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지난 시즌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거둔 안양 KGC인삼공사.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유난히도 치열했던 챔피언 결정전은 뜨거운 신경전 속에 6차전까지 이어졌고, 상대를 압도할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했던 그 경기에서 양희종의 존재감은 극에 달했다. 

무려 3점슛만 8개! 그는 24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이다. KGC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입버릇처럼 “(양)희종이 형이 잘 이끌어 주시고”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팀을 이끌었던 그가 마지막 6차전에서는 탁월함을 숨기지않고 낭중지추의 활약으로 우승에 방점을 찍었다.

그의 품격 있는 플레이는 매번 결정적인 순간,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2011-2012시즌 안양KGC가 우승을 확정짓던 순간 나온 점프슛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요소요소에 터진 득점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어느 때 보다 다사다난했던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며 양희종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했다. 코트 위에서 그는 거칠고 강하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격 없이 다가가는 평소의 모습을 보면 분명 그의 리더십엔 강약이 있다. 아마 양희종 같은 캡틴이 있다면 그 배는 산으로 가도, 혹은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지 않을까? 지난 시즌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던 KGC의 ‘품격 있는’ 캡틴 양희종을 만났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소통의 아이콘, ‘기계치’ 주장 
박지영(이하 ‘지영’): 잘 지내셨나요? 우승 이후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양희종(이하 ‘희종’): 지인들도 만나고, 시즌 끝난 이후에 몸이 안 좋아서 깁스하고 2주정도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집에 있으니까 더 아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3주차부턴 활동을 많이 했죠!
지영: 활동이요?
희종: 지인들과의 약속이요. 뭐. 소개팅도 있었고요. 하하. 뭐, 술자리가 거의 대부분이었어요.
지영: 얼마 전 팬들과 한우 공약도 지키셨던데요?
희종: 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여서 너무 재밌었어요. 오랜만에 보니까 팬들도 반가워 해주시고 저 역시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봐서 기분 좋게, 또 재미있게 진행하고 왔습니다.
지영: 직접 고기도 잘라 주시던데, 팬 사랑이 정말 남다르신 것 같아요.
희종: 제가 워낙 질타를 많이 받는 선수 중 한명이라 그나마 이렇게 남아있는 팬들에게 조금의 동정표를 얻고자... 하하하.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경기장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르더라고요. 식사도 함께 하면서 개인적인 직업이나 성향 등 여러 가지 알아가면서 좀 더 친해진 느낌이에요. 대학 후배들도 있었고, 심리학 전공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나중에 의사 되시면 심리치료 무료로 해주신다고...(웃음) 그림 그리시는 분도 계셨고요.
지영: 팬들과의 에피소드는 없나요?
희종: 음. 평소에 소통은 SNS로 많이 하는 편이라 특별한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행사가 종종 있었으면 해요. 
지영: SNS 얘기하셨는데, 제가 보니까 SNS 사용하는데 서툰 거 너무 티 나는 거 아닌가요?(웃음)
희종: 아 네... 맞아요. 서툴러요.(웃음) 매번 동생들에게 물어봐요. 어떻게 하는 거냐고. 애들이 ‘아재’라고 뭐라고 해요.
지영: 혹시 기계치인가요?
희종: 기계에 능하지는 않고요. 그나마 이게 많이 배워서 발전한 편이에요.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몇 개월 지나면 더 좋아 지겠죠. 하하.

큰 경기에 강한 챔프전의 주인공
지영: 지난 챔프전에서는 정말 활약이 돋보였어요. 우승을 다시 달성한 기분은 어땠어요?
희종: 의미 있는 시즌이었죠. 팀 창단 이래 첫 통합우승이기도 하고요. 선수들도 자신감이 많이 올라간 것 같아요. 그동안 정규리그 우승과 통합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우승 반지를 끼긴 했지만 심적으로 조급한 마음들이 있었을 텐데 통합우승을 하면서 안정감을 찾은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주장을 맡았던 해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잘 따라와 준 후배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팀을 힘든 상황에서 좋은 위치까지 올려놓은 것에 대해 감독님께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영: 3점슛 8개 넣으며 6차전의 주인공이었어요. 그 정도 기록을 세우면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은데요!
희종: 잤어요! 사실 그날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경기 후 우승 회식자리에서도 술도 많이 못 먹었어요. 저는 일찍 들어왔는데 애들은 아침까지 달렸다고 하더라고요.(웃음) 6차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이후에 다시 영상으로 보기도 했고요.
지영: 본인이 봐도 멋있죠?
희종: 저도 다시 보면서 놀랐어요. 이걸 내가 어떻게...(웃음)
지영: 그 모습 종종 다시 보기도 하나요?
희종: 이제는 잘 안 보는데 어머니나 가족들이 가끔 한 번 씩 보시더라고요. 
지영: 큰 경기에 강한 비결이 뭔가요?
희종: 즐기면서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심적으로 느끼던 부담감들이 사라지면서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농구도 심리적인 부분이 참 크거든요. ‘맘 편히, 안 되면 쉬었다 들어오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또 플레이오프가 정규리그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치러지면서 오히려 볼에 대한 감각도 살아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후배들과 얘기도 많이 하면서 서로 많이 맞춰본 점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악플, 실력으로 극복해야...
지영: 특히 지난 챔프전은 이정현 선수와 이관희 선수의 충돌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둘 다 연세대 후배잖아요. 선배로써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희종: 글쎄요. 잘잘못을 떠나서 너무 여론이 한쪽으로 쏠렸던 부분이 가장 마음 아팠어요. 같은 팀 선수여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농구라는 스포츠는 몸싸움이 있는 스포츠고 그 때문에 파울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경기의 일부분이기도하고요. 또 이런 것들은 심판들이 제어하고 조절을 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걸로 밖에서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경기 중 야유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지영: 그래서 그런지 안양 홈경기 때도 관중들에게 야유자제를 직접 부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희종: 선수들이 어떻게 한다고 바뀌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자유투 때는 어느 나라를 가도 다들 야유로 방해를 하기도 하잖아요. 농구장에서 당연히 나오는 문화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야유를 보내는 건 이번 시즌 뿐 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상황이 나오더라도 자제해주셨으면 해요. 
지영: 힘들어 했던 이정현 선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됐다고 들었어요. 앞서 본인도 욕을 많이 먹는(?) 선수 중 한명이라고 소개했는데, 악플에 대처하는 팁 좀 주세요. 저도 필요해요!
희종: 안보면 돼요! 일일이 신경 쓰면 정말 못살아요. 저도 어떤 해는 힘든 시즌도 있었는데 보면서 ‘도저히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괜찮은데 가족들까지 욕을 하시니까요. 그때는 울컥해서 신고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사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각자 생각이 있는 건데 그걸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팬들도 돌아오더라고요. 어떤 계기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그동안 욕해서 미안하다’라는 분도 계셨고요. 스스로 약이라고 생각하고 충실히 농구하면서 잘하고 발전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아요. (이)정현이가 많이 힘들어해서 많은 얘길 나눴어요. 3차전 때는 아예 동공이 풀려서 경기에 집중을 못하더라고요. 옆에서 대화를 많이 했어요. 경기 중간 중간에도 괜찮다고 얘기해주고. 워낙 능력 있는 선수라 빨리 털고 잘 일어나더라고요. 다시 한 번 놀랐죠. 제가 특별히 도와준 건 없지만 정현이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기도 하고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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