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역시 가드여서 그런지 센스가 남다르다!

원주 DB 프로미 박병우와의 인터뷰는 애초 숙소 휴게실에서 진행됐는데, 다른 선수들도 휴게실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터라 오롯이 인터뷰하기는 어려웠다.

약간 막막함을 느낄 찰나에 박 가드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카페가 있다”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 상황을 패스해줬다. 카페에서도 제철 과일로 만든 음료를 먹고 싶은 마음에 자두 에이드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진한 맛에 순간적으로 ‘이건 무슨 맛일까?’ 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이때도 넓은 시야로 순간을 포착한 후, “맛이 별로면 다른 거로 드실래요?”라며 센스 있게 물어봐줬다. 박 가드의 상황 대처 능력이 탁월했던 하루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8월에 진행된 것이며, 박병우는 이상범 DB 감독의 믿음 아래 두경민과 함께 연습경기에서 긴 시간 뛰며 올 시즌을 준비했으나, 시즌을 눈앞에 둔 일본 전지훈련에서 종아리를 다쳐 재활에 힘썼고, 최근 복귀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농구일지부터 가계부까지 척척!
현재 DB는 박병우 나이까지 숙소를 1인 1실로 사용하고 있다.(박병우보다 나이가 적지만, 예외로 두경민도 1인 1실을 사용 중) 보통 선수들의 경우, 훈련과 훈련 사이 자투리 시간에 잠을 자거나 TV로 예능 프로그램 또는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운동선수 일정상 정기적인 취미를 가지기 힘든 탓에, <페이버릿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즐겨 보는 드라마나 예능 등의 소재다. 하지만 박병우는 숙소에서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숙소에서 TV를 하루에 한 번 틀까 말까 해요. 안 켜는 날이 더 많고요. 치료하러 갔을 때, 형들이 TV 보고 계시면 저도 같이 보긴 하는데, 그게 다예요. 주로 방에 있으면 운동일지를 적고요. 운동일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빠지지 않고 쓰고 있어요. 많이 빠져야 하루 정도고요. 감독님한테 하루하루 들었던 이야기들을 써놓는 식이에요. 고향인 울산 집에 가면, 운동일지 적어둔 책이 엄청 쌓여 있어요. 그 당시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한 번씩 보기도 하고요. 꼼꼼한 스타일은 아닌데, 습관이 되다 보니까 계속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NBA영상도 찾아보고요. NBA에 좋아하는 선수는 따로 없는데, 이상범 감독님이 공격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셔서 카이리 어빙(보스턴 셀틱스)이나 데미안 릴라드(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이에요. 어떻게 하면 2대2 픽앤롤을 더 잘할 수 있는지 보는 거죠. 보고 개인 훈련 때 해봐도 잘 안 되더라고요. 됐으면 벌써 됐겠죠? 하하.”

꼼꼼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게 꼼꼼한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부분 해가 바뀔 때 다이어리나 달력을 하나씩 사지만, 살 때의 패기와 달리 꾸준히 쓰진 못한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 찰나에 또 한 번 놀랐다.

“저는 가계부도 써요. 가계부도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쓰고 있어요.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요즘에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더라고요. ‘브로콜리’라는 건데, 여기에 자주 쓰는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제가 돈을 어떻게 썼는지 통계가 나와요. 생긴 거랑은 좀 다르게 놀죠?”

‘네…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할 뻔했네… 

아니 어쨌든 농구일지의 경우 지난호 페이버릿에서 공개한 이관희(삼성)를 비롯해 여러 선수가 쓰지만, 가계부는 또 다른 영역이지 않나. 가계부는 작심삼일로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던데, 대학 때부터 줄곧 썼다니… 엄지 척이다…!!

카페에서 책도 좀 읽는 남자
고향이 울산이라 외박 때 보통 원주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카페에서의 여유도 즐긴다고. 커피도 즐겨 마시는 편인데, 나름의 철칙도 있었다. 

그는 “몸 관리 할 때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닐 때는 바닐라라떼를 마셔요. (바닐라라떼가 살이 많이 찌느냐고 묻자) 제 기분 탓일 거예요”라며 웃었다. 바닐라라떼 한 잔에, 책 한 권이면 병우 씨는 외롭지 않다.

