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꾸미는 데는 자신 없지만…
[루키=김영현 기자] 꾸미는 데는 취미가 없지만, 이제 슬슬 머리 스타일도 옷도 신경 좀 쓰는 김우람(부산 케이티 소닉붐)이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 ‘김우람, 다 좋은데 이발 좀 해라’고 적힌 댓글을 봤어요. 저도 사실 알거든요. 주변에서도 ‘머리 좀 가꾸라’고 말하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그런 쪽으로 잘 알지도 못하고요. 핑계라면 핑계인데,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내 것에만 집중하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죠. 프로선수한테는 보이는 이미지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잖아요”라며 스타일을 바꾸게 된 계기를 알려줬다.

이를 통해 지금의 ‘김우람 파마’가 나왔다. 그는 “(이)민재(KGC인삼공사)가 소개해준 미용실에 가게 된 거죠. 무려 압구정 미용실에요. 저는 잘 모르겠으니… 어울릴 것 같은 머리를 해달라고 했더니, 지금 머리를 해주시더라고요. (소화하기 힘든 건데 잘 어울린다고 하자, 으쓱한 우람 씨) 감사합니다. 주변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저도 만족스러워요. 얼핏 보면 도깨비 공유 머리 스타일인데, 이걸 ‘김우람 머리로 만들어보자’고 하고 있어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아, 공유 아니고 ‘공유 머리 스타일’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요즘 옷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 또한 지인들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어떻게 보면 말을 참 잘 듣는 우람 씨다. 바람직해~~ 아주 칭찬해~~~

“숙소에서 쉬는데, 다들 제 옷을 지적하더라고요. 특히 (김)명진이랑 트레이너 형들이 ‘옷에도 투자 좀 하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얘기했죠. ‘숙소에 있으니까 그런 거다. 외박 나갈 때 봤느냐’고요. 그러니까 ‘근데 매번 똑같은 거 입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할 말이 없어진 거죠. 나이도 한 살 한 살 먹고 하니까 옷에 대한 중요성도 느꼈는데, 잘 몰라서 뭘 사야 할지 고민이더라고요. 주변에 도움을 청했죠. 한번은 옷 사러 가는데, 명진이랑 (윤)여권이 형이랑 해서 다 같이 따라온 거예요. 원래 옷 살 때 입어보는 게 귀찮기도 했는데, 다 같이 가서 응원에 힘입어서 막 입어보니까 괜찮은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여전히 피곤하긴 하지만요. 하하."

"그때 산 옷들을 휴가 내내 입고 있어요. 이제야 말하지만, 인터뷰 때 입은 것도 그때 산 거예요. 공교롭게도 오늘(전화 인터뷰한 날)도 입긴 했네요. 조만간 쇼핑하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아직 혼자 하긴 내공이 부족하니까 지인들을 초빙해야겠어요. 뭔가 쿨하게 샀을 것 같지만, 뒤에는 이런 노력이 있었답니다.”

‘나 혼자 산다’ 김우람 편
우람 씨는 아킬레스건 재활 차 서울에서 한 달간 홀로 살게 됐다. 집이 충주로 이사한 터라, 매일 서울과 충주를 오가기 어렵다는 생각에 ‘나 혼자 산다-김우람 편’을 시작했다고.

“짧은 기간이지만, 처음에는 ‘혼자 살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점점 적응해서 만족하고 있어요. 이제 곧 KBL도 숙소 문화가 없어지잖아요. 그에 앞서 좋은 경험을 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숙소에서는 어머님들이 밥부터 청소까지 모든 걸 다해주셔서 운동에만 몰두할 수 있는데, 만약 자취하면 훈련하러 갈 때도 운전해야 하니까 그것부터가 일일 것 같아요. 그래도 바깥 공기 쐬는 것만 해도 환기가 될 거고, 언젠가 바뀌어야 할 제도였다고 봐요.”

지금껏 혼자 살아본 게 처음인 우람 씨. 혼자 살면, 밥 먹는 것부터 청소하는 것까지 모든 게 다 일이다. 자취 레벨 1인 그는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친한 친구 어머니께서 주방세제랑 섬유유연제, 이런 걸 다 챙겨주셔서 잘 쓰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맙게 쓰고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웃긴 건 빨래하는데, 세탁기에 세제 구멍이 세 개더라고요. 한쪽에 세제 자국이 남아있어서 거기에 부었는데, 알고 보니 섬유유연제 넣는 곳이더라고요. (이 분 빙구미를 갖추셨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도 따로 있더라고요. 주워들은 건 있어서 음식물 쓰레기는 냉동실에 얼려서 버려요. (오~~~ 이건 자취 레벨 1이 알기 힘든 정보다) 근데 음식물 쓰레기라고 해봤자, 과일 껍질밖에 없어요.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음식을 한 톨도 안 남겨요. 싱크대에 쓰레기 생기는 게 싫더라고요. 배달음식을 시키면, 단무지 이런 것도 그대로 돌려보내요. 한 달 사는 거라 짐을 최소화하고 있죠.”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있지만, 집에서 나름 밥도 해 먹는다고. 이삿짐 옮기는 걸 도와준 친구에게는 소고기도 구워줬단다. 요즘 대세인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에 도전 중이다.

“요섹남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나름 노리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냉동실에 얼려 놓은 소고기를 먹으려고 꺼냈는데, 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서 결국, 라면을 끓여 먹었어요. 소고기가 금방 녹을지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맨손으로 뜯어내 보기도 했어요. (요섹남이 되고 싶었던 우람 씨는 빙구미만 뿜어 내신다…) 고등학교 때는 계란밥도 해 먹었는데, 일단 지금은 뭔가 하면 설거지를 해야 하니까… 사실 그게 싫어서 시켜먹고 있어요.”

