기 만에 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 됐다.

“KT하고 계약할 때 ‘그래도 플레이오프는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서 계속 성장하는 팀을 만들어 달라’는 당부도 있었어. 젊은 선수들과 소통을 하면서 잘 이끌어달라고 했지. 개인적으로 여기에 홈 승률을 최대한 높이자는 목표가 있었어. 이왕이면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는 나만의 목표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KT는 최소한 시즌 전에 목표한 것은 모두 이뤘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허훈 · 양홍석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눈부셨다. 오랜 만에 부산 팬들이 농구의 재미를 만끽했다. 하지만 부임 1년 만에 이런 결과를 이끈 감독에게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성적은 당연히 아쉽지. 플레이오프를 갔으니 목표를 달성한 건 맞아. 하지만 우리가 시즌 초반에 2위까지 올라갔고,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4위를 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6위로 마쳤잖아. 그런 면에서는 만족스러웠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아쉬움이 있지. 로건이 정말 잘 해줬는데 부상으로 교체된 게 아쉬워. 솔직히 스포츠에서 ‘가정’만큼 의미 없는 게 없겠지만, 그래도 로건이 다치지 않고 계속 함께 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야.”

6강 플레이오프에서 LG를 만난 KT는 창원에서 열린 첫 두 경기를 간발의 차로 놓쳤다. 부산에서 이어진 두 경기에서는 오히려 완승을 거두며 리버스 스윕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다시 창원으로 장소를 옮겨 벌어진 5차전은 20점차로 패하며 시즌을 마쳤다. 전반에 폭발적인 3점슛을 앞세워 흐름을 잡았었기에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 법하다.

“쎄~ 하다고 할까? 5차전 전반이 끝났을 때 마음이 그랬어. 우리가 전반에 3점슛이 너무 잘 들어갔거든. (저스틴) 덴트몬이 넣은 3점슛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들어갈 게 아닌 슛도 들어간 게 있었어. 그런 식으로 3점슛이 터져줬으면, 흐름을 잡았어야 하는데 전반이 끝났을 때 4점을 앞선 게 전부더라고. 나올 수 있는 게 다 나왔는데도 이 정도면 후반에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불안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지... 뭐, 결국은 내가 부족했던거야.”

#6
그는 ‘재미있는 농구’를 말하며 ‘공격 농구’를 언급했다. 농구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팬들에게 조금 더 큰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농구를 펼치는 게 맞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도 공격적인 농구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양궁 농구’다. 

그는 KB를 맡았던 시절에도 양궁 농구를 특화한 바 있다. 그리고 2018-19시즌의 KT 역시 파상적인 외곽슛을 자랑했다. 

그는 항상 “높이를 무시해서 외곽 위주의 농구를 하는 게 아니”라며, “센터 농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나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해왔었다. 그러나 긴 시간이 흘러, 이제야 간증을 시작했다.

“내 색깔이 이건 거 같아. 선수 시절에 내가 슈터였던 것도 이유인 것 같고. 나는 농구에서 3점슛이 갖는 파괴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지금은 미국도 예전처럼 ‘확률 농구’만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농구를 하는 팀들이 우승을 하잖아. 그런 걸 보면 내 농구가 아주 엉뚱한 농구는 아니지 않아?”

과거 KB는 물론 지난 시즌 KT 역시 경기를 마치고 나면 2점슛보다 3점슛 시도가 많았던 경기가 있었다. 3점슛의 가치를 강조하는 입장의 그였지만 이런 형태의 경기에 대해서는 ‘비정상’이라고 못을 박았다. “3점슛을 강조해서 슛 연습도 꾸준히 시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3점슛의 시도 자체가 2점슛보다 많은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수비를 언급했다.

“우리 팀 문제는 수비지. 아... 정말 수비에 문제가 많았어. 그런데 우리 팀이 훈련을 하면, 결국 공격보다는 수비 훈련을 많이 하거든? 그런데도 수비에서 문제가 계속 생기더라고...”

