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①편에 이어..

놀 줄 모르는 남자 김준일, “집이 제일 좋아요”
지영: 3년 동안 삼성 주전멤버로 뛰면서 팀을 한 단계씩 올려놓은 주역이기도 하잖아요?
준일: 제가요? 에이! 라틀리프겠죠!
지영: 네네~ 그럼 라틀리프를 도와서 팀을 올려놓은 주역이기도 했는데, 3년 동안 이상민 감독과 함께한 시간이 어땠어요?
준일: 워낙 자유롭게 해주시고, 부상 관리도 잘 해주시고... 우선 눈치를 안 보게 해주세요. 사회생활은 눈치가 반이라고 하던데 저희 팀은 쉴 때 편히 쉴 수 있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사실 고참 선수들도 있으면 어린 선수들은 눈치를 많이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나이 많은 형들도 그렇지만 감독님 부터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주셔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영: 확실히 삼성은 그런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준일: 저희 팀이 좀 그래요. 아무래도 맏형인 (주)희정이 형이 살가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가장 큰 형이 그렇게 편하게 해주시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지영: 이상민 감독이 김준일 선수에 대해서 놀 줄 모르는 스타일이라고 걱정하시더라고요. 놀 때는 놀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휴가 주면 술도 안마시고 집에만 간다면서 저렇게 못 노는 애는 처음이라고 하시던데 확실해요?
준일: 네.(웃음) 술을 안 좋아해요. 그래서 친구도 별로 없고요. 친구들도 다 농구하니까 만날 시간도 많이 없고요.
지영: 누구랑 친해요?
준일: 승현이요. (웃음) 승현이, (이)현석이, (김)기윤이, (주)지훈이?

지영: 쉴 때 뭘 주로해요 그럼?
준일: 정말 집에 있어요. 집에서 TV 봐요. 밥 먹고. 엄마아빠랑 저녁 먹으러 가기도 하고. 방에 있어요. 외아들이에요. 혼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지영: 집에만 그렇게 있으면 안 심심해요?
준일: 네. 저는 그냥 제 방에서 안 나오고 혼자서 그렇게 있어도 충분해요. 재밌는데?
지영: 취미는요?
준일: 게임하고 밀린 드라마 보고 자고... 뭐 그 정도?
지영: 아니 그럼... 스트레스 받을 때 어떻게 풀어요? 
준일: 그럴수록 지극히 집에 있어요. 술을 마시거나 그런 스타일이 정말 아니거든요. 
지영: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 아니에요?
준일: 그게 무슨 소립니까! 사람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아요? 저도 선수라고요!(웃음) 솔직히 스트레스 받는다고 밖에 나가면 뭐가 달라지겠어요?
지영: 그럼 친목도모는 언제해요?
준일: 그래서 이제 좀 해 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인터뷰 때문에 여기 와 있잖아요!

상무에서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올 것
지영: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무시하고) 아 그렇구나~! 학창시절에는 어떤 선수였나요?
준일: 농구 하고 집. 집, 학교, 집, 학교를 반복하는 선수였어요.
지영: 그런 성격인데 어떻게 농구를 하게 된 거예요? 활동적인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준일: 사실 제가 하려고 한 건 아니었거든요. 어릴 때 장래희망 적을 때 배구선수, 농구선수 라고 자꾸 적었더니 부모님이 하고 싶은 줄 아셨나 봐요. 중학교 여름방학 때 “농구 해볼래” 하시길래 학원이나 클럽 농구 같이 하는 줄 알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오래 앉아서 공부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시작하게 된 건데... 그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지영: 농구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은 언제에요?
준일: 우승도 아직 해본 적이 없는데요 뭐. 재미 있다기 보다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항상 해왔던 기억뿐이 없어요. 이제 재밌는 기억은 만들어가려고요.
지영: 그럼 힘들었던 적은요?
준일: 중학교 때 너무 뛰고 시스템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가 엄청 혼났어요. 어머니께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셔서 정신 차리고 다시 했죠.
지영: 부모님들이 웬만하면 힘드니까 운동 안 시키시는데 장려하셨네요.
준일: 제가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시키자고 부모님께서 서로 암묵적으로 얘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또 체격이 워낙 크기도 했고요. 중학교 1학년 겨울에 키가 190cm 정도됐으니까요... 
지영: 네? 와 진짜 컸네요.
준일: 고등학교 2학년 때 딱 2미터가 됐어요. 고2때까지 컸죠.
지영: 상무 체력테스트도 1등 했다면서요? 이승현 선수보다 힘도 더 세군요?
준일: 아니에요! 걔는 그런 거 잘 안 해도 갈 수 있지만 저는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야 되니까요!(웃음) 힘이 더 세다고 하지 마세요. 제가 소도 아니고! (웃음)