자취해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혼자 집에 있어도 되게 바쁘다. 밥만 먹어도 설거지 거리가 생기고, 방은 닦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먼지가 생긴다. 우람 씨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재활하고 방에 와서 닦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하면 1~2시간이 훌쩍 지나더라고요. 사실 청소도구 사려는 것도 참은 거거든요. 친구가 나중에 짐 된다고, 혼자 살 때는 물티슈 하나면 해결된다더라고요. 친구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문 비밀번호 바꾸는 것도 몰라서 친구가 해줬고요. 속으로 ‘나, 왜 이렇게 무능력하지?’ 싶고 자괴감 들더라고요. 혼자 있을 때 시끌벅적한 게 좋아서 항상 예능을 틀어놓는데,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정글의 법칙’ 이런 걸 주로 봐요. 말하다 보니 모두 생활 밀착형 예능이네요. 보면서 뭔가 해답을 찾으려고 하나 봐요."

"웃긴 게 집안일 하다 보면, 힘드니까 TV 틀어놓고 졸려서 어느 순간 제가 자고 있더라고요. 생활비도 아끼게 되고요. 어디 나갈 때 되면 난방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TV도 스위치를 다 뽑아놓고 나가요. 그런 저를 보면서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은 정말 적응의 동물이구나’ 싶더라고요. 숙소에서도 불 켜져 있으면, 애들한테 끄고 다니라고 해요. 작은 걸 아껴야 우리한테 돌아올 거 아니에요. 큰 그림을 그린 거죠. 하하. 어쨌든 이번 자취생활로 숙소에서 얼마나 편하게 있었는지 몸소 느꼈어요. 항상 인사드리지만, 이제 직접 겪어봐서 숙소에 가면 어머님들께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드릴 것 같아요.”

BONUS
잠깐만요, 우람쓰 군대 시절 듣고 가실 게요~!
인터뷰 날, 남자 네 명이 모이자 자연스럽게 군대 얘기가 나왔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그 얘기만 했다. 이건 ‘김우람의 페이버릿’이 아니라, ‘진짜 사나이’ 같은 느낌이었다.

상무에 가기 전, 훈련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부터 풀어본다. 각개전투라고 해서 몇 명이 한 조를 이뤄 장애물을 넘고 산에 오르는 훈련인데, 마지막 코스를 다 넘으면 산 정상으로 뛰어 올라가야 한단다. 

'농구선수 김우람'으로 불리던 시절, 항상 뛰는 훈련을 하다가, 훈련병 김우람이 돼 훈련소에서 한 달 가까이 격하게 움직일 일이 없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하셨단다. 그런 그에게 각개전투는 오랜만에 몸을 좀 풀 수 있는 ‘신나는 시간’이었다.

“저는 몸을 너무 움직이고 싶었거든요. 오랜만에 마음껏 뛸 거리가 생겨서 이때다 싶어서 소리 지르고 신나서 뛰어다녔죠. 근데 22살짜리 애가 탈수증이 와서 쓰러져있는 거예요. 괜찮으냐고 물으니까 ‘아, 형... 같이 가자고 했잖아요’ 이러는 거예요. ‘아차’ 싶었죠. 중간에 계속 같이 가자고 했는데, 제가 빨리 오라고 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만 26세로, 군대에 늦게 간 편이어서 그중에서도 나이가 제일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를 잘 따르기도 했고, 애들이랑도 워낙 허물없이 지냈어요. 걔는 힘들어서 저한테 기댄 건데, 뛰고 싶기도 했고 또 훈련이어서 뛰어야 하니까 빨리 간 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내려올 때 제가 업고 왔어요. 다른 애들이 자기네들이 업겠다고 했는데, 이건 제가 업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죠.”

상무에는 선임으로 소속팀 동료 김명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팀에서는 마음 놓고 대해도 되는 편한 후배지만, 군대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하는 선임이었다. 생각만 해도 재밌는 관계다.

“공식적으로는 명진이가 ‘김우람 이병’ 이런 식으로 저를 불렀죠. 한번은 제가 빨래 널고 있는데, ‘형, 요즘 팀 어때요? 괜찮아요?’ 이러면서 안부를 묻더라고요. 저는 ‘그렇습니다’라고 각 잡힌 모습을 보여줬죠. 그러니까 ‘아~ 형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러지 마요’ 이러더라고요. 절대 거기에 넘어가지 않았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러니까 ‘와~ 진짜 안 넘어오네’라면서 가더라고요. 저도 농담인지 아니까. 하하. 안에서는 그렇게 장난치곤 했어요.”

초코파이 역시 빠질 수 없는 아이템. 초코파이 하나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단다.

“초코파이 한 상자씩 사서 화장실에서 먹었어요. 저도 저지만, (오)세근(KGC인삼공사)이도 그렇게 먹더라고요. 그다음 말이 더 임팩트 있었죠. ‘초코파이 진짜 맛있다’라고요. 화장실에서 초코파이랑 우유를 먹을 줄은 생각도 못 해봤는데, 막상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고요. 저희끼리 초코파이를 숨겨놓기도 했는데, 어디 있는지 아니까 초코파이 대란도 일어났어요. 가끔 없어지면 서로 ‘네가 먹었지?’ 하면서 진지하게 정색하기도 했고요. 초코파이는 정말 금이었죠.”

사진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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