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2017-2018 시즌 눈물바다가 되었던 서울 SK의 우승현장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챔피언 결정전의 처음 두 경기를 내리 내주며 정규리그 1위팀 원주 DB에 끌려가던 SK는 홈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분위기를 바꾸며 시리즈의 판도를 바꿨다. 반전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누가 뭐래도 최원혁의 활약 덕분이었다. 문경은 SK 감독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도 최원혁을 우승의 숨은 MVP로 꼽을 정도로 챔피언 결정전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최원혁은 지난 시즌, 의심할 여지없이 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DB의 디온테 버튼을 꽁꽁 틀어막으며 자신의 기량을 농구팬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줬다. 상대 에이스를 기대 이상의 수비로 묶은 최원혁은 그래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SK가 기적같은 역전 우승을 일구는데 주춧돌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숨어있는 MVP가 아니라 누구나 인정해주는 선수를 꿈꾼다는 최원혁. 인생의 목표를 철저하게 다 세워놓을 정도로 생각보다 꼼꼼했던(?) 그만큼 담대하기도 했던 그와의 데이트를 공개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박지영(이하 ‘지영’): 우승여행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최원혁(이하 ‘원혁’): 하와이요. 엄청 좋더라고요. 왜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가는지 알 것 같았어요!

지영: 얼마 전 수원 야구장에서 문경은감독과 김선형 선수의 시구가 있었어요!
원혁: 네. 설마 치실까 했는데 정말 공을 치시더라고요. 워낙 운동신경이 좋으셔서 공이 또 잘 날아가더라고요. 인정!(웃음) 저희는 스카이라운지에 다 같이 봤는데 재밌었어요. 원래 (김)선형이 형이 비하인드 백패스를 하려고 하다가 거리가 멀다고 바꾼 거래요.

지영: 요즘 근황은 어때요?
원혁: 다음 주 복귀라 몸 만들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영화도 보면서 쉬고 있어요. 영화를 엄청 좋아해요. 혼자 볼 때도 많고 (정)재홍이 형이랑 같이 보기도 하고요.

지영: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한다고 들었어요?
원혁: 이번 휴가 받자마자 자전거를 샀어요. 왠지 아무것도 안하면 살찔 것 같아서 샀는데 정작 휴가 때는 한번 밖에 못하고, 용인으로 이사 와서는 출퇴근 할 때 많이 타고 다녀요!

그는 어떻게 버튼의 남자가 될 수 있었나
지영: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의 영웅이었어요. 여운이 많이 남아있을 것 같아요.
원혁: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나, 기사가 나는 걸 보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아직까지도 주변에서 ‘버튼의 남자’라고 놀리기도 해요. 좋으면서도 민망하기도 하고요. 버튼한테 밥 한 번 사야겠어요.(웃음)

지영: 버튼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나요?
원혁: 밑져야 본전이니까!(웃음) 우리 팀 형들이 못 막는 건 아니었지만 벤치에서 봤을 때 ‘나는 저것 보다는 잘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때마침 감독님과의 자리가 생겨서 던졌죠. 제가 한번 막아보겠다고.

지영: 성격이 시원시원하네요.
원혁: 그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그런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버튼을 상대로는 있었어요! 4-5라운드 때부터 ‘버튼은 잘 막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지영: 어떤 점이요?
원혁: 정말 좋은 선수이기는 한데... 뭐랄까... 아주 빠른 것도 아니고... 음... 조잭슨이나 사익스처럼 기술이 엄청 뛰어나지도 않은 것 같고요. 득점력이 좋고 뭐든 다 평균 이상이기는 하지만요. ‘내가 따라다니기만 하면 얘는 잘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뒤에는 형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보니까 버튼이 붙으면 잘 움직이질 않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자신 있었어요.

