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농구밖에 모르는 바보… 물론 모든 선수가 다 그렇겠지만, 미국 농구에 도전장을 내민 울산 모비스 피버스 ‘활력소’ 이대성은 유독 더 그랬다. 선수들의 코트 밖 모습을, 인간적인 모습을 더 보여주자는 코너 특성상, 농구선수에게 농구를 지우곤 하는데 ‘농구 바보’ 이대성에게는 ‘농구’를 지우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술을 마시긴 하지만, 찾아 나서는 스타일이 아닐뿐더러 영화도 유명하다고 하면 보는데, 굳이 찾아보진 않는다고. 여행의 묘미도 아직 모르겠단다.

오죽하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운동’이었다. 이런 그에게 “좀 더 노셔야죠~”라며 악마의 손길을 뻗쳤다. 그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을 사람이지만 말이다. (검정 마스크를 끼고 인터뷰에 임한 이유는 감기를 옮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분… ‘감기에 걸려서 운동을 못 하는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농구밖에 모른다… 정말)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여자 친구 앞에서는 ‘아들 같은 남자’
쉴 때는 어떻게 쉬느냐고 물으니, “잠자고 얘기하는 것 외에는 별것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나마 여자 친구와 만나서 데이트하는 것 정도가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외박 받으면, 여자 친구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고 일반적인 데이트를 하는 편이에요. 영화라고 해서 특히 선호하는 류가 있는 건 아니고, 인기 있다고 하면 보는 식이에요. 좀 재밌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네요”라고 말했다. 왠지 영화도 농구와 관련된 걸 볼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농구 영화는 없지 않나요? 굳이 그러진 않아요”라고 웃었다.

여자 친구와 있을 때도 농구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는 “진지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상황을 하소연하듯이 말하곤 하죠. 여자 친구도 저를 만나다 보니 농구를 많이 알게 됐는데 그렇다고 먼저 농구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니고, 제가 얘기하면 들어주는 식”이라고 했다.

여자 친구 앞에서는 우리가 아는 농구 선수 이대성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터.

“집에서 장남이다 보니, 부모님에게 기대기보다 저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지내온 편이거든요. 아무래도 여자 친구 앞에서는 기대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래 만나다 보니, 가족만큼 편하고요. 요즘 저보고 ‘아들 같다’더라고요. 감기에 걸리고 하니까요. 또 제가 운동하다 보니까 평소에 보양식을 챙겨주려고 해요. 저는 숙소에서도 잘 나오니까 따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데, 여자 친구가 억지로라도 먹으라고 챙겨줘요. 얼마 전에도 저보고 전복을 먹어야 한다더라고요. 몸에 열이 많은 편인데, 전복이 몸을 차게 해준다고요. 고맙죠.”

평소 여동생도 잘 챙겨주는 등 ‘오빠 미’를 풍기지만, 막상 여자 친구에게 이벤트를 하거나 낯간지러운 것은 못한다고. 그는 “이벤트 같은 걸 해주고 싶은데, 성격상 잘 못 해주죠. 가끔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는 편이에요. 제가 평생 쓸 편지는 훈련소에서 다 쓴 것 같아요. 하하. 자주 못 보니까 오래 사귀어도 연애 초기 같은 느낌”이라며 ‘사랑꾼’의 면모도 보였다.

“하와이 여행이요? 검색하는 게 빠를 걸요~^^”

그간 <페이버릿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였던 ‘여행’도 그에게는 먼 영역이었다.

“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했고, 그동안 갈 여건도 안 됐어요. 프로 데뷔 시즌에는 끝나자마자 발목을 수술해서 입원해 있었고, 2년차 시즌에는 마치고 바로 상무에 갔잖아요. (그렇죠… 군대로 여행을 떠나셨죠…) 형들은 시즌 끝나고 여행 갈 생각으로 버티시던데, 저는 아직 여행의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좋은 곳을 추천받아서 추억도 쌓고 싶어요. 가고 싶은 곳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휴양지가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주로 얘기하는 괌이나 푸껫, 하와이처럼 말 그대로 쉴 수 있는 곳이요.”

그의 이력만 봤을 때,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하와이를 뽑았다는 것에 의아할 수 있다. 2011년 중앙대에서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디비전2 소속인 브리검영대 하와이캠퍼스(BYU)에 편입했기 때문이다. 

하와이 관련 정보를 들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오산이었다. 수업을 따라가기 바빴고, 숙제와 훈련으로 인해 그에게 여유란 없었다. 오죽하면 본인도 “하와이 여행지는 저한테 묻기보다 검색하는 게 빠를 거예요”라며 웃어 보였다.