“외박이 저한테는 자유 시간이잖아요. 카페에서 책도 읽어요. 예전에는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재테크 관련 책을 읽어요. 군대에 다녀왔으니까 이제는 관리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저자-미즈키 아키코, 이하 퍼스트 클래스)’라는 거였어요.(제목이 길어서 동공이 흔들렸지만, 결국 기억해냈다고 한다… 미션 클리어) 책 쓴 분이 국제선 승무원으로 일할 때 비행기에 탄 승객들의 습관들에 관해 쓴 건데, 퍼스트 클래스 승객들의 경우 거창한 습관을 지닌 게 아니라, 항상 메모지나 수첩을 들고 다니고 이동 거리가 기니까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는 등 사소한 습관들이 있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부터 책을 읽고 나서 노트에 책 제목이랑 흥미도를 별표로 표시해두거든요. 퍼스트 클래스는 별 다섯 개일 거예요. 책 읽기가 지루할 땐 ‘구해줘(저자-기욤 뮈소)’나 ‘고구려(저자-김진명)’ 같은 소설도 읽고요.”

책 읽는 습관은 상무에 있을 때, 동기 이대성(모비스)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대성이가 책을 엄청 많이 읽거든요. 저도 그걸 보고 많이 배웠죠. 대성이 덕분에 동기부여가 됐어요. 책 추천도 자주 받았고요.(이대성은 페이버릿을 통해, 상무에서 복무하는 동안 ‘책 50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책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습관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대성이가 개인 훈련을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저렇게 하면 나도 좋아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대학 때부터 이틀 정도 운동 안 하면, 몸에 뭘 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체육관에 나가서 슈팅을 쏜다든지, 웨이트트레이닝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렸거든요. 지금도 그런데, 그럴 때마다 형들이 ‘그렇게 운동하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몸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쉴 땐 충분히 쉬어주라’고 말씀해주세요. 근데 제가 하는 건 대성이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대성이가 하는 훈련량에 반의반도 안 하는 거거든요.”

여행은 함께여서 즐거운 거죠~!
주제를 바꿔서 이제는 좀 노는 병우 씨의 모습도 파헤쳐봤다. 2016-2017시즌이 끝나고서부터 ‘60일간 단체 훈련 금지’라는 조항이 만들어져, 선수들에게는 꽤 긴 휴가가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 울산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지인들과 국내 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계획을 따로 안 세워서 급 제주도에 갔다 왔어요. 팀 후배 (김)영훈이랑 막내 트레이너 (김)영오 형이랑 셋이서요. 맛있는 걸 먹으러 간 거였는데, 보말죽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잠도 일부러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는데, 처음 가본 거라 되게 색달랐고요. 새로운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도 신기했고요. 관광지는 성산 일출봉도 보고, 섭지코지도 가고, 우도도 갔었어요. 우도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고요. 그때 좀 추울 때여서 물놀이는 못 했어요. 급 만남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요. 하하. 셋이서 우정을 다지고 온 거죠.”

또 자주 모이는 크루 JG(Just Go의 약자) 멤버들과도 가까운 펜션에서 여유를 만끽했다.

“JG라고 해서 (유)성호 형이랑 스킬팩토리 트레이너 (박)찬성이 형, 삼성 입단 동기 (이)동하랑 넷이서 자주 모이거든요. 넷이서 가평 펜션도 다녀왔어요. 이 모임은 딱히 계획하지 않아도, 주말에 서로 시간이 맞으면 커피도 마시고 술도 한잔하곤 해요. 아무래도 각자 다 일이 있으니까 넷이서 다 같이 보기가 어려운데, 성호 형이 저희 팀으로 오게 돼서 자주 보게 됐죠. 다들 특이하게도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 제가 넷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잘 마시는 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좋고 분위기가 좋은 거니까 다들 술보다도 분위기에 취하는 것 같아요.”

그간 주로 지인들과 국내 여행을 즐긴 그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혼자 유럽 여행도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알려줬다. 너도나도 유럽에 가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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