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 삼성생명 훈련 체험 뒤 열흘정도 몸살을 앓았다. 밖을 나갈 때마다 허벅지가 아파 고통스러운 나날이 이어졌다. 체험은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인생은 알 수 없다. 일회성에 그칠 것 같았던 일일체험은 예상과는 다르게 이번 달에도 이뤄졌고, 심지어 1박 2일 체험으로 바뀌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은 강원도 태백의 고지대에서 말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티 없이 맑은 날씨, 그러나 복잡한 마음

KB는 7월 9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태백과 정선, 영월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통상 ‘태백 전지훈련’이라고 부르지만, 이번 훈련에서 실제로 사용한 숙소와 체육관은 모두 정선에 있었다. KB는 이틀 훈련 뒤 하루 휴식하는 스케줄을 소화했다. 

KB 선수단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짐이 많았기 때문. 숙소 근처 체육관에서 오전 훈련을 진행했지만, 많은 운동기구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지하철과 도보로 이동해야 했던 지난 삼성생명 훈련 체험과는 달리 이번에는 KB 선수단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번 체험 때 “환승역에서 쥐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KB 측의 배려였다.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유일한 핑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다. 사실 전날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했다. 신께서 기도를 잘못 알아들으신 듯했다. 나름 기우제였는데, 오히려 구름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 강원도 지역은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기분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느껴졌다. 흡사 훈련소로 이동하는 버스에 탔다는 착각도 들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구토, 지옥의 서킷 트레이닝

체육관 도착 후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패치 증정식. 선수들을 대표해 김가은이 ‘KB스타즈’ 패치를 가슴에 붙여줬다. 일일 선수라는 뜻이었다. 이후 KB 측은 정말 선수처럼 대접해줬다. 구단 관계자가 선수들이 마시는 비타민을 물과 스포츠음료에 직접 타줬다. 

막상 화면으로만 보던 노란색과 분홍색 음료수를 받았다.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하기 전 맛을 보았다. 예상외로 음료수가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비타민을 흡수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히 스트레칭. 그러나 단체로 함께 몸을 풀지는 않았다. 자율이었다. 선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능숙하게 혼자 몸을 풀었다. 매트로 안내받은 뒤 어리둥절한 이유였다. 몸을 어떻게 푸는지 몰라 주변을 쳐다봤다. 결국 옆에 있던 김한비의 동작을 베끼기로 했다. 김한비를 따라 하다 보니 벌써 땀이 났다. 

몸이 풀렸다는 게 아니다. 이미 지쳐버렸다. 이후 약간의 스텝 운동을 한 뒤 본격적으로 오전 훈련이 진행됐다.

서킷은 다양한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몸싸움 훈련, 무거운 공 던지기, 연속 점프, 스프린트 위드 레지스턴스(sprint with resistance), 스케이터, 사이드 스텝 온 박스(side step on box), 로프 운동 등이 한 세트다. 선수들은 두 명씩 짝을 지었다. KB 측은 “농구에 필요한 다양한 근육들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코어와 순간 스피드, 파워, 밸런스 등을 골고루 발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 파트너는 이소정이었다. 이소정의 동작을 자세히 관찰한 후 동작을 따라 했다. 로프 운동과 몸싸움 훈련은 나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연속 점프’부터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상하좌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소정과는 달리 나는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여러 차례 넘어질 뻔했다. 민망함이 몰려왔다. 박지은 트레이너는 “몸의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친절하게 말로 뼈를 때렸... 아니... 설명해줬다. 

가장 무시무시한 코스는 바로 ‘스프린트 위드 레지스턴스’였다. 선수들이 먼저 몸을 줄에 묶으면 지원 스태프가 그것을 뒤에서 잡는다. 선수들은 스태프들의 힘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KB 관계자는 “이 훈련은 순간 차고 나가는 힘과 코어, 전력 질주 능력 등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소정과 임주리가 저항을 이겨내고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먼저 지켜봤다. 둘은 정말 가볍게 했다. ‘뒤에서 조절을 해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아무리 힘을 쓰고 달려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숨을 자연스레 헐떡거렸고, 결국 지쳐서 쓰러졌다. 

