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스트레스 해소법은 ‘운동, 또 운동’
[루키=김영현 기자] 미국 농구에 도전장을 내민 울산 모비스 피버스 이대성은 스트레스도 ‘운동’으로 푼다. 만인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술’도 그에게는 그저 투명하고 쓴 액체일 뿐이다.

그는 “술 한 잔 마시면 바로 얼굴이 빨개지는데 그대로 쭉 가는 스타일이에요. 못 마시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제가 술을 찾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팀 형들이랑 가끔 마시긴 하는데, 아직 술맛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등 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술도 뭣도 아닌, ‘운동’이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돌파구다.

“상무에서도 연습게임을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체육관으로 갔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그게 미련하고 저한테 도움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되게 답답해요. 형들이 ‘네가 열정적이고 욕심이 많은 걸 알지만, 이십 대 초반이 아니고 군대도 갔다 왔으면 이제는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너무 무턱대고 운동만 하면 부상이 올 수 있고, 오히려 네 몸이 처질 수 있다’고 조언해주시는데도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네요. 스트레스 받으면 운동으로 푸는데, 지금처럼 감기몸살이 오면 오히려 운동을 못 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는 이어 “다른 취미도 필요하고, 삶의 낙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잠깐 쉴 때 농구 말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양)동근이 형이 책 선물을 자주 해주시거든요. 서점 가실 일 있으면, 같이 가자고 해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다 사 주세요. 평소에 ‘후배들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흔쾌히 사주고 싶다’고 말씀하세요”라며 ‘책을 스트레스를 푸는 또 다른 돌파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여유가 생기면, 취미로 삼고 싶은 활동도 있을 터. 그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요. 예전에 기타도 배우고 싶었거든요. 박종천 케이티 코치님이 현역 선수로 우리 팀에 계실 때 방에서 기타를 치셨어요. 보고 ‘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가 기타 치면 되게 괜찮잖아요. 지금은 피아노로 바뀐 게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나서 수록곡들을 피아노로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김)효범이 형이 피아노를 잘 치신다더라고요. 그래서 형한테 배우기로 했어요”라며 ‘피아노 치는 남자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도전! 책 500권 읽기…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죠”
책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많지만, 그의 경우 양동근이 책 선물을 해줄 정도로 책과 친근하다. 특히 상무에 가기 전에는 ‘복무하는 동안 책 500권을 읽어보자’는 목표도 정했다고.

“상무에 가기 전에 속으로 ‘책, 500권 읽는다’ 이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140권 정도만 읽고 왔어요. 그것도 5개월 동안에 읽은 건데, 그 기간에는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무조건 책만 읽었어요. 군대라는 곳이 또 가면 힘들잖아요. 당시 책이 저의 피신처였죠. (최)진수(오리온) 형이랑 같은 방을 썼는데, 맨날 책만 읽으니까 ‘미친X’라고 했죠. 하하. 방에서나 이동할 때나 늘 책을 읽었으니까요. 더 읽어야 했는데, 선임돼서는 운동에 모든 걸 쏟아부은 거죠. 그게 좀 아쉬워요. 500권 읽기로 했으면, 다 읽고 와야 했는데 말이에요. 140권 읽은 거로도 저한테 너무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500권을 다 읽었으면, 더 성숙해지고 더 많은 지혜가 생겼지 않았을까 싶네요. 요즘이라도 읽으면 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안 읽고 있어요.”

그럼 검증해보기로 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인상 깊은 책이 뭐였냐?’고 묻는 것이다.

“군대 안에 도서관이 있거든요. 사서 같은 분은 따로 없고, 대출 기한도 없어요. (군필자가 아니므로 이 대목에서 약간 신기했다. 정말 쿨하게 책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이구나) 자기계발서나 소설 등 여러 책을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일본인 추바치 신이치라는 분이 쓴 ‘케냐 마라톤 왜 빠른가’라는 거였어요. 2013년에 나왔으니까 좀 오래된 책인데, 케냐 사람들이 세계 마라톤 대회를 휩쓰니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추적하는 거예요. 그분이 케냐에 직접 가서 취재했는데, 금메달 따는 사람들이 케냐 내에서도 ‘칼렌진’이라는 특정 부족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 부족의 경우, 과거에 먹고 살기 위해서 싸운 게 아니라, 다른 부족들이 자는 야밤에 먹을 걸 가지고 뛰어오곤 했대요. 유전적으로 그런 영향을 받은 거죠. 또 이 분이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분에서도 그 이유를 찾았어요. 당시, 케냐 마라톤 코치가 미국인이었는데, 그분이 말하길 과학적인 방법으로 훈련하게 시키니까 오히려 기록이 떨어지더라는 거예요. 근데 단순히 10분 동안 몸풀기로 뛰라고 하니까 자기들끼리 경쟁심이 생겨서 미친 듯이 뛰었대요.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그만큼 강하다는 거죠. 읽으면서 승부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거의 마지막에 읽은 책인데, 가장 와 닿더라고요.”

‘책 500권 읽기 도전’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 책 추천을 받았다.

“울고 싶으시다면, 심산 씨가 쓴 ‘엄홍길의 약속’을 권하고 싶네요. 산악인 엄홍길 씨가 결성한 ‘휴먼 원정대’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구성한 책이에요. 영화 ‘히말라야’의 원작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읽는데 그냥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경기 치르러 간다고 이동하면서 봤는데, 혼자 엄청 울었어요. 체육관 도착하니까 주위에서 ‘얼마나 잤으면, 눈이 그렇게 부었냐?’고 하더라고요. 눈물 코드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저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나 연인 사이에서의 슬픈 장면을 보면, 잘 안 우는데 유독 동료애에 관련된 걸 보면 그렇게 울어요. 농구선수여서 더 공감돼서 그런가 봐요.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도 엄청 울었거든요.”

즐겨듣는 노래? 잔잔한 게 좋아요!
특별히 취미라고 할 것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음악 감상’ 정도 되겠다. 평소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조용하고 잔잔한 클래식 류를 선호한단다. 코트에서 리드미컬하게 드리블 치는 등 플레이스타일을 보면 힙합을 즐겨 들을 것 같았는데, 이 대목에서 좀 의외였다.

“제가 노래 틀면, 형들이 끄라고 할 정도로 조용한 걸 좋아해요. 소울이 느껴지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선호하는 가수가 있는 건 아니고, 추천받아서 듣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 중에 와 닿는다 싶으면 그 노래만 계속 듣는 거죠. (군대에서 특히 와 닿은 곡이 많았을 것 같은데?) 여러 곡이 있는데, The Charlatans의 ‘So Oh’라는 곡을 자주 들었어요. 그때는 휴대전화 반입이 안 되니까 MP3에 노래를 담아서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들었거든요. 선임돼서는 (박)재현(오리온)이랑 방을 같이 썼는데, 제가 한 곡만 계속 들으니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괴로워하기도 했죠. (그거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고문 아닌가?) 근데 걔도 어느 순간 ‘이 노래, 너무 좋다’더라고요. 재현이랑 제가 반말할 사이는 아니고요. 중학교 동문이어서 군대 오기 전에도 친했고,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더 가까워져서 친동생처럼 지냈거든요. 한 곡만 계속 틀 때 한 번씩 ‘형, 이제 그만합시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허허.”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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