“1년 반 정도 있었는데, 여행할 여력이 안 됐어요. 공부만 했죠. 그때는 욕심이 많았고, 부담도 컸거든요. 저한테 노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실적 여건도 안 됐어요. 기준 학점이 안 되면 경기에 못 뛰니까 숙제하기 바쁘고, 영어 보충 수업도 들어야 해서 하루에 강의를 네다섯 시간씩 들었거든요. 강의 듣고 운동까지 하면 이미 몸이 녹초였어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그에게 부끄럽지만, ‘여행도 좀 하셨어야죠’라고 했다)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후회되진 않아요. 그래도 한국에 있다가 낯선 하와이에서 학교생활을 했으니까 일상이 여행이었다고 생각해요. 학교 바로 앞이 바닷가였거든요. 하와이가 생각보다 넓고 여행지도 많은데, 저는 학교에만 박혀 있어서 자주 돌아다니진 못했어요. 여행 계획 잡아서 다녀오신 분보다 제가 더 안 갔을 거예요.”

평소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스타일이어서 미국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단다. 

그는 “가리는 게 없어서 잘 맞았어요. 거기서는 햄버거도 많이 먹었는데, 옥수수를 좋아해서 엄청 먹었어요. (햄버거 쪽으로 좀 더 파고들었다) 하와이에는 햄버거로 유명한 ‘쉑쉑버거’나 ‘인앤아웃’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인앤아웃 버거’는 본토에 경기 뛰러 가서 먹어봤는데, 제가 그런 거에 감흥이 없어서 맛을 비교하진 못 하겠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음식도 그리웠을 터) 원래 뭘 따로 찾아서 먹고 그러진 않는데, 미국에 있을 땐 왠지 모르게 잡채가 먹고 싶더라고요. 한국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께 해달라고 해서 잡채부터 먹었어요.”

영어 회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요?
엘리트 농구선수의 길을 밟았던 터라 책상보다 체육관이 더 친근했다. 그랬던 그는 편입을 위해 영어 기초부터 시작해 토플 60점을 넘겼고, 유학 생활 동안 회화까지 섭렵했다. 어릴 때부터 대학에서까지 줄곧 영어 공부를 해도, 어려운 것이 영어 회화인데 말이다.

“제가 미국에 갈 수 있게끔 알아봐 주시고 도와주신 형이 있거든요. 그 형이 저한테 그랬어요. ‘최소한 우리가 이 도전에 실패해도 네가 인생을 살면서 영어 하나는 배우지 않겠냐.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지나고 나니 더 와 닿는 말씀인 것 같아요. 미국에서 영어가 많이 늘었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죠. 팀에서도 포인트가드여서 동료들한테 패턴도 부르고 해야 하는데, 의사소통하기에 어려움이 컸어요. 그래도 3~6개월 정도 되니까 알아듣는 데 문제는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눈치가 는 거라고 봐야죠. 한 외국 친구랑 얘기하면 이 친구의 화법에 적응돼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데, 낯선 사람한테는 그게 안 되니까 불안해서 오히려 거리를 두기도 했고요. 차츰 나아져서 나중에는 일상생활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지금도 듣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거의 다 까먹었어요.”

이쯤 되면 ‘선생님’으로 모셔야 한다. ‘DASH(이대성의 영어 이름)’ 선생님이 영어 회화 공부 비법을 전수해줬다. 과연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개인 의지에 맡겨야 할 듯싶다…

“아무래도 연수가 제일 좋은 방법이죠. 1년만 있으면, 그냥 무조건 귀가 열린다고 생각해요. 근데 또 1년 있으면,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고 착각하기 가장 좋다더라고요. 제가 딱 그랬거든요. 1년 반 정도 있으면서 꿈에서도 영어로 말하길래 ‘이제, 됐다’ 싶었는데, 한국 들어와서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언어라는 것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까 미국에 5~6년 정도 계신 분들은 오히려 점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다더라고요. 연수가 아니라면, 외국 친구를 사귀는 걸 권해드리고 싶어요. 영어학원이나 단어 외우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외국 친구를 사귀어서 직접 말하고 배우는 것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또 아예 영어를 기초부터 시작하는 단계라면 ‘시원스쿨’을 추천해드리고 싶고요. 저처럼 운동하느라 영어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분들이 어떻게 영어 공부했느냐고 묻곤 하시는데, 그때마다 ‘시원스쿨로 시작하세요’라고 말하거든요. 제가 자꾸 ‘시원스쿨, 시원스쿨’하니까 주변에서 ‘너, 시원스쿨에서 뭐 받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추천해요. 하하. 기본적인 문법을 알려주되, 재밌고 색다르게 가르쳐주더라고요. 시작은 시원스쿨로 했고, 그 후에는 토플 시험을 준비해야 해서 전문 학원에 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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