이 훈련으로 한 세트가 끝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뱃속이 이상했다. 갑작스러운 격한 운동으로 속이 메스꺼워졌고,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가야 했다. 결국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하기 전에 먼저 마신 비타민도 이때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김한비가 “사실 선수들도 서킷 트레이닝 중 스프린트 훈련을 가장 힘들어한다”며 위로를 건넸다. 

잠깐의 소동 이후 두 번째 세트를 시작했다. 출발은 다시 ‘스프린트 위드 레지스턴스’였다. 또 몸에 줄을 묶었다. 여전히 속도는 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훈련을 마침과 동시에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다시 아침 메뉴와 비타민 음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차례에 걸쳐 속을 모두 비웠다.

하지만 훈련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잠시 회복하는 시간을 보낸 뒤 몸싸움 훈련으로 복귀했다. 이영현 코치는 자신이 들고 있던 운동 기구를 이소정에게 넘겼다. 직접 선수들의 몸에 부딪혀보라는 의미였다. 정말 열심히 했다. ‘요령 피운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소정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변했다.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였다. 마치 ‘이 아저씨 뭐야?’라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저 열심히 한 것뿐인데 이소정을 자극하고 만 것이다. 결국 ‘화가 난’ 이소정이 힘껏 몸을 부딪쳤다.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화난 이소정의 표정을 본 채로 서킷 트레이닝이 끝났다. 이 훈련이 끝난 뒤 얻은 것은 갈비뼈 통증뿐이었다.

농구 전술 훈련 체험

서킷 트레이닝 뒤에는 농구 전술 훈련이 이어졌다. 사실 이 훈련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KB 측은 친절했다. 일일 선수에게 프로 선수들과 농구공으로 훈련할 기회를 제공했다. 결국 선수들에 섞여 원치 않게 전술 훈련을 받았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레이업이었다. 자신 있게 림을 향에 점프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공은 모두 림을 벗어났다. 그동안 단독 레이업 놓친 선수들을 비판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후 삼각 패스도 함께 했다. 그동안 코트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훈련을 드디어 해보게 된 것이다. 처음엔 많이 버벅거렸다. 심지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공을 놓치기도 했다. 팀의 고참급 선수인 김수연에게 호출을 당했다. 그는 친절하게 방법과 움직임을 설명해줬다. 마치 선배가 후배를 불러 천천히 지도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농구 선수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팀 훈련에 방해를 주는 꼴을 묵과할 수 없었나보다. 

아무튼 이러한 도움으로 곧 패스 훈련에 적응할 수 있었다. 선배가 후배들에게 코트에서 직접 조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된 순간이다. 

패스를 받아 빠른 타이밍에 미들슛을 쏘는 연습도 했다. 한 선수가 타이밍에 맞게 패스를 하면, 다른 한 선수가 자리를 잡고 곧바로 슛을 쏘는 훈련이었다. 선수들은 자연스레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2번이나 미들슛에 성공했고, 마음속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었다. 속공 훈련과 스크린을 활용, 패턴 연습, 리바운드와 박스아웃 훈련 등 어려운 훈련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초심자가 아무 생각 없이 동참했다가는 전체의 훈련을 망가뜨리게 된다. 결국 스스로 빠져나와 훈련을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달리기 등 기초적인 훈련에만 가끔 참여할 수 있었다. 

오전 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선수들은 자유투 라인에 섰다. 선수들의 자유투 훈련이 이어졌다. 눈치껏 다시 줄을 섰다. KB 선수들은 자유투에 성공하면 박수를 두 번, 실패하면 박수를 한 번만 쳤다. 또 자유투 성공이 아닌 실패 개수를 셌다. 드디어 차례가 됐다.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어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국 6차례에 걸쳐 4개의 자유투에 성공했다!!!

자유투 훈련을 마치자 안덕수 감독이 선수들을 하프라인으로 불러 모았다. 훈련 종료 예정 시간이 훌쩍 넘었기에 그대로 종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안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일부 선수들이 자유투에 여러 차례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왜 훈련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느냐”며 선수들을 나무랐다. “자유투 성공은 집중력과 연결된다. 훈련이든 경기 중이든 항상 집중해야 한다”고 큰 소리로 강조했다. 

순간 ‘운동 능력 없는 기자도 자유투에 성공하는 데 선수들이 실패하면 어떡하냐’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후회는 이미 늦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눈치가 없는 성공이었다.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느낀 채 코트를 빠져나왔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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