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예측불허, 반전 있는 남자. 서울 삼성 썬더스 이관희가 그 주인공이다.

체육관에 가는 게 가장 즐거울 정도로 운동을 즐기는가 하면, 달력 세 개에 농구일지와 자신의 일과를 기록하는 의외의 꼼꼼함도 있었다. 자기 일에서는 정말 철두철미할 정도로 프로다웠는데, 일상생활 속에서는 남자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든, 무엇이든 다 이겨야 하는 ‘초딩’ 같은 모습도 있었다. 긴말 필요 없이, 이관희의 반전 매력 속으로 출동~!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꼼꼼한 관희 씨… ‘메모는 습관’
자기계발서를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메모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중 하나’라고 표현할 정도다. 다들 알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아주 가까이에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 있었다. 이관희는 “원래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라며 메모하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고.

“원래 메모하긴 했는데, 필리핀리그에서 뛰면서 더 꼼꼼하게 쓰게 됐어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는 거니까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코치님께서 해주신 말을 다 적어서 큰 거울에 붙여놨어요. 매일 적은 걸 버리기 아까워서 노트에 옮겼고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력을 하나만 썼는데, 이제는 모자라서 세 개 정도 쓰고 있어요. 큰 칠판도 있는데, 동료들이 다 보니까 지금은 침대 밑에 숨겨서 안 보이게 해놨어요. 달력도 저만 보게 방향을 틀어놨고요. 달력 하나는 훈련일지로 쓰고, 다른 건 누구랑 만났는지 등의 개인 일정을 적어놔요. 그러면 제가 누굴 만나서 뭘 했는지 알 수 있잖아요. 마지막 하나는 저의 부족했던 점을 써놓고요. 또 책에서 읽은 문구 중 좋은 걸 써놓는 노트도 따로 있어요. (원래 자기계발서를 즐기는데, 김태술의 추천으로 재테크 관련 책도 읽고 있다고. 꼼꼼한 관희 씨는 책은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며, 보통 책 한 권을 사면 세 문장 정도를 따로 적어놓는단다)”

그는 ‘보통 선수들은 다 훈련일지를 쓰지 않느냐’며 놀랄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운동선수를 떠나 일반인도 일과 사생활을 나눠 다이어리나 달력 등에 매일 기록하는 게 쉽지 않다. 우선 귀찮음을 이겨내야 하고, 매일 기록하기 위해서는 꾸준함도 필요하다. 실제로 칠판에 기록해둔 걸 사진상으로 봤는데,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 있게끔 하는 문구들이 쓰여 있었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쑥스러운 듯 “남들은 다 이상하게 본다”며 민망해했다.

훈련과 사생활을 분리해서 기록하는 이유도 있었다. 그는 “평일에 해야 할 훈련을 루틴대로 해야 주말에 놀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여행 가는 것에도 큰 취미가 없었다. 그는 “보통 여행하는 목적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인데, 저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거로도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딱히 여행에 대한 갈증이 없는 것 같다. 드리블이나 슈팅 연습을 하루라도 안 하면 허전하다. 심심하면 체육관에 나가는 편이다. 또 지난 시즌에 아쉬운 면이 많았으므로 새 시즌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들도 모두 메모해놓는다. 지난 시즌 임동섭(상무)이 주전 슈팅가드로 뛰고 그는 식스맨으로 나섰는데, 이때 느낀 자신의 부족한 점들도 다 적어뒀다고. 

그는 “제가 (임)동섭이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동섭이는 저보다 분명히 잘하는 게 있으니까 주전으로 뛰었다고 생각해요. ‘동섭이보다 이건 잘하는데, 왜 못 뛰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저의 부족한 점이나 잘못을 찾는 편이에요. 소위 ‘얘 때문에 못 뛰었다’ 이런 건 찌질한 생각이라고 봐요. 오히려 그런 부족한 점을 찾는 게 제 생활 속에서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되죠. ‘이건 나보다 낫지만, 비슷하게라도 가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다’라는 식”이라고 했다.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부터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게 일상인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공한 다음에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혼에 대한 뚜렷한 구상도 아직은 없단다. 

그는 “제가 ‘2번(슈팅가드)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 등 번호 2번을 달았거든요. 근데 안 풀려서 다시 3번으로 바꿨어요.(일동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미안합니다) 우리 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겠다는 의미로요. 나름 다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잠깐. 본지를 통해 김동욱의 인터뷰가 나갔는데 당시 대표 사진이 김동욱, 이관희가 함께 웃는 것이었다. 사진 속 이관희가 상의를 탈의하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몸이 공개됐는데, 너무 하얗기만 해서 ‘이관희 옷 입자 제발, 운동선수 몸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김동욱보다 이관희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사실 운동하는 게 취미인 분이 몸이 안 좋을 수가 없다. 팀에서도 몸 좋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들고, 식스팩이라는 것도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카메라로 담는 과정에서 너무 밝게 보정이 되다 보니 식스팩이 사라졌고, 슛을 쏜 후 몸에 힘이 다 풀리는 상황이어서 근육이 없는 것처럼 나온 것이다. 

이에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휴대전화에 찍어놓았던 식스팩이 나온 사진을 당당히 보여주기도 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이관희 하면 ‘식스팩’으로 기억해주세요!

