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내기 왕’이 말하는 ‘내기의 철학’
[루키=김영현 기자] 서울 삼성 썬더스 이관희는 술‧담배를 하지 않지만, 심심할 겨를이 없다. 탁구, 당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내기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내기에서 진 적이 없다”며 ‘이 초딩’ 같은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페이버릿 인터뷰>를 마친 후에 삼성생명 취재 차 삼성트레이닝센터에 방문했는데, 당시 본 훈련 전에도 슈팅 내기 중이었고 이를 구경하던 필자에게 “훈련 마치고 씨름 내기할 거니까 보고 가세요”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인터뷰 할 때만 하더라도 “별로 져본 적이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공지했던 씨름 내기에서는 진 거로 알려졌다. 뭘까...?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최근에 쉬는 시간이 생기면, 가장 많이 하는 건 탁구예요. 제가 지는 걸 엄청 싫어해서 예를 들어, 탁구 내기에서 지면 며칠 동안 탁구 연습만 하곤 해요. 우리팀 선수들은 제 성향을 아니까 제가 조금만 뭘 잘한다고 하면 ‘나랑 내기 한 판 할래?’라고 해요. 말만 그렇게 하지, 실제로 내기를 즐기는 선수들은 별로 없는데 (천)기범이가 저랑 좀 비슷해요."

"한 번은 기범이가 수영을 잘한다고 해서 25m 대결을 했는데, 제가 이겼어요. 수영이든 뭐든 배운 적은 없는데, 이기고 싶어서 영상보고 따라 하고 혼자 연습하는 거죠. 또 다른 날에는 일대일을 하자고 해서 붙었는데, 저한테 ‘형은 못 이기겠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실제로 이런 장면을 자주 본 구단 관계자는 ‘일대일 대결로는 팀 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잘한다’고 알려줬다) 기범이는 저한테 당구도 졌어요. 저한테 못 까불죠. 천기범은 그냥 이겨요.(정말 자신만만해 했는데, 이 모습은 영락없는 초딩 같았다. 그것도 매력이죠 뭐…)”

모두가 다 ‘초딩’이라고 부를지라도, 나름 그에게는 ‘내기의 철학’이 있었다. ‘잘하든, 못하든 난 이길 수 있다. 일단 하고 보자. 설령 못하더라도, 기세로 밀고 나가면 이길 수 있다’라는 것과 ‘여자한테는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남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애한테도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 여자한테는 이기려고 하면 찌질하잖아요”라며 상 남자의 모습도 보여줬다. 또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좀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어떤 대결이든 ‘질 것 같다’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 출신이어서 웬만한 농구선수들한테 달리기는 안 질 자신 있어요. 100m는 져 본 적이 없거든요. 초등학교 때는 기록이 12초 후반대까지 나왔어요.(삼성에는 또 다른 육상 선수 출신 ‘총알 탄 사나이’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있다) 라틀리프랑은 안 해봤는데 비슷할 것 같아요”라며 곧 죽어도 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라틀리프는 지난 시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0m, 200m, 400m가 주력이고, 그중에서도 200m에 가장 자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이관희 선생은 100m, 200m가 주력이라고. 이들의 세기의 대결은 조만간 막을 올릴 듯하다.

자꾸 다 이긴다고 해서 그럼 ‘내기에서 져본 적은 없냐’고 캐물었다.

그는 “(이)동엽이가 팀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제일 잘하거든요. 동엽이랑 해서 제가 몇 번 더 졌는데 그래도 다시 하면 제가 이겨요.(또 알 수 없는 ‘내가 이긴다’ 논리를 펼치기 시작하길래, ‘최근에 김동욱한테 슛 내기도 졌지 않느냐’라고 몰아붙였다) 그건 내기를 하다가 말아서 제대로 하면 제가 다 이기죠. 동욱이 형이 워낙 저한테 이기고 싶어 하니까 제가 져준 거예요. 형이 저보다 잘하는 건 몸무게 많이 나가는 것 정도?”라며 빙구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감이 정말 세계 일등 수준이어서 어떤 걸 물어봐도 ‘다 잘한다’라고 말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는 “볼링도 잘 쳐요. 평균 점수는 그때그때 다른데, 상대방이 스트라이크 때리면 저도 때리는 것”이라며 ‘내기 왕’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논리였는데, 내기에서 진 건 ‘져 준 것’으로 바뀌기도 했고, 강하게 엄포를 놓자 승리 횟수가 달라지기도 했다. 상무 시절 야간 훈련 때 이대성과 일대일을 매일 하곤 했는데, ‘자신이 다 이겼다’라고 말했다. 자꾸 이긴다길래 혼쭐을 내주고자 ‘이대성에게 사실을 확인하겠다’라고 하자, “솔직하게 10번 하면 제가 7번 이기고 3번 진 정도”라고 실토했다. 거의 ‘은 초딩’ 저리가라다.

이쯤 되면 승부욕을 과하게 부려서 해가 된 적도 있을 터. 그는 “딱 한 판만 하고 끝내는 건데, 그 한 판을 제가 지면 못 가는 거죠. (자기 시간에 철저하지 않냐고 하자) 그럼 내일 다시 봐야 하는 거죠. 하하. 친구들이 저랑 내기를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내기할 대상이 줄어들면서 내기에서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는 건 아닌가 싶다.

