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산이 닮은꼴 효근이, 힙합 좋아요♡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루키=김영현 기자] 한양대 시절부터 프로에 온 지금까지 정효근(전자랜드)의 연관 키워드는 늘 래퍼 산이다.

피가 섞인 게 아닐지 궁금할 정도로 똑 닮은 외모다. 외모뿐만 아니라, 정효근이 모두 힙합을 즐긴다는 데서 또 다른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힙합 듣는 걸 되게 좋아해요. 힙합 가사가 도전적인 게 많잖아요. 가수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예전에는 다이나믹 듀오 걸 자주 들었어요. 옛날 것도 듣고요. 노래마다 추억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스윙스 걸 자주 들어요. 랩 잘하는 사람은 다 좋아하는데, 도끼는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좋아했어요. 힘들 때는 도끼의 ‘On My Way’나 스윙스의 ‘이겨낼 거야’라는 곡을 주로 들어요”라며 힙합 사랑을 드러냈다.

즐겨들을 뿐만 아니라, 노래방에서 직접 부르기도 한다고. 이전에 한양대 동기로 절친한 한상혁(LG)과의 <페이버릿 인터뷰>에서도 그의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그렇게 랩을 잘한다고 했다. 

래퍼 효근이는 “제가 노래를 못해서 랩을 하는 것”이라며 “산이 거나 MC몽 것도 자주 불러요.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을 가장 자주 불렀는데, 이제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고백’을 더는 부를 수 없게 된 데는 슬프고도 웃긴 뒷이야기가 있었다.

2017년 1월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는 다음날 열릴 올스타전에 앞서 전야제가 열렸다. KBL은 ‘복면가왕’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는데, 이는 한 공중파 프로그램을 따라 한 것으로, 10개 구단별로 한 선수씩 대표로 나와 가면을 쓰고 노래 실력을 다투는 것이다. 이 행사에 전자랜드는 ‘구단 대표 래퍼’ 효근이가 참가했다. 그에게는 이날의 일이 아프고도 쓰린 추억으로 남았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입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제가 원래 그렇게 못하진 않아요. (흥분지수가 올라간 효근이는 마치 산이처럼 랩을 쏟아내는 듯했다) 노래방에서 하면 잘할 자신 있거든요. 다른 노래는 아니어도, 그 노래는 자신 있어요. 다이나믹 듀오 '고백'이요. 제가 올스타전 세 번째로 참가하는 건데, 전야제를 다 가봤거든요. 지난해 올스타전 전야제만 해도 소소하게 진행해서 이번에도 소규모로 열리는 건줄 알았어요. 구단에서 복면가왕 해야 한다고 해서 ‘네, 알겠습니다’하고 노래를 못하니까 랩을 한 건데… 웬걸. 무대가 엄청 큰 거예요. 흑역사 하나 생성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긴장도 엄청 했고, 그쯤에 제가 독감에 걸려서 기침만 한 달을 했거든요. 뜨거운 물을 계속 마셨는데 긴장하니까 기침이 더 나오더라고요. 당연히 목 상태도 안 좋았고요. 리허설을 못했는데, 마이크 음량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못 잡겠더라고요. 그렇게 부른 건데, 한 번 안 되니까 너무 창피한 거예요. 제가 쓴 가면이 완전 어두워서 가사도 아예 안 보였고요. 노래 끝나자마자 큰일 났다, 더는 농구계에 있을 수 없겠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랩 하듯 당시에 들었던 생각을 쏟아낸 그에게 만회할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자, “아니에요. 별로 만회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상처가 꽤 깊었음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함께 있던 구단 관계자에게 은근슬쩍 팬즈데이에 선수들이 노래를 한 곡씩 하는 건 어떠냐며 제안하기도 했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전자랜드 팬 여러분~ 이번 시즌 끝나면 랩 좀 하는 효근이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술과 책, ‘의외의 모습’도 있는 남자

농구선수 대부분은 일반인의 주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잘 마신다. 농구선수 중에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근데 웬걸.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그게 정효근이었다.

그는 “저는 술 진짜 못 마셔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시뻘게져요. 대신 주사는 없어요. 여태까지 살면서 술 때문에 필름이 끊긴다거나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제가 정말 작정하고 마시면 두 병 정도인데, 한 병반까지는 토하지 않고 마실 수 있어요. 근데 두 병부터는 속이 울렁거리죠. 친구들이랑 마실 때는 처음에 속도를 맞추다가 나중에는 제가 알아서 빼요. 근데 구단 전체 회식 같은 걸 하면 맞춰야 하니까 마시다가 속을 비우는 식의 반복이죠. 그때는 정말 정신력 싸움이에요”라며 술에 약하다고 했다.

그에게서 찾은 의외의 모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항상 밝고 유쾌한 모습의 소유자이다 보니,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홀로 방에 있을 때 책도 좀 읽는 남자였다.

그는 “원래 책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에요. 근데 이번 시즌 1, 2라운드 때 제가 너무 부진했잖아요. 그래서 의지할 곳이 필요하더라고요. 방에 가만히 있으면 짜증만 나고,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한 권 샀는데 내용이 정말 좋더라고요. ‘당신은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는 책이거든요. (이 책에서 마음에 크게 와 닿은 구절이 있었는데, 순간 기억이 나지 않은 효근이는 고기를 먹다 말고 가방에서 책을 직접 꺼내 들었다) 그러니까 남들이 다 하는 것에 매달려서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서 그 분야에 독보적인 사람이 되라는 거예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죠”라고 설명해줬다.

이 모습을 담고자, 나중에 책 읽는 척 연출해달라고 했다. 친절한 효근 씨는 다해줬다. 막상 고깃집에 덩그러니 앉아 책 펴고 자세 취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고깃집 불판과 책의 미스매치였다. 그도 “아~ 책도 잘 안 읽으면서 사진 찍으려니까 민망하네요”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사진기자의 요구에 친절하게 응해주며 인터뷰를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사진 = 김재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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