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길었던 시즌이 끝나고 김준일에게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어디서? 국군체육부대로 부터! 김준일은 이제 상무 유니폼을 입는다. 아니, 이미 입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챔피언 결정전을 6차전까지 치르면서 누구보다 길고 긴 시즌을 보낸 서울 삼성 썬더스의 김준일. 데뷔 한지는 고작 3년이지만 그는 지난 시즌 삼성이 11년 만에 도전했던 ‘우승’이라는 꿈에 중심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뀐 탓에 1쿼터와 4쿼터밖에 존재감을 드러낼 시간이 없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은 다부지고 야무졌다. 

입대 전 마지막 한 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입대 날짜까지 단 4일 만을 남겨 놓고 나에게 귀중한 시간을 허락했다. 귀여운 투정이 반 이상이었던(^^) 그의 입대 전 마지막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아쉬움 남긴 챔피언 결정전, 잊지 못할 플레이오프
박지영(이하 지영): 준우승 축하드립니다.
김준일(이하 준일): 놀리시는 거 아니죠? (웃음) 감사합니다.
지영: 우승까지 가진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시즌이었고 가장 뜨거운 4월을 보냈잖아요. 축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잘 지냈어요?
준일: 잘 지낼 리가요. 준우승 했는데. 많이 아깝습니다.

지영: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언제에요?
준일: 6차전도 이겼어야 했는데 져서 아쉽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3차전이 가장 아쉬워요.
이기고 있었는데 퇴장 당해서요...
지영: 파울 판정이 조금은 억울했나요?
준일: 다섯 번 째 파울은... 솔직히 좀 아쉬웠습니다. 하하... 제가 부족해서죠 뭐.

지영: 퇴장 때문에 3차전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큰 건가요?
준일: 일단 퇴장은 개인적인 부분이고... 팀으로 봐도 그 3차전에서 이겼더라면 챔피언 결정전의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는 거였으니까요.

지영: 조금 아픈 기억일 수도 있지만 6차전 마지막 순간을 듣고 싶어요. 데이비드 사이먼 패스도 그렇고, 또 위닝샷을 바로 앞에서 맞기도 했고요. 
준일: 모든 걸 잊었어요. 기억을 지웠습니다. 하하... 왜 자꾸 기억나게 하세요! 윙에서 2대 2 하다가 사이먼이 빠져서 제가 스틸한다고 나갔는데 험블하면서 뒹굴다가 제가 “라인!!!” 그랬는데 심판콜이... 게다가 또 희종이형이 슛이 터지는 바람에... (웃음)
지영: 이정현 선수 위닝샷 때 하필 바로 앞에 있었잖아요. 안타까움이 더 컸을 것 같아요. 그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 
준일: 그때 사실 뜰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렇게 돼버렸네요. 다 제 잘못이죠...
지영: 그 경기 마지막 작전 타임 기억나요? 감독님이 뭐라고 지시하셨는지?
준일: 스위치해서 최대한 파울 없이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연장가도 되니까.

지영: 이번 시즌 챔프전 양상이 유독 뜨거웠죠?
준일: 2차전 말씀하시는 거죠? (이)관희 형은 (임)동섭이 형이 쉬려는 타이밍에 투입된 거였는데 바로 퇴장되면서 동섭이 형이 못 쉬고 다시 나오게 됐잖아요. 몇 초 쉬었나요?(웃음) 결국 그 사건이 승부욕에 불을 붙인 거죠, 뭐.

지영: 만약 6차전을 이겼으면 지금 안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겠네요.
준일: 아... 오늘이 7차전 하는 날이죠? 결과는 아쉽지만 7차전을 안 한다는 건 그래도 다행이에요. 저희가 6강 플레이오프부터 한 달 동안 16경기를 했잖아요. 이렇게 시합을 몰아서 많이 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정말 걸어 다니는 게 신기해요. 