자기관리도 철저한 남자
플레이 스타일만 봤을 때는 왠지 일상생활에서 자유분방할 것 같았다. 역시 무엇이든 속단하면 안 된다. 예상외로 굉장히 자기관리에 철두철미한 스타일이었다.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것은 물론, 매주 자기만의 루틴이 확실했다. 실제로 인터뷰 후반부에 알람이 울렸는데, 본 훈련 전에 먼저 나가서 준비하기 위해 설정해놓은 것이었다. 한마디로 꽤 철저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남들보다 훈련에 1시간 먼저 나오고, 훈련 끝나면 30분 더 있다 가는 걸 반복했어요. 예를 들어 3시 운동인데, 제시간에 맞춰 나가면 남들과 똑같은 거잖아요. 한 시간 먼저 나가서 몸 풀고 훈련해야 100%로 할 수 있는 거고요. 1시간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피곤한 건 아니잖아요. 저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일에 얼마나 열정이 있느냐의 문제죠. 흔히 1만 시간의 법칙(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도 있잖아요. 오전, 오후 훈련 때 1시간씩 일찍 나가고 야간에 1시간만 훈련을 더 해도 세 시간씩 더 하는 거고, 비시즌에 이렇게 훈련을 해두면 시즌 때 3점슛이나 자유투 성공률에 분명히 차이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지키는 편이죠.”

훈련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보통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분위기가 좋으면, 1차에서 그칠 것이 2차, 3차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철두철미한 관희 씨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의외였던 건 술, 담배 둘 다 하지 않는단다. 본인도 “농구선수이기 이전에 다들 얼굴 자체가 술, 담배 다 하게 생겼다더라고요”라며 웃는다.

“제 시간에 철저한 것 때문에 연애할 때 싸운 적도 엄청 많아요. 술을 안 마시는 편인데,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저만 마시지 않으면 또 그렇잖아요. 항상 토요일에 외박 나가기 전에 운동하고 가고, 일요일 12시에는 교회에 가거든요. 토요일에 술 마시고 예배드리러 갈 순 없잖아요. 술도 안 받고, 못 먹기도 하고요. 옛날에 김동광 감독님 계실 때는 팀 회식 때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그때는 맨날 피해 다니고 화장실에 숨어있었어요. 요즘은 주말에 가끔 (김)태술이 형 만나서 맥주 한두 잔 정도는 하는데, 저는 반 잔 정도만 마셔요. 맥주 한 캔만 마셔도 취하거든요.(맥주 한 캔은 애피타이저 아닌가요… 아닙니다) 제가 술을 못 마실 뿐이지, 술자리에서 취한 것처럼 놀고 형들이랑 있으면 분위기도 띄우니까 노는 데 지장은 없어요. 하하. 아무래도 생긴 게 이래서인지 사람들이 제가 술을 못 마신다는 걸 안 믿어요. 그래서 이제는 먼저 얘기하지도 않아요.”

이렇듯 자기 시간에 철저한 분이 최근 한 사람한테만 관대해졌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돌아온 김동욱에게 말이다. 선수 면면이 다 바뀌다 보니, 김동욱이 과거 삼성 소속일 때 같이 있던 선수는 이관희뿐이라고. 이에 그가 형의 적응 도우미로 나섰다.

그는 “(김)동욱이 형이 온 지 얼마 안 돼서 선수들이랑 어색해해서 제가 중간에서 도와주고 있는데 귀찮아 죽겠어요. 바로 옆방인데 맨날 ‘이관희’ 하고 부르거든요. 제가 자는 척하면 막 깨워요. ‘같이 머리하러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해서 다 같이 하고 있어요. 저랑 동욱이 형이 7살 차인데, 밑에 애들은 거의 10살 이상 차이가 나니까요”라고 토로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반전은 술, 담배를 안 하는데 팀 내 체력훈련에서는 꼴찌라는 점이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체력검사를 맹신하면 안 되지만,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관희는 단시간 동안 폭발적인 운동량을 보이는데, 긴 시간 유지하진 못한다. 체력검사에서도 똑같이 나오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관희에게 ‘체력이 그 정도인 게 아니라, 주어진 출전시간이 적다 보니 그동안 많은 걸 보여줘야겠다는 압박감이 큰 것 아니냐’고 묻자, 그 역시도 “항상 뭔가에 쫓기듯 들어가면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런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앞서 말했듯, 자기만의 루틴이 확실하다. 외박 받아도 할 일이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도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반려견 ‘별이’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 또 반전이 있다. 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마냥 가까이할 순 없는 ‘별이 아범’의 슬픈 사연이 있으니…

“강아지 알레르기가 엄청 심해요. 별이 키운 지 7년 정도 됐는데 처음 3~4년 동안만 해도 몰랐어요. 이상하게 외박 받아서 집에만 갔다 오면, 감기에 걸려서 오는 거예요. 그러다 한 번은 눈이 너무 부어서 병원에 갔는데, 강아지 알레르기라고 하더라고요. 가족들은 다 괜찮은데, 저만 그렇더라고요. 그 사실을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괜히 얘기 하면 별이를 딴 데 보낼까 봐요.(눈물 없인 못 볼 사랑 이야기다…)"

"결국 1년 더 있다가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 그 뒤부터 별이가 털이 다 밀려 있을 때도 있고 그래요. 제가 토요일에 가니까 금요일에 항상 목욕시켜주시고, 방 청소도 해주시고요. 저는 마스크 쓰고 별이를 잠깐 만지고, 다시 손 씻고 옷 갈아입고 방에 들어가야 해요. 그래도 문제가 생기니까 제가 일어나면, 어머니가 별이를 안고 제 얼굴에 한 번 댔다가 다시 데려가세요. 저도 키운 지 오래되다 보니, 이쯤이면 떨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조절하는 편이고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이관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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