수비에서의 약점을 극복할 방법과 비장의 카드는 갖고 있는걸까?

“사실 수비는 훈련량과 강도를 높이면 그만큼 잡혀가기는 해. 반복을 해서 확실하게 주입을 할 수 있으니까 효과는 분명히 있어. 그런데 내가 KT에 부임하고 나서 강압적으로 팀을 이끌지는 않았거든. 운영방식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 내가 방법을 찾을게. 내년에도 수비가 지난 시즌 같으면 안 되지! 수비는 어떻게든 확실히 끌어 올려야 해! 한 번 만들어 볼게!”

#7
그를 만난 날은 FA 협상 다음날이었다. 마지막 날 김영환, 김윤태를 잡고 다소 홀가분한 표정을 보인 그는 한참 시끄러웠던 김종규의 사전 접촉 논란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당연히 관심이야 있었지. 그런데 우리가 먼저 뭘 한 건 정말 없어. 그리고 LG하고 결렬된 금액이 어마어마하잖아. 우리는 샐러리캡에 여유도 없어서 (김)종규한테 제안도 못해.”

꾸준히 3점슛을 외쳤던 그는 “다음 시즌에는 센터 농구 좀 해보려고 했더니 종규도 못 잡고, 외국 선수도 1명 출전밖에 안 되서 마음대로 안 될 것 같다”며 짐짓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종규도 우리 팀 왔으면 3점슛 많이 넣었을 텐데. 대학 때는 던지지 않았나”고 말하며 다시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트레이드와 신인 지명으로 인해 팬들의 원성을 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일관했지만, “나도 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은 선수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도 능력이 있고 좋은 선수들”이라며, “다음 시즌에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믿음을 나타냈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지도자. 경기 중 작전 타임을 부른 후 자신이 실수했다며 선수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 속에, 먼저 다가서고자 하는 그의 노력을 알 수 있다. 소통을 강조하는 그는 자신이 먼저 다가서고 보여주지 않으면 선수들도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며 융통성 있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러나 항상 휘어지기만 하지 않는다. 관철시켜야 할 부분과 양보할 부분에 대한 구분도 확실하다. 분명 고집쟁이기도 하다.

“뭐, 우리 팀은 3점슛을 못 던지면 경기 못 뛰는 거지. 하하. (김)현민이도 3점슛을 던지겠다고 하더라고.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그런거야. 대학때는 좀 던졌다고 하던데? 솔직히 난 아직까지 현민이 3점슛이 들어가는 걸 못봤는데, 내가 안 볼때는 다 들어간다고 우기더라고. 시킬 거냐고? 연습하라고 했어. 비시즌 때 결과를 보고, 괜찮으면 당연히 던지라고 해야지.”

몇 년 전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그에게 지도자로서의 농구 철학을 묻자, “어느 정도 생각은 있지만 그걸 철학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그런 부분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남자농구와 여자농구를 모두 균형 있게 거친 그는 그러나,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했고, 이제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믿음도 확실하게 구축한 느낌이다. 

외곽 농구는 재미있다. 그러나 슛이 터질 때에 이야기다. 전염병처럼 야투가 빗나가면 고구마 500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경기 내내 이어진다. 따라서 기복도 심하다. 명확한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시즌 KT도 그랬다. 폭발적인 외곽슛이 터질 때는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줬지만, 슛 난조 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경기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에 보완 방법을 만드는 것이 이제 그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재미가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격은 인기를, 수비는 승리를 가져다 준다’는 속설이 정설인 것이 스포츠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를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부임 첫 해, 팀이 세웠던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 두 번째 시즌의 목표는 조금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내년 이맘때 그는 과연 2년 연속으로 “미션 클리어”를 외칠 수 있을까? 젊고 공격적인 그의 농구가 회복의 기미를 보인 부산의 농구 인기에 불을 지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6월호 내용을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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