지영: 2연패를 당한 후에 감독님이 불러서 버튼을 막아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시던데?
원혁: 네. 사실 전 그냥 지나는 말씀이겠지 했거든요. 그런데 3차전 경기 시작 전에 몸 푸는데 오셔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 진짜 맡기나보다’ 했어요.(웃음) 경기 시작하고 나서 버튼이 두 번 정도 막히니까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얘는 됐다!’ 했어요. 계속 짜증을 엄청 내더라고요. 원래 동료들한테도 좋게 행동 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는데 그날은 답답한 걸 티를 많이 냈어요. 그걸 보니까 ‘나한테 말렸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더 생겼죠.

지영: 그 전날 감독님과의 대화를 자세히 이야기 해줄 수 있나요?
원혁: 저희가 원주에서 2차전까지 지고 올라왔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다음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를 이야기 하고 계셨어도. 두 경기를 내리 졌으니까 답답한 마음에 술도 한 잔 하시면서요. 저는 2차전에 안 뛰었거든요. DB에서 (두)경민이 형이 다쳐서 안 뛰면서 매치를 하던 저도 뛰지 않았죠. 방에서 혼자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내려오라고 전화가 한통 왔어요.  그 자리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하시는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버튼 이야기가 나오더니 감독님께서 “너 버튼 막을 수 있겠냐”고 물으셨어요. “네!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막아도 형들보다는 잘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버튼이 짜증나게 만드는 건 자신 있어요.”라고 대답을 했어요.(웃음) 그때 감독님이 “그럼 됐어! 나는 얘가 이래서 좋아” 하시더라고요.(웃음)

지영: 버튼을 잘 막아서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원래 수비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노하우가 있나요?
원혁: 일단 각 팀마다 제 포지션에서 막아야 하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 선수들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학교 때는 (김)윤태 형(KGC), (이)원대 형(LG), (한)호빈이 형(오리온), (김)민구 형(KCC)을 막았었는데, 선수마다 장점은 다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공을 못 잡게 하면 정말 힘들어 하더라고요. 어떤 선수라도 움직일 때 붙으면 짜증부터 내고요. 선수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예민해 져서 자기 플레이를 못 가져가거든요. 그런 부분을 잘 노려서 수비했죠. 프로에 와서는 이런 게 더 잘 먹히더라고요. 단신 외국인 선수들은 동양인들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경향이 많은데, 이렇게 끈질기게 하다보면 더 짜증도 많이 내고 신경질도 부리고요. 

지영: 시즌 내내 버튼이 그렇게 흥분하는 건 잘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웃음)
원혁: 그러니까요. 그런데도 흥분을 엄청 하더라고요! 제가 계속 붙어있으니까 툭툭 치고 가고... 감독님이 파울 한 두개 써도 되니까 편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지영: 그래도 버튼 정도의 선수는 한 번 터지면 수비를 아무리 잘해도 겉잡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결국 마지막까지 묶었어요. 부담은 없었나요? 
원혁: 있었죠. 부담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뒤에 있는 형들을 정말 철저히 믿었어요. (최)준용이, (최)부경이 형, (김)민수 형, (제임스) 메이스를 정말 확실히 믿었어요. 내가 뚫려도 한번에만 뚫리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죠. 붙어서 같이 가면 저를 포함해서 우리 팀 센터도 수비를 나오니까 버튼이 쉽게 공격을 못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지영: 자신감은 항상 있었네요?
원혁: 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버튼도 좀 이상했어요. 저를 데리고 포스트업을 안하더라고요. 계속 포스트업을 했으면 저는 파울 아웃 당했을 거고, 상황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한데, 안 하더라고요. 자존심이었나 봐요. ‘내가 버튼인데 굳이 얘를 달고 포스트업을 해야 하나’같은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그냥 자기가 잘하는 플레이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버튼 정도의 실력자가 포스트업을 안했을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지영: 결국 경기 마지막에 버튼답지 않은 턴 오버로 게임이 끝났잖아요. 최준용이 달라붙었고요. 최준용의 그 역할을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 안했나요?
원혁: 아~ 안했어요.(웃음) 그냥 이겨라! 생각했어요. 하하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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