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김우람은 농구도 우람 우람하게 잘하고, 마음도 우람 우람해!

미안합니다… 드립 욕심을 너무 부렸네… 이번에는 부산 케이티 슈팅가드 김우람을 만났다. 코트에서 늘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만 봤던 터라, 과묵할 줄 알았는데 이 분 예상외로 굉장히 유쾌하시다. 이 말에 “기분 탓일 거예요”라며 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터뷰는 스테이크, 햄버거, 파스타 등 만찬과 함께 이뤄졌는데, 먹는 것에 너무 빠진 탓일까… 녹음 도중에 전화가 오면서 이후에 나눈 대화가 하나도 녹음되지 않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기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인터뷰 내용이 기억난다 해도 멘트 하나하나까지 다 외우진 못하는 데다 똑같은 내용을 다시 묻는 것도 미안하기 때문이다.

죄인의 심정으로 이 사실을 알리자, “더 많이 말할 수 있어서 좋다”며 마음을 가볍게 해줬고, 다시 진행한 인터뷰였는데도 불구하고 주옥같은 생활 밀착형 개그를 쏟아내며 인터뷰에 성실하게 임해줬다. 정말 은혜로운 분이다. 마음이 너무너무너무 우람하죠!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드라이브 좀 즐기는 남자
평소 활동적인 성향의 우람 씨는 드라이브를 즐긴다. 시즌과 비시즌에 걸쳐 훈련을 지속하는 운동선수라는 직업 특성상 규칙적이고 명확한 취미를 갖기 힘든데, 드라이브는 나름의 취미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반전은 차가 없다는 점이다. 왠지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다가 바나나 껍질을 밟은 느낌이다. 드라이브는 즐기는데, 차가 없다. 이유가 있었다.

“원래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차는 없어요.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물질적인 거죠. 군대 전역하고 나서 사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차종은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렇다고 엄청 비싼 걸 사려는 건 아니고요. 남자다 보니까 차를 좋아하기도 하고, 한 번 살 때 마음에 드는 걸 사야지 오래 탈 수 있으니까 신중하게 고르려고요. 또 막상 시즌 중에는 차가 없어도 큰 불편함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지금은 빌려서 타고 다녀요.”

필자의 불찰로 인터뷰가 다시 이뤄진 날에도 홀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는 “옛날에 살던 용인에 왔는데, 오는 길에 벚꽃도 예쁘게 펴서 콧바람 쐬는 것 같고 좋아요”라며 봄기운을 풍겼다. 참고로 휴대전화 연결음도 계절에 맞게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으로 바꾸셨다.

드라이브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음악’이다.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왠지 과묵한 이미지일 것 같아서 발라드 음악을 들을 것 같았는데, 막상 물어보니 신나는 것 위주로 듣는단다.

그는 “운전하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도 좋아지더라고요. 따로 좋아하는 가수는 없고, 노래가 좋으면 챙겨 들어요. 운전할 때는 신나는 노래가 좋더라고요. 가끔 센치하고 싶을 때는 느낌 있는 노래도 들어요”라며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힙합도 챙겨 들으신다. 그는 “힙합도 자주 들어요. 그 녀석(여기서 ‘그 녀석’은 크리스 다니엘스다. 케이티는 2016-2017시즌 전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실질적 1순위로 그를 뽑았지만, 그는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짐을 쌌고 팀에게는 뼈아픈 요소였다. 상처가 컸을 모두를 배려해 김우람은 다니엘스를 ‘그 녀석’이라는 호칭으로 대신했다)이 듣던 힙합 리스트가 다 좋았어요. 보통 흑인들은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리드미컬하잖아요. 한 번은 ‘그게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다가 ‘힙합을 자주 듣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시즌 때 일부러 듣기도 했어요. 지금은 좋아서 듣고요”라며 ‘흥 우람’의 면모도 보였다.

결혼하면 아내에게 ‘사랑받을 입맛’
‘흥 우람’에 이어 ‘먹 우람’의 탄생이다.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푸는 편이란다.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는다. 

