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이전에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월간 여신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섭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섭외의 늪에 허우적거리던 찰나, 문득 KBS N의 이지수 아나운서(이하 호칭생략)가 생각이 났다. 

사실 편집장을 포함한 <더 바스켓>의 직원들은 이번에도 치어리더를 섭외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지난달의 안지현을 포함해 치어리더들은 그 동안 충분히 만나보지 않았는가. 반면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월간 여신의 첫 주인공이었던 윤태진 아나운서 외에는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결국 ‘다양한 직업군의 여신들을 번갈아가면서 인터뷰해야 한다’는 필자의 고집은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지난해 WKBL 관련 인터뷰로 이지수를 만나봤던 필자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진이나 TV 화면으로 봤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예뻤기 때문. 거기다 해맑은 미소와 붙임성 좋아 보이는 모습까지, 여러모로 이지수의 여신 선정에는 무리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와 함께 KBS N에 근무 중인 남자 아나운서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이지수의 월간 여신 선정 소식에 KBS N 남자 아나운서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심지어 모 아나운서는 “여신임을 증빙할만한 자료가 있느냐? 없으면 인정할 수 없다”며 그의 여신 선정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러한 동료들의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해맑은 우리의 여신. 

“항상 서로 티격태격 장난치면서 지내는 사이라 선배들의 그 정도 반응은 예상했다. 후배가 인터뷰 부담 없이 재밌게 하라고 일부러 그러신 것 같다”며 굉장히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도대체 이런 해맑음은 어디서부터 발현되는 걸까?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모두 비타민 같은 그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도록 하자. 뿅~! 

의문의 캐리어와 함께 등장한 여신
그 동안 추운 날씨로 인해 스튜디오를 빌려가며 월간 여신 촬영을 해왔던 <더 바스켓>이지만, 이번만큼은 촬영 장소를 이지수가 재학 중인 연세대학교로 선정했다. 야외촬영을 해도 될 만큼 날씨가 풀린 데다 아무래도 자신의 학교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만큼 구석구석 괜찮은 장소들을 잘 알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한 필자와 편집장이 지나가던 여대생들을 힐끔힐끔 구경하던 찰나, 어디선가 세상 요란한 캐리어 끄는 소리와 함께 특유의 해맑은 얼굴로 이지수가 등장했다. 지척을 울리는 캐리어 소리에 순간 일행이 아닌 척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나 해맑은 미소와 함께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그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를 보니 짐은 캐리어뿐만이 아니었다. 양손에는 무엇인가로 가득 찬 종이봉투까지 들려있었다. 도대체 뭘 이렇게 바리바리 싸왔나 당황해 하는 우리 앞에 캐리어를 활짝 열어젖힌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짐을 우리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래 안녕, 짐아.

“의상 챙겨오라고 하셔서 이렇게 여러 벌 챙겨왔고요. 유니폼도 가져오라면서요? (웃음) 뭐 가져와야 할지 몰라서 다 가져왔어요! 이건 축구 유니폼, 이건 동아리 할 때 입던 거, 또 이건 럭비 유니폼.. 르브론 유니폼도 있어서 가져 왔어요. 그리고 신발도 이거랑.. 저거랑..”  

누가 보면 길거리 한복판에서 프리마켓이 펼쳐진 줄 알았을 거다. 아,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여신이라니. 솔직히 조금 감동받을 뻔했다. 그의 캐리어가 야기할 대재앙(?) 역시 그때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의 촬영은 스튜디오가 아닌 연세대에서 이루어졌다. 즉, 넓디넓은 대학교 캠퍼스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예쁜 아나운서랑 캠퍼스를 거닐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즐겁지 않았냐고? 물론 그럴 수 있었다. 필자의 오른손에 짐으로 가득 찬 캐리어만 들려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여신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띠 동갑 차이가 나는 편집장에게 캐리어를 맡길 수도 없었다. 결국 그 캐리어는 온전히 필자의 몫이 되었다. 심지어 노천극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행사장 철거로 인해 막혀있어 등산로로 우회해서 가야했다. 그렇게 짐꾼(?)으로 전락한 필자의 희생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사진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한 경제학도,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로 들어서다
사실 이지수는 처음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원래는 그저 막연하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본격적으로 준비하다보니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것.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좋아하던 그에게 스포츠 아나운서는 그야말로 운명처럼 다가온 직업이었다.   

“원래는 그냥 막연하게 아나운서라는 꿈이 있었죠.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한 1년 정도 준비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렇게 준비를 하던 차에 아나운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제가 그 동안 가장 좋아했던 것이랑 제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스포츠가 가장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반 아나운서 준비를 하던 때도 면접에 대한 답변 대부분이 스포츠였거든요. 그러다가 지금 회사의 공채가 떴고 그때 들어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를 스포츠의 길로 인도한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전설적인 골키퍼 반 데 사르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하면서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 팬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제가 초등학교 4학년 이었는데 새벽에 남동생이랑 같이 해외축구를 챙겨볼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그렇게 축구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스포츠에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농구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 방과 후 수업 같은 걸로 즐겁게 접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스포츠를 좋아하던 경제학도는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뤘다. 그렇다면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을까? 

아무리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해도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정과 불규칙한 휴식, 잦은 출장 등 보이는 것보다 훨씬 힘든 것이 바로 이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다. 거기다 현재 학생 신분인 이지수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 남들보다 2배는 더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후회한 적은 없다”며 못 박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에는 ‘마약 같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저보다 경력이 훨씬 많으신 선배님들이 항상 방송이 마약 같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스포츠는 더 그런 매력들이 있는 것 같아요. 되게 힘들다가도 막상 경기를 보면 또 재밌고 감정이입이 되어 있거든요. 선수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제가 뭔가 중책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물론 힘든 부분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이 직업을 꿈꾸던 시절의 이미지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체력적인 부분을 꼽았다. 

“일하기 전에는 TV에 나오고 인터뷰를 하니까 재밌는 일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그것뿐 아니라 체력도 따라줘야 된다는 걸 느껴요. 특히 출장의 강도가 온 몸으로 와 닿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입사한 이후로 원래 한 번도 안 걸리던 다래끼가 만성이 돼서 피곤하면 생기고 허리디스크도 입사 초기에 잠깐 왔었거든요. 지금은 족저근막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요. 그 차이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사실 인터뷰 장소인 카페로 향하는 계단을 오를 때도 그는 족저근막염에 걸린 사실을 털어놨었다. 거기다 앞서 오르던 편집장은 쥐가 났다고 아우성이었다. 계단 1층 올라가는데 쥐가 난 편집장과 족저근막염에 시달리는 아나운서... 카페보다 병원행이 더 시급해 보이는 조합이었다. 아무쪼록 두 분의 건강을 기원한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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