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웃음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웃음으로 끝이 났다. 취향이 비슷한 두 여자, 노현지와 홍소리. 지난 시즌부터 숙소를 함께 쓰고 있다는 둘은 이번 휴가를 마치고 방을 바꿀 때도 여전히 함께였다.

서로 비밀을 폭로하는 디스도 있었다. 그러나 서로를 아끼는 진한 마음도 함께 드러냈다. 오랜 친구처럼 다정해 보이던 둘 사이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2011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DB생명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노현지. 그는 사실 ‘만년 유망주’에 가까웠다. 2013-2014시즌에 31경기에 나서며 기회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활약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심지어 2015-2016시즌에는 모든 경기에 출장했음에도 활약은 미미했다. 경기당 평균 12분 44초를 소화하면서 평균 1.94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달랐다. 시즌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 21일, 노현지는 이날 31분 53초 동안 17점을 기록했다. 3점 성공률은 무려 71.4%(5/7)에 달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통산 최다 득점과 3점슛 성공을 경신했다. 심지어 상대는 리그 최강 우리은행. 자신감을 충전한 노현지는 180도 달라졌다.

2014년에 입단한 홍소리는 아직 1군 무대를 뛰어보지 못했다. 함께 입단한 안혜지(KDB생명)는 이미 1군 출장 경험이 있다. 팀 후배인 진안, 차지현 등도 이미 1군에서 뛴 적이 있는 것에 비하면 홍소리는 아직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다.

1군으로 거듭난 언니, 그걸 지켜보는 동생

루키 더 바스켓(이하 'RB'): 노현지 선수는 그동안 유망주 소리만 듣다가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홍소리 선수는 아직 기회를 받지 못했고요. 노현지 선수가 홍소리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많을 것 같아요.

노현지(이하 '현지'): 잔소리는 많이 하는데… (웃음)

홍소리(이하 '소리'):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많이 빠지나…(웃음)

RB : 언니랑 쓰는 게 도움이 별로 안 되나 봐요?

소리 : 에이 아니죠! 일단 언니가 많은 걸 겪고 버티면서 운동을 해왔잖아요. 그러면서 지난해 활약을 하게 된 거고요. 작년 하나은행 전은 벤치에서 보다가 눈물 날 뻔했어요. 솔직히 소름 돋았어요.

2017년 1월 11일. 하나은행과 KDB생명의 맞대결이 펼쳐지던 부천실내체육관. 전반에 무득점이었던 노현지는 4쿼터 막판 대활약했다. 4쿼터 종료 32초 전 3점슛에 성공했던 노현지는 종료 17초 전에도 다시 3점슛을 림에 꽂았다. 노현지의 막판 활약 속에 KDB생명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연장 접전 끝에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현지: 작전타임 때 (홍)소리는 혼자 격해진 상태에서 응원해요. 옆에서 누군가 격해졌다 싶으면 항상 소리예요. 퓨처스리그도 같이 뛰어왔고, 방도 같이 쓰고 있으니까 제가 잘 되면 더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고맙죠.

소리: 저는 언니를 이렇게 옆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해요. 어떻게 보면 (노)현지 언니가 참고 견뎌온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 중 하나니까요. 퓨처스리그에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할 때면, 농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언니를 떠올리면 힘이 생겨요. 언니는 제 희망인 셈이에요.

‘노예수(?)’에게 십일조를…?

인터뷰가 진행된 약 한 시간 동안, 방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1년 이상 방을 써온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었다. 결국에는 인터뷰 도중 노현지가 ‘노예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소리: 사실 휴가 때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농구에 대한 태도가 잘못됐더라고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 종교가 기독교거든요. 

RB: 그분이 응답하셨나 봐요? 기독교를 믿는 분들은 기도하면 간혹 응답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소리: 네. (웃음) 그런 것 같아요. 주님이 깨달음을 주신 거죠.

현지: 그래서 십일조 올렸어? (웃음) 교회 말고 언니한테 십일조 내라니까. 내가 돈 불려줄게.

그때였다. 노현지는 자신의 긴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순간 옆에 있던 헤어밴드와 머리핀이 눈에 들어왔다. 노현지는 지난해 줄곧 머리핀을 착용하고 경기를 뛰었다.

RB: 십일조 받을 때 지금처럼 머리 풀고, 옆에 있는 헤어밴드나 머리핀하고 받으세요. 뭔가 예수님 같아 보여서 순순히 낼지도...

현지: 하하하하하. 그렇게 십일조 받으면 되겠다. 내가 할게.

소리: 아니, 잠깐만요. 두 분 다 이러시면 안 되죠. 언니 너무 해요.

현지: 나도 예수님 믿어. 그리고 뭐 자녀가 아버지 닮고 싶어서 코스프레를 하겠다는데 잘못 된 게 아니잖아. (웃음)

공격을 받은 홍소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현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나섰다.

소리: 언니가 낮잠이 정말 장난 아니에요. 비시즌 때는 주로 수요일 오후에 훈련이 없거든요. 그럼 언니가 두 시에 자요. 그리고는 7~8시쯤 일어나요. 기본은 3시간이고요. 

현지: 그렇게 오래 안자!

소리: 언니랑은 세대 차이도 나는 것 같아요. 언니가 듣는 노래 중에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요.

현지: 그건 개인의 취향이야! 전 김광석 노래 좋아하거든요. 90년대 노래도 좋아하고요!

몇 가지 주제로 티격태격했지만 노현지는 그러면서도 홍소리가 고맙다고 했다. 

현지: 제가 좀 예민한 편이에요.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방을 같이 쓰니까 티가 안 날 수 없죠. 잠도 잘 못 때도 있고 그러니까요. 그런데 소리는 그걸 잘 배려해줘요. 언니인 입장에서 오히려 정말 고맙죠. 정말. 

소리: 아니 근데 저 얘기는 믿을 수 없어요. 원정을 가도 같은 방을 쓰거든요. 근데 불면증이라고 항상 얘기하는 언니는 ‘나 잘 거야’라고 말하면 10초 안에 잠들어요.

현지: 원정 가서 소리랑 같이 자면 잠을 정말 잘 자요. 신기해요. 이게 다 저랑 소리가 잘 맞아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웃음)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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