새롭게 생긴 관심 분야 ‘패션’
뭐든지 다 이기고 싶은 승부욕은 정말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패션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 이유도 되게 귀여웠다. 그는 “태술이 형이 ‘옷 좀 잘 입으라’고 해서 ‘형보다 내가 잘 입는다는 걸 보여주겠다’라는 마음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보통 <페이버릿 인터뷰>는 ‘선수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사복으로 진행하는 편인데, 외박 때 숙소에 있었던 터라 바뀐 패션 철학대로 힘주진 못했다. 그는 “이런 인터뷰인 줄 알았으면 사복을 갖춰 입고 왔을 텐데 옷이 다 집에 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옷도 평범한 색깔이 아니라, 딱 봐도 ‘이관희스럽다’라는 느낌이 드는 류를 좋아하거든요. 같은 티셔츠라도 강렬한 색깔을 선호하고요. 신발이나 모자도 찡이 달리고 이런 걸 좋아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옷은 짚이는 대로 입는 편이었는데,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나름의 철학이 생겼어요. 티셔츠, 바지, 모자, 신발 넷 중에서 하나는 색깔이 튀어야 한다는 거예요. 딱 봤을 때 뭔가 YG스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갑자기 YG가 튀어나와서 영어 단어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아는 빅뱅과 블랙핑크의 소속사였다) 아무나 안 입는 걸 제 스타일로 소화하는 거죠.(본인도 웃긴지 걸쭉하게 웃었다. 화려한 패션을 추구하는 것치고, 머리스타일은 차분하다고 하자) 주위에서 머리까진 하지 말고, 참으라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가 염색하면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다고 하기도 했다”고 일러줬다.

그가 이렇게 패션에 신경 쓰고 있지만, 지인들로부터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떨치진 못하고 있다. 옷걸이가 좋아서 티 하나에 청바지만 입어도 될 것 같은데, ‘YG스러움’을 추구하고자 점점 과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마 다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

취향 하나는 확고한 ‘이 선생’
또 하나 놀란 대목인데, 먹는 즐거움이 없단다. 우리 모두 그랬으면 ‘다이어트’라는 게 필요가 없을 텐데… 결과적으로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 데다, 식욕도 딱히 없다. 신기하죠?

“먹기 위해 산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고요. 맛집 같은 것도 누가 가자고 하면 가는데, 제가 찾아서 가진 않아요.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먹어야 하는 구나’ 하는 거죠. 보통 식당에 가면 제가 점수를 매기는데, 10점 만점에 5점을 넘는 곳이 없어요.(선수들의 경우, 숙소 밥을 자주 먹다 보니 지겨워서 ‘별로’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삼성은 정말 드물다. 그만큼 숙소 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깐깐’ 이관희 선생은 숙소 밥도 ‘별로’라고 평가했다) 10점 만점에 9.5점인 곳이 딱 한군데 있는데, 동두천에 있는 떡갈비 파는 곳이에요.(옆에 있던 구단 관계자는 ‘완전 초딩 입맛’이라며, ‘떡갈비가 엄청 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짜 맛있어요."

"제가 입맛이 좀 까다롭긴 해요. 어머니가 음식을 해주시다가 제가 계속 ‘별로’라고 하니까 ‘이제 나가자’고 하세요. (연애할 때도 그러느냐고 묻자) 여자친구가 어디 맛있다고 데려가도 제가 맛없다고 하니까 ‘그럼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데려간 곳은 만족도가 높았어요. (싸울 수도 있겠다고 하자) 그래서 제가 몇 번 맛있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어머니와 달리, 여자친구에게는 양보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하자) 그건 하루가 달린 거잖아요. 하하.”

입맛은 까다로운데, 취향은 또 확고했다. 

그는 “밥 그러니까 한식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해요. 양식이나 일식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초밥이나 회를 제일 좋아해요. 그래서 일본 전지훈련 가면 되게 잘 먹어요. 필리핀에서는 괜찮은 식당이 없어서 매일 컵라면 먹고, 아웃백에 자주 가곤 했어요. 맛이 없으면 돈 내기가 싫어요. 만 원이라도 맛이 없으면 내가 이걸 왜 내야 하나 싶어요. 그래서 상대방이 오자고 했으면 ‘맛이 없으니까 네가 내’ 이런 식이죠. 하하.(약간 다른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만… 뭐… 넘어갈게요) 태술이 형이랑 자주 보는데, 형이 맛집을 잘 알아서 형이랑 간 곳은 다 맛있었어요. 평점으로 치면 한 4점 정도였죠”라고 말했는데, 이 정도면 꽤 인심 쓴 듯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기준도 매우 깐깐했다. 

그는 “영화를 보면 10번 중의 6번은 재미가 없어서 도중에 나와요. 최근에 제일 재밌었던 건 톰 크루즈 나오는 ‘미이라’였어요. ‘박열’은 보다가 나오진 않았는데, 약간 지루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는 ‘얼마나 재밌길래’라는 생각에 웬만하면 다 보려고 하는데, 막상 재밌었던 건 없는 것 같아요. (연애할 때 이 부분에서도 많이 싸울 것 같다고 하자) 영화가 재미없으면 ‘괜찮았는데, 솔직히 지루했지?’ 이런 식으로 돌려서 말하는 편이에요. (인생 영화는 뭐냐고 묻자) 노트북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어벤저스예요. (휴대전화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캡틴 아메리카랑 아이언맨 이 둘을 제일 좋아해요. 조만간 스파이더맨도 보려고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어벤저스’는 뭔가 수긍이 가는데, ‘노트북’의 경우 지금껏 그와 나눈 대화를 곱씹었을 때 왠지 다른 노선인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은 숨길 수 없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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