지영: 김준일 선수 입장에서는 이승현 선수와 만나는 4강 플레이오프가 더 신경이 쓰였을 것 같은데.
준일: 네. (이)승현이랑 많이 부딪혀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은 사실이었어요. 저희가 매치업에서는 사실 많이 만나진 않거든요. 저는 헤인즈를, 승현이는 라틀리프를 상대하니까요. 그래도 이번에는 4강 플레이오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영: 승부처에서 (애런) 헤인즈를 블록했던 건 명불허전이었어요! 노리고 있었다면서요?
준일: 네. 사실 그건 정말 노리고 있었어요. 막판 승부처가 되니까 헤인즈가 막 불타오르더라고요. 제가 작전 타임 때 감독님께 헤인즈를 막겠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무슨 소리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막아!”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헤인즈가 라틀리프를 상대로 강해요. 라틀리프가 정말 좋은 선수기는 한데 기술자들을 상대로는 수비가 약한 편이고... 작년에도 헤인즈가 30-40점씩 넣었거든요. 제 생각에 헤인즈는 그 상황이 되면 공 안주고 라틀리프를 속이고 자기가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승현이랑 매치라도 버리고 뛰어가려고 준비중이었어요.
지영: 와! 멋있네요!
준일: 큰 그림이 있었던거죠. 하하. 사실 블록을 하려고 점프했을 때 헤인즈가 뭘 하긴 하겠구나 싶었어요. 더 솔직히 말하면 헤인즈가 액션을 취하길래 파울 불 줄 알았어요.
지영: 4강 직후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어땠나요?
준일: 7차전을 가겠구나 생각했어요. 6강이랑 4강에서도 5차전까지 가고 단번에 끝나지는 않았으니까요. 저희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기를 많이 해서... 지고 있는 경기라도 뒤집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찌 되었건 간에 쉽게 끝나진 않을 것 같았어요.

입대 카운트다운의 슈퍼 베이비(?)
지영: 그나저나 이제 입대 전까지 쉬는 기간이 별로 없네요?
준일: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 하고 있어서 마음이 좀 더 그렇네요.(웃음) 준우승자 마음 들쑤시고... 은행도 가야되고 하는데... 저는 4일밖에 없다고요. 통장 개설해야 하는데 은행이 오늘밖에 안 해요... 내일 어린이 날이고 또 주말이라 시간이 오늘 밖에 없는데... 그거 해야 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요!!!
지영: (못 들은 척) 그렇구나. 4일 동안 뭐 하려고 했어요? 
준일: 은행 갔다가 시간이 없어서 친구들도 봐야하고 해야 되는데 이 인터뷰 때문에 모든 일정이 꼬였습니다!
지영: (또 한 번 못들은 척) 입대를 앞두고 있는 기분은 어때요?
준일: 착잡합니다.(웃음) 동섭이 형은 투덜투덜 거리는데. 솔직히 전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요. ‘어차피 가는 거니까 빨리 가면 좋겠다’ 정도? 그런데 얼마 전 챔프전 때 날이 더웠잖아요. 운동 나가는데 언더웨어를 하나도 안 입고 나갔거든요. 그 날 따라 유독 너무 바람도 좋고, 지나가다 보니까 진달래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더라고요. 나무에 새잎도 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데. 다음 주면 시계만 보면서 걷고 있을 생각을 하니 좀 슬프긴 했어요. 
지영: 짠하다...
준일: 그것 말고는 그러려니~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인터뷰도 빨리 끝내주세요!

