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①편에 이어...

벤치 멤버, 더 큰 인생의 꿈을 품다
지영: 1군 무대에서는 코트에서 뛰는 것 보다 지켜보는 경우가 더 많았을 텐데. 벤치에서는 주로 어떤 생각을을 했어요?
원혁: 1년차 때는 ‘나도 기회를 받으면 잘 할 수 있는데 왜 기회를 안 주실까’같은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엔 기회를 안준다는 생각보다 ‘내가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녁 늦게라도 웨이트장에서 운동하고, 오전 운동을 쉬어도 운동하고요. 그렇게 준비를 해가면서 기회가 주어지면 더 잘 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시합을 많이 안 뛰었는데도 감독님께서 믿고 써주셨던 것 같아요. 

지영: 성격이 꼼꼼하죠?
원혁: 그렇지도 않아요.(웃음) 신경 쓰거나 생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못했을 때 ‘아~ 왜 못했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못했나보다’, 잘했으면 ‘잘했나보다’하고 넘기는 편이에요. 그런데 목표를 정해놓으면 꼭 이뤄야 하는 성격이기는 해요.

지영: 인생에 대한 목표도 확실하게 세워놨더라고요. ‘은퇴 후 코치를 하겠다’라는 것도요. 일단 당장 상무는 못 가게 됐지만 지금의 목표는 어떤가요?
원혁: 상무 가는 건 늦춰진 거지 변한 건 없어요. 사실 지금까지를 봤을 때 제가 세워 놓은 목표보다 세배 이상은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때에는 ‘연봉 1억은 받아보고 은퇴해야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지영: 벌써 이뤘네요!?
원혁: ‘순식간에 해버렸네’라고 생각 했어요. ‘내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잘하기는 했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농구에 대해 조금 더 욕심이 생겼어요. 사실 어느 정도 위치를 잡으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한번 쯤 더 우승도 해보고 싶고, 이름을 들으면 딱 아는 선수가 되어야 은퇴를 해도 후회 없을 것 같아요.

지영: 벌써부터 은퇴 이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네요?
원혁: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부상 같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만두면 ‘이렇게 해야 겠다’라는 걸 항상 생각해 놓고 있어요.

지영: 지금 가장 중요한 목표는 뭔가요?
원혁: 다음시즌 우승이요.

지영: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말해줄 수 있나요?
원혁: 일단 다음시즌에 우승하고, 다음은 무조건 군 문제를 해결 해야 하니 ‘상무’에 가야겠죠? 상무에 가서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제대 후 팀에 잘 적응해서 좋은 성적을 잘 내는 게 일단은 계획입니다. 음... 그 이후 다음 FA때 대박 나는 거?

지영: 상무 떨어진 건 속상하지 않았나요?
원혁: 이미 정해진 일이라 속상해 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다시 뽑는다고 했을 때도 다시 지원하지 않았어요. 1년 더 하고 지원하면 되니까요. 사람들이 걱정 하길래 오히려 제가 “나는 가드가 아니라 수비수인데, 포지션을 D로 하나 더 주면 안 되냐”고 웃으며 넘겼죠. 상관 없어요. 1년 더하면 되죠. 다녀와도 서른인데요 뭐.

지영: 감독님은 엄청 속상해 하셨다던데요?
원혁: 아 그래요? 티를 잘 내질 않으셔서 살짝 서운했었거든요. 하하. 몰랐어요.(웃음)

최원혁의 농구인생
지영: 농구를 해서 뿌듯한가요?
원혁: 살짝 아쉽긴 해요. 다른 종목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 야구나 유도? 제가 힘이 좋거든요. 힘쓰는 거 했어야 하는데... 초등학교 땐 수영이랑 축구를 했어요. 수영은 같은 반 여자애한테 져서 자존심 상해서 그만뒀고, 축구는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비 오는 날 밖에서 뛰는 게 너무 싫어서 안했죠. 

지영: 그럼 농구는요?
원혁: 체격이나 키가 작아서 코치님이 농구를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송도로 갔는데, 거기서도 “키 작고 통통한 애 누구냐”고 그랬어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제가 키도 늦게 크고, 젖살도 고 3때 빠졌어요.

지영: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다른 노력들도 많이 했겠네요?
원혁: 네. 다른 친구들 보다 잘 뛰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일단 힘 쎄니까요!(웃음) 지금도 같은 포지션 선수 막을 때 편한 게, 힘은 자신이 있으니까 수월할 것도 있어요.

지영: 아무리 그래도 농구는 신체조건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원혁: 부모님께서 꾸준히 응원해주셨어요. 송도고 선배인 김승현 선수도 성공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요.(웃음) 병원에 데려가서 키 얼만큼 클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175cm까지 밖에 못 큰다고 했는데. 병원도 믿을게 못되나봐요. 틀려서 다행이죠. 하하. 그때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만나면 저를 못 알아 보세요. 용 됐다고도 하고... 역시 인생은 다 가봐야 되요!

지영: 결국 프로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어요. 내가 어떤 걸 잘 해서 그런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원혁: 열심히 한 거요. 사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잘난 선수가 아니었거든요. 보통 보다 못한 선수? 대학도 운 좋게 갔고요. 대학교 1학년 때도 제가 제일 꼴찌였거든요. 그래도 계속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렇게 오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영: 하지만 오히려 한걸음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배우는 점도 있었겠죠?
원혁: 그래도 남들이 인정해 주니까 내가 그동안 잘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도 숨은 MVP라고 말씀을 해 주시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어떤 상을 받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고 싶거든요. 

지영: 챔피언 결정전 활약으로 다음시즌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커졌겠죠?
원혁: 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지만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신장제한 때문에 키도 비슷해지니까 더욱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수비만 하는 건 아니니까 경기를 해 봐야 알 것 같아요.(웃음)

지영: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혁: 농구를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게 해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지영: 이번 챔피언 결정전 활약으로 다음 시즌 최원혁 선수를 기대하는 팬들도 더 늘어났을텐데 ‘최원혁 만의 팬서비스’ 한 가지만 공약해주세요!
원혁: 글쎄요... 공약이라... 일단 저는 사진 같은 경우는 다 찍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항상 못 찍으신 분들이 계시다고 SNS를 통해 아야기 하세요. 저는 시간 많으니까 보시고 먼저 얘기해주시면 다 찍어드릴게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께서 순두부 가게 하시는데, 나중에는 팬들을 몇 분 초대해서 같이 밥도 먹고 가볍게 술도 마시면서 더 편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지영: 마지막으로 SK팬들에게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전한다면?
원혁: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하겠습니다”는 식상하잖아요. 그냥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체육관에 오시면 팬서비스도 더 잘하고, 싸인도 열심히 할 테니까 저도 많이 예뻐해 주시고, SK도 응원 많이 해달라고요. 더 나아가서 농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원정 가더라고 욕은 조금만 해주시고 좋은 경기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