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농구 팬이라면 분명 ‘판타지볼’이라는 게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스포츠팬들 사이에 활성화 되어 있는 이 판타지 게임은 실제 선수들의 기록을 기반으로 유저들 간의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시즌부터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판타지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판볼걸’이라는 이름의 리포터를 공개 모집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적으로 판볼걸에 선정된 이는 안혜령씨(호칭 이하 생략). 심지어 미스코리아 출신이란다. 

‘월간여신’ 타이틀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인재가 또 어디 있으랴.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운명적으로 이루어졌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문화비축기지에서 이루어졌다. 야외촬영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그 동안 월간여신의 촬영은 날씨 때문에 애를 먹는 일은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심상치 않았다. 촬영이 시작되자 어디선가 몰려든 먹구름 떼가 당장이라도 거센 빗줄기를 쏟아 부을 것 같은 기세로 화창하던 하늘을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고 먹구름의 눈치를 보며 서럽게(?) 진행되던 우리의 촬영도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물론 인터뷰 도중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카페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서 나는 행복했지만...

‘판볼걸’이 소개하는 판타지볼
월간여신과 안혜령을 만나게 해준 매개체는 역시나 ‘판타지볼’이다. 

‘판타지볼’이 ‘판볼걸’을 모집하지 않았다면, 혹은 안혜령이 ‘판볼걸’에 지원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계기로 ‘판볼걸’에 도전하겠다는 바람직한 생각을 한 것일까?

“제가 지금 스포츠아나운서를 꿈꾸면서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당연히 스포츠 쪽에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 기사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찾아보다 보니 판볼걸을 뽑는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더라고요. 흥미가 생겨서 확인을 해보니까 판볼걸로서 활동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저한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지원을 하긴 했지만 본인이 합격할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고. 심지어 그때만 하더라도 농구라는 종목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고 한다. 뭐지? 승자의 여유 뭐 그런 건가? 

어쨌든 최종 면접에는 안혜령을 포함해 9명의 후보가 올라왔다. 최소 9대 1의 경쟁을 뚫은 셈.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최종 판볼걸로 낙점된 안혜령의 합격 비결을 들어보자. 

“사실 저는 진짜 안 될 줄 알았어요. 왜냐면 제가 생각한 판볼걸의 이미지는 되게 상큼하고 어린 대학생 같은 이미지라서 그런 친구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면접장에도 되게 편하게 가서 맘 편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그런 편안하고 친근한 모습이 어필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처럼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인터뷰를 만들고 싶으셔서 뽑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주최측의 선정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겁한 변명인 것 같다. 그냥 외모 때문에 뽑았다고 하면 될 것을... 

뭐 그래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였으니 만족하자. 원래 감독들도 ‘농구는 우리가 가르칠 수 있지만 타고난 키는 가르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안혜령의 가장 큰 무기도 타고난 미모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차피 농구는 이제부터 배우면 된다. 

결론적으로 ‘판타지볼’의 판단은 매우 현명했다. 이어 그는 복잡한 ‘판타지볼’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굉장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우선 쉽게 설명을 하면 기본 틀은 유저들이 원하는 선수를 포지션별로 뽑아서 하나의 팀을 구성해요. 그런데 실제 농구처럼 연봉 상한선이 있어서 무조건 유명한 선수만 넣을 수 있지는 않아요. 하나의 포지션에서 연봉이 높은 선수를 뽑았으면 다른 포지션에는 연봉은 낮지만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가 좋은 선수를 뽑아서 팀을 꾸려야 돼요. 그런 후에 그날 경기 그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순위가 가려지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래서 누가 봐도 못할 수가 없는 선수를 뽑았는데 그 선수가 다치면 0점이 되는 경우도 생겨요. 반대로 연봉이 높지 않은 선수를 뽑았는데 그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면 점수가 높아지겠죠. 그런 식으로 그날 경기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서 승패가 나누어지는 경기입니다.”

너무나 깔끔한 설명이라 혹시 ‘누가 적어주면서 외우라고 강요한 것은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안혜령은 뜬금없이 붉어진 ‘판볼걸 혹사설’에 대해서는 곧바로 부인했다. 

“이게 제가 인터뷰를 갈 때마다 선수 분들이 ‘판타지볼’이 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설명하다 보니까 이제는 술술 나와요. 선수 분들도 대충은 아는데 자세히는 모른다고 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이상하다. 분명 지난 시즌 필자가 몇몇 선수들에게 ‘판타지볼’과 관련된 질문을 했을 때는 별로 관심 없던데... 뭐 그렇게라도 ‘판타지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다행이다. ‘판타지볼’측은 ‘판볼걸의 등장’이라는 매우 현명한 판단을 했다.    

스포츠아나운서를 꿈꾸는 미스코리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안혜령은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배우를 꿈꿨다. 그러나 녹록치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지쳐가던 그는 조금씩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제가 연기를 전공하다보니까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거든요. 방학도 없고, 연휴도 없다보니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3학년이 끝나고 나니까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쉬다가 미스코리아 광고를 봤는데 어머니께서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셔서 준비를 하게 됐죠.” 

졸업 이후에도 1년 정도는 연기가 재밌어 계속 해왔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현재 스포츠아나운서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 중이다. 

“처음에 연기에 대한 꿈을 접고 쉬면서 ‘어떤 공부를 해볼까’ 하다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아나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제가 가장 관심이 가는 쪽이 스포츠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스포츠아나운서를 꿈꾸다 보니 현재 ‘판볼걸’로 활동하면서 겪는 경험도 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특히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배우는 점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고 한다. 

“‘판볼걸’로 활동하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판타지볼’ 관계자분들이 정말 많이 신경을 써주셔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선수들이랑 직접 부딪히면서 현장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안혜령이 스포츠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레저스포츠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운동을 시작한 그는 부산시의 스키 대표로도 활동하는 등 남다른 운동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레저스포츠를 좋아하시다 보니까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예체능을 많이 시키셨어요. 그래서 5살 정도부터 스키랑 수영 같은 운동을 시작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부산시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시 대표로도 나가면서 활동을 하게 됐었어요. 또 아버지는 야구를 정말 좋아하시는데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아버지를 따라서 야구장에 갔거든요. 부모님 덕분에 스포츠에 대한 흥미는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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