지영: 입대를 앞둔 마지막 시즌이었잖아요.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던가요?
준일: 아뇨. 이번시즌 끝나고 갈 거라고 생각 안했어요! 중간에 결정된 거라서 크게 마음의 변화는 없었거든요. 입대를 앞두고 특별히 변화를 준 건 없었어요. 평소 하던 대로 열심히 했어요.
지영: 상무에서도 농구는 계속 할텐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준일: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준우승이라는 성과도 분명 있긴 했고, 특히 팀에는 어느 정도 의미가 된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완벽히 개인적으로는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신인 때부터 보셔서 아시겠지만 플레이 자체가 신인 때는 골밑에서 뭘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라틀리프가 오고 나서, 밖으로 나와서 하는 플레이가 많아지고 플레잉 타임도 10분씩 나눠서 뛰다 보니까... 일단 이번시즌은 하고 싶은 플레이는 못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지영: 가장 하고 싶은 플레이가 뭔데요?
준일: 골밑에서 플레이도 하고, 간간이 3점을 쏘는 정도? 일단 라틀리프가 주가 되고, (문)태영이 형도 3점을 장착했지만 승부처에서는 골밑플레이를 하다 보니 확률적으로 두 선수가 골밑에서 하는 플레이가 성공적인 경우가 많아요. 때문에 제가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상무에 있는 동안 골밑 플레이를 더 연습해서 오고 싶어요. 
지영: 인사이드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건가요?
준일: 세 번째 시즌은 저 스스로 센터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수비는 못해서 할 말이 없는데... 원래 저의 장점을 말하라고 하면 포스트 업 보단 공격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정말 부족했잖아요. 외각에서 플레이를 많이 한 시즌이었고 여러 가지 포지션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시즌을 치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영: 맞는 옷을 입으려면 앞으로의 2년이 중요하겠네요.
준일: 군대에서는 (이)승현이랑 골밑플레이를 좀 더 연마할 생각이에요. 물론 상무에서도 팀이 원하는 거랑 감독님이 원하는 걸 먼저 해야겠지만 나중에 제대해서는 저희 팀이 올 시즌의 안양 KGC처럼 단신외국인 선수를 뽑을 수 있게끔 감독님께 신뢰를 줘서 돌아오는 게 목표에요. 솔직히 외곽에서 3점 슛 쏘는 게 제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웃음)

지영: 3점슛에 대해 맺힌 게 많아 보여요.(웃음)
준일: 사실 외곽 슛을 4강까지만 잘 넣었지, 챔프전 가니까 확실히 떨어지더라고요. ‘연습을 좀 더 했었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하는 생각도 들고요. 비시즌 때는 그런 포지션에서 연습을 하지 않았거든요. ‘신인 때부터 3점 슛을 쐈더라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지영: 아예 신경을 안 쓰는 부분이었나요?
준일: 네. 신인 땐 아예 안 쐈고. 2년차 때도 3점 슛은 거의 안 쐈어요. 이번 시즌부터 간간히 노마크 날 때 노리는 정도? 그런데 어느새 플레이오프 때 보니까 3점이 저의 첫 번째 무기인 것 마냥 플레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지영: 팀 사정상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나요?
준일: 그렇죠. 하지만 다녀와서는 조금 공격은 안쪽이 주가 되고 3점 슛은 옵션이 되게끔 해서 돌아오고 싶어요.

지영: 그동안도 그래 왔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그리고 군대까지 이승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네요. 김준일에게 이승현이란?
준일: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존재? 워낙 잘하기도 하고요. 항상 따라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좋은 자극제죠.
지영: 이승현 선수는 김준일 선수가 뒤에서 얄밉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던데.
준일: 그렇게라도 해야죠! 방심하게 만들려고요. 앞에선 잘 안하고 뒤에서라도 열심히!! 승현이를 방심하게 만들어놓고 저는 방심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하는거죠!
지영: 군대 안에서는 선의의 라이벌로 어떻게 지낼 생각이에요?
준일: 음 승현이 보다는 대학생들 상대로 열심히 죽여(?)볼까해요. 하하.. 플레이로요! 경기로 눌러보려고요!
지영: 그러다가 나중에 후배들한테 주적이 되는 거 아닌가요? 
준일: 뭐 그럴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그렇게 당해도 괜찮습니다.(웃음)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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