지영: 성격이 겸손해요? 자기자랑을 잘 못하네요. 칭찬에도 약하고요.
준일: 음. 아뇨. 그보다 낯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에요. 
지영: 낯 그만가리고, 자기자랑 한번 해주세요!
준일: (김)종규(창원 LG)형 상대로 강해요.(웃음)
지영: 지난 달 김종규 선수 인터뷰 했는데 자신감이 상당하던데요? 자기가 2미터 넘는 사람 중에 가장 잘생겼다고...
준일: 하아... 아니 그냥... 농구나 열심히 하시라고 전해주세요.
지영: 정말 적어도 되나요??
준일: 네! 꼭 적어주세요!!(웃음)

지영: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상무에서 제대해서 팀에 복귀하면 어떤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준일: 상무에 다녀온 형 들이 돌아와서 다들 좋은 몸 상태는 아니었잖아요. 저는 바로 돌아와서 투입 되도 괜찮은 몸 상태로 나와서 바로 뛰고 싶어요.
지영: 뭘 만들어오겠다. 이런 공약 없나요?
준일: 가서 3점 슛 연습은 안 할 거고요.(웃음) 어차피 나와서 쏠 거... 상무에 있을 때 정말 골밑 플레이에 집중 하고... 웨이트는 당연히 열심히 하고요!
지영: 어떤 선수가 되고 싶고,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았음 하나요?
준일: ‘김준일이 공 잡으면 한 골’ 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수요. 항상 그 마인드로 뛰어왔거든요.

지영: 그나저나 부모님이 외아들이라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준일: 아니에요. 단체생활을 워낙 많이 해서 큰 걱정을 안 하세요. 팀에서는 무릎관리 잘해서 다치지 말고 오라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지영: 팬들도 많이 보고 싶어 할 텐데 가기 전 애정을 담은 한마디 부탁드려요!
준일: 사실 팬들이 저한테 많이 잘해주셨는데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낯을 가리는 편이기도 해서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했어요. 그 부분이 가장 죄송해요. 군대 다녀와서는 좀 더 살가워 지겠습니다. 항상 감사해요~!
지영: 그런데 그게 쉽게 바뀔까요?
준일: 당연히 잘 안 바뀌죠!
지영: 대화가 안 통하네요 진짜.(웃음) 잘 다녀와요. 문경으로 가나요?
준일: 아뇨. 논산으로.
지영: 아, 훈련소로 가는 거니까...
준일: 어? 어떻게 알지? 아! 많이 보내보셨죠? 혹시 프로 논산러? 몇 명이나 보내신 거예요?
지영: (마지막으로 무시) 잘 다녀오고, 정말 몸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 알았죠?
준일: 아니... 그럼 논산 근처에 맛집이라도 가르쳐주세요! 익숙하실거 아녜요!

군 입대를 4일 앞둔 선수에게 굉장히 많은 독설을 들었다. 진심으로 잘 다녀오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프로 논산러’라니... 아무튼 지금쯤 김준일 선수는 이미 군대에 적응을 마친 '프로 상무러'가 되지 않았을까. 몸 건강히 잘 다녀오길! 그리고 다시 KBL에 복귀할 때는 그가 공언한대로 골밑에서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선수로 더욱 성장해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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