그는 “봉골레 파스타도 좋아하고, 치즈 들어가는 음식은 다 좋아해요. 토속적인 시골밥상도 좋아하고요. 거의 다 먹는다고 봐야죠. 하하. 맛있는 것 먹는 걸 좋아해요. 근데 막상 맛집을 찾아다니진 않아요. 그냥 한 번 시킬 때 푸짐하게 먹는 걸 좋아하죠. 메뉴도 항상 한 개 반에서 두 개 이상 시켜서 푸짐하게 먹어요.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먹는 거엔 아끼지 마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옷 사고 이런 건 아까워하는데, 먹는 거에 관련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매운 음식도 잘 먹는 ‘먹 우람’이다. 새하얀 얼굴만 보면 ‘저 매운 음식 1(하나)도 못 먹어요’ 이런 느낌인데, 뜻밖에 또 잘 드신단다. 그는 “짜증나게 매운 음식은 싫어하고, 얼큰한 느낌의 매움을 좋아해요. 매운 음식 먹다가 도리어 너무 매워서 쿨피스만 먹게 되는 그런 매움은 사절이고요. 스트레스 풀려다 더 받게 되더라고요”라며 ‘얼큰한 매움 파’라고 한다.

몸도 생각하면서 먹는다. 그는 “쉴 때는 그냥 밥만 먹어도 되는데,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일부러 고기를 한 번씩 챙겨 먹게 되더라고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인터뷰 날에도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과감하게 스테이크를 주문하셨다) 아, 그건 혼자 살다 보니까 그런 기회가 흔하지 않아서 주문했어요. 허허”라며 인간미도 뽐내셨다.

여행, 뭐 별 거 있나요?
우람 씨도 그간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그 흔한 제주도도 안 가봤어요. 전지훈련으로 가본 게 전부예요. 돌이켜보면, 휴가 때 시즌 중에 보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다 보니까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어떤 때는 휴가 때 너무 바빠서 ‘내가 비즈니스 하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하하. 이제는 여행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tvN에서 하는 예능 ‘윤식당’을 보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가까운 제주도라도 한 번 가고 싶긴 한데, 재활해야 해서 이번에는 마음을 비웠죠. 집이 충주에 있는데, 산속에 있어서 집 가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기분이에요.”

그곳, 충주에서 우람 씨는 선비처럼 생활했다고 한다. 아킬레스건 재활 때문에 서울에 상주해야 해서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재빨리 충주에 다녀왔다고.

“충주에 한 5일 정도 있었거든요. 집이 정말 한적한 곳에 있어서 있는 동안에는 세상을 뒤로하고 편하게 있었어요. 아버지랑 졸리면 자고 일어나서 배고프면 밥 먹고 심심하면 산 같은 데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아버지랑 평소에 땅이나 산세가 어떤지 보러 다니거든요.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고, 해는 또 어느 쪽으로 드는지 봐요. 자연 보러 다니는 거죠. 하하. 그러다 맛있어 보이는 데 있으면 먹고요. 또 집에 옛날 학교에 있었던 난로 같은 게 있는데, 거기에 호일 깔고 불 지펴서 고기도 구워 먹었어요. 정말 자연인처럼 지냈죠. 3일쯤 있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4일째 되니까 지루하더라고요. 그리고 5일째 되니까 짜증이 슬슬 올라왔어요.(농담) 그때 딱 서울로 올라온 거죠. 충주 생활에 만족감이 최대로 들게끔 굉장히 좋은 타이밍에 올라왔어요. 아버지께 ‘이제 하산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앞서 말했듯 해외에 여행하러 간 적은 없지만, 전지훈련 차 비행기는 자주 탔다. 그중에서도 또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곳은 2013 외인 트라이아웃 때 갔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였다.

“제가 군대 가기 전에는 외인 트라이아웃 때 구단별로 선수 한 명씩 데리고 가는 게 있었어요. 외국선수들이 뛸 때 볼을 돌려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러 간 거죠.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시차 적응한다고 4일 정도 골골댔어요. 밤에 잠이 안 와서 팔굽혀펴기를 하기도 했죠. 그러다 한국 오기 3일 전부터 ‘이러면 안 된다, 우람아. 돈 하나도 안 들이고 라스베이거스를 볼 기회가 언제 있겠니’라는 생각에 혼자 거리를 걸어 다녔어요. 저는 영어가 안 되니까 뭘 사진 못하고, 발로 움직인 거죠. 구석구석 건물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계속 걷기만 하니까 허리가 끊어질 것 같기도 했어요. 하하. 한국 갈 때쯤 돼서야 아웃렛에서 ‘How much?(얼마예요?)’도 나오더라고요. 적응되니까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더라고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케이티 농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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