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①편에 이어..

낯설었던 여자농구, 이젠 마음의 안식처
2015년 5월에 KBS N에 입사한 이지수는 이후 2시즌 동안 여자농구 현장을 누볐다. 초반에는 여자농구에 대해서 잘 몰라 공부를 해가며 준비해야 했지만, 이제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느낌이라고. 특히 친한 선수들이 많은 구단의 경기를 갈 때면 ‘이지수의 수다 파티’가 펼쳐진다고 한다. 

“저희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도착을 해서 1시간 정도 전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해요. 그 다음에 내려가서 선수들 상태를 파악하죠. 그런데 친한 선수들 많은 팀으로 가면 할 얘기도 되게 많고 시간이 막 금방금방 가서 정신이 없어요.”

그렇다면 이지수와 친한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박혜진(우리은행), 강이슬(KEB하나은행), 신재영(삼성생명) 등 수많은 선수들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그 중 화제가 된 것은 박혜진. 평소에 낯을 많이 가리기로 유명한 박혜진과 친하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어 이지수는 박혜진이 술을 사주기로 해놓고 잠수를 탔다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기사에 꼭 넣어달라고 덧붙이기도. 이럴 때보면 영락없이 친한 언니한테 떼쓰는 동생의 모습이다. 

<루키 더 바스켓> : 친하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거 아니에요?
이지수 : 아니에요~ 혜진 언니 낯 되게 가리는데 다른 분들이 다들 저한테는 낯 안 가린다고 저 인정했어요. 이건 친해졌다는 뜻이라고.  
<루키 더 바스켓> : 박혜진한테 밥 얻어먹기로 하고 실패했죠?
이지수 : 언니가 두바이 갔다 오면 연락 주기로 했는데~ 두바이 갔다 온 거에요~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갑자기 국가대표에 들어가 가지고~~ 꼭 써주세요 이거! 술 사달라고

여기까지 듣고도 둘의 친분을 믿을 수 없었던 편집장. 결국 박혜진에게 연락해 이지수와 친한지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한참 후 돌아온 대답은 ‘친........해요....’ 이어 박혜진은 이번 월간 여신의 주인공이 이지수라고 전하자 6월호는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6월호는 ‘월간 여신’ 대신 ‘월간 여자’로 제목을 바꾸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아무렇지 않게 디스를 주고받는 걸 보니 친하긴 한가보다. 과연 이지수는 박혜진에게 술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미션을 성공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독자가 있다면 <루키 더 바스켓>으로 제보 바란다. 

이어 이지수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다시 아나운서 모드(?)로 돌아갔다. 특히 수훈 선수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자세가 엿보였다. 

“제가 그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선수들의 감정선을 파악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농담 아닌 농담을 던져서 둘 다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고 저는 농담이랍시고 던졌는데 듣는 선수나 팬 분들은 전혀 아니라고 할 때도 있잖아요. 또 임영희 선수 같은 완전 베테랑들은 말을 너무 잘하세요. 그래서 그냥 첫 질문에 그날 경기의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해주는 거에요. 그러면 저는 또 중간에 질문을 바꾼 경우도 많죠. 그리고 선배분들이 항상 강조하시는 것이 준비한 질문을 다 소화하는 것도 좋지만 대화하면서 선수의 대답을 듣고 따라가야 된다고 하시거든요. 제가 생각해봐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훈 선수 인터뷰로는 박지수(KB스타즈)와의 인터뷰를 꼽았다. 6라운드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 2차 연장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30점 21리바운드를 쏟아 부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 박지수는 경기 후 쥐가 나 선 채로 인터뷰가 불가능할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 인터뷰를 해야만 했던 이지수 입장에서도 난처한 것은 매한가지. 결국 이들은 ‘앉아서 하는 인터뷰’라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그 때 박지수 선수가 너무 많이 뛰어서 쥐가 나서 걷지도 못하는 거예요. 그래도 최고 수훈선수니 인터뷰는 해야겠는데 구단은 난색을 표하고... 난감해 하다가 결국 벤치에 앉아서 진행을 했어요. 그리고 박지수 선수 데뷔전 때 엄청 울었을 때도 제가 인터뷰 했었거든요. 사실 어떤 면에서는 울컥하는 선수들이 우는 게 더 방송에서는 효과가 클 수도 있죠. 그런데 같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걸 더 끄집어내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화제를 전환 시키는 게 맞는 건지는 항상 딜레마인 것 같아요.”

최강 ‘덜렁이 여신’을 소개합니다!
여자농구 시즌이 한창일 당시 필자는 경기장에 놔두고 퇴근해버린 그의 수첩을 찾아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 분, 덜렁대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예전에는 경기장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던 적도 있었다고. 아무래도 앞으로도 아나운서의 단아한 이미지를 챙겨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 그날 용인체육관 2층에서 넘어져서 1층까지 엉덩방아 찧으면서 ‘으아아악’ 하면서 내려갔었어요. (웃음) 다다닥 내려가서 아무도 안 물어보는데 괜히 ‘저 괜찮아요!’ 이러고~ 다시 올라가는 길이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엄청 덜렁댔거든요. 전에는 맹장염이 걸렸는데 체한 건 줄 알고 일주일 놔뒀다가 복막염이 된 적도 있어요.” 

그건 덜렁 쪽 보다는 둔감한 것 같습니다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엉덩방아로 계단을 내려가는 명장면을 실사판으로 볼 수 있었던 찬스를 놓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이 ‘덜렁이 여신’의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희 회사는 9시까지 출근해서 지문 찍거든요. 저는 맨날 도착하면 2,3분 전이더라고요. 그러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면 분명 늦으니까 1층에 차를 던져 놓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서 지문 찍고 다시 내려가서 차 세워 놓고 올라가요. 이게 10분 일찍 나오면 되는데 그게 어렵더라고요. 저는 학교도 맨날 늦고. 요즘도 학교 늦어요. 맨날 뒷문으로 들어가는데 뒷문을 잠그는 교수님이 있어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가서 ‘죄송합니다’ 하면서 들어가요.”

왠지 이 분과 같이 지내면 하루하루가 시트콤일 것 같다.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는 없다고. 내친김에 이상형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저는 프랭크 램파드요. 아니다 조세 무리뉴로 해주세요. 꺅 멋있어~ 저는 적당히 성질 있으면서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 이게 성격이 있다는 게 강단이 있는 걸 의미하는 거예요. 그리고 주위에 친구들이 많아야 되고, 여자한테 져 줄줄 알아야 되고, 재밌어야 되고, 또..”

손가락으로 세어가면서까지 자신의 이상형을 나열하는 그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보였다. 얼굴은 안 본다는 뻔한 대답도 곁들였다. 너무 전형적인 미남형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연예인을 정말 별로 안 좋아하지만 배우 고경표가 좋다는 4차원적 논리도 펼쳐보였다. 

마찬가지로 얼굴은 전혀 안보다고 했던 고소영, 이나영이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를 떠올려보면 이 발언의 신뢰도는 50% 이하다. 

이어 이지수는 월간 여신의 공식 마무리 질문인 농구 팬들에게 전하는 한마디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올해도 KBS N이 지난 시즌보다 획기적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팬 분들이 충분히 기대를 하고 다음 시즌을 맞이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 시즌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안타깝게도 이 인터뷰를 끝으로 그는 WKBL 무대를 떠났다. 자신의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난 이지수 전 KBS N아나운서의 행복을 기원하는 바이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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