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①편에 이어... 

이승현? 우승하고 MVP 받았으면 됐잖아...
박지영(이하 '지영'): 이번 시즌에는 농구가 신인 빅3로 인해서 화제가 많이 됐었는데, 그러고보면 김종규 선수도 데뷔 했을 때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잖아요. 경희대 빅3였고!
김종규(이하 '종규'): 그죠. 저희도 경희대 시절도 나름 빅3라고 불렸죠. 저랑 (김)민구(KCC) (두)경민이(동부)까지요. 그 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죠. 올해 ‘빅3’라면서 (이)종현(모비스)이나 (강)상재(전자랜드), (최)준용(SK)이가 주목 받으니까 저도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신인상이나 인기상은 제가 뭘 해내서 거기에 대해 평가를 해줬다기 보다는 저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생각해요. 
지영: 생에 한번 밖에 못 받는 신인상인 데도요? 
종규: 제가 뭘 보여줘서 받은 상이라기보다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해주길 바라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주셔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보답하고 싶고요. 농구를 정말 잘하고 싶어요. 앞으로 MVP도 타고, 농구를 하면서 이뤄나가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지금까지 받은 상은 저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신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영: 학창시절부터 그런 ‘기대감’을 갖게 농구를 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경희대를 오랫동안 최강으로 이끌었고...
종규: 아... 그랬죠. 저희 전에는 (오)세근(KGC)이 형이랑 (김)선형(SK)이 형이 있던 중앙대가 최강이었고 저희 졸업 후에는 고려대가 잘했고...
지영: 어때요? 전성기의 경희대, 중앙대, 고려대를 놓고 보면 어디가 정말 최강팀이었을까요?
종규: 다 좋은 팀이죠. 좋았을 때를 놓고 보면 그래도 형들이 워낙 잘했으니까 중앙대랑 저희 싸움이 되지 않을까요? 고려대는 제가 종현이를 막으면 될 것 같은데... 아! 고려대에 (이)승현(오리온)이가 있었구나. 승현이가 문제네요. 우리 애들(김민구, 두경민)이 높이가 있지는 않아서 승현이를 잡는 게 문제겠어요.
지영: 그래도 이승현 선수는 “종규형이 내 앞길을 항상 막았다”고 하던데요?
종규: 그럼 뭐해요? 승현이는 우승하고 MVP도 받았잖아요. 벌써 다 한 거죠. 저는 아직 이룬 게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 힘든 함지훈-오세근, 특별한 김주성
지영: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비롯해 선배들을 포함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는 누군가요?
종규: 함지훈(모비스) 형이랑 (오)세근이 형이요! 너무 힘들어요! 힘도 좋고 농구를 잘하니까 제가 빨리 지쳐요. 매 순간순간 긴장을 해야 하니까요. 형들 같은 경우에는 볼을 안 잡았을 때도 긴장을 해야 되요. 그게 정말 보이지 않는 큰 부분이거든요. 볼이 없는 곳에서의 움직임이 정말 강한 형들이에요. 정말 이 사람 한 명 상대하는 것도 힘든데 그 밖에 제가 해야 할 것도 있으니까 상대하기 정말 힘들죠.
지영: KBL을 대표하는 센터였던 동부의 김주성 선수가 2016-17시즌에는 센터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3점슛을 장착한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더 이상 골밑에서 버틸 수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은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같은 포지션 후배 입장에서 볼 때는 어땠어요?
종규: 그게 (김)주성의 형의 또 다른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센터는 몸으로 부딪히는 게 많으니까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약해지면 골밑에 못 들어가는 게 어쩌면 당연해요.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죠. 이번에 주성이 형을 보면서는 ‘이 형은 정말 대단한 선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다른 센터들 같으면 은퇴했을 거예요. 하지만 주성이 형이니까 그런 활약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정말 어릴 때부터 롤모델이었던 선수 중 한 분이었는데 같이 뛰면서 느끼니까 더 대단하고 놀라운 거 같아요. 

지영: 김종규에게 덩크란? 
종규: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재능이죠! 제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전 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고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하하.
지영: 경기 중에도 덩크를 많이 보여주는 데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덩크슛이나 다른 플레이가 있어요?
종규: ‘인 유어 페이스 덩크’죠. 그냥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막아서는 수비수를 정말 몸으로 날려 버리고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나선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처럼 넘어져 있는 그 선수를 내려다보는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네요. 어떤 면에서는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특히나 피지컬 부분이 더 강조되는 센터로서는 그런 치열한 몸싸움 속에 강력한 상대 수비수를 쓰러뜨리고 덩크를 성공시켰다는 게 정말 엄청난 뿌듯함 아닐까요?
지영: 아... ‘인 유어 페이스’ 덩크... 갑자기 조 잭슨(전 오리온)이 떠올라서...(웃음) 만약 그런 덩크를 성공시킨다면 누구 앞에서 하고 싶어요? 설마 작은 선수들은 아니죠?
종규: 당연히 아니죠! 글쎄... 누가 좋을까요? 음... (오)세근이 형이요! 적어도 KBL MVP 앞에서 성공하면 그 느낌이 더 특별하지 않을까요?(웃음) 아! 그런데 세근이 형이 넘어져있으면 얼른 가서 일으켜드려야죠. 그 세리머니는 못하겠네요...

내년! 4년 주기의 대운이 돌아온다!
지영: 성격이 정말 유쾌하네요. 슬럼프도 없을 것 같은데. 
종규: 정말 많았어요. 항상 슬럼프 속에서 살고 있는데요. (웃음)
지영: 어떨 때요?
종규: 스스로 ‘농구가 재미없다’고 느끼면 그게 슬럼프 같아요.
지영: 그게 언젠데요?
종규: 사실 너무 많아요. 하하... 제가 농구가 안 된다거나 하기 싫을 때, 혹은 잘 되지만 팀이 자꾸 진다거나 할 때요. 
지영: 어떻게 극복하나요?
종규: 다시 너무 재밌고 너무 하고 싶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기본적인 것부터요. 세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슛 컨디션을 항상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고, 제가 코트에 들어갔을 때 기복 없는 꾸준함도 중요한 것 같아요. 두 번째가 체력이고 마지막은 마인드요! 자신감 있는 마인드, ‘어떤 순간이 와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하죠. ‘원래 잘 해왔으니까’라는 마인드를 항상 하려고 노력해요.
지영: 지난 시즌도 그런 적이 있었나요?
종규: 이번에는 부상 때문에 ‘다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건강의 중요성을 정말 깊이 깨달았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금 더 독해지고 조금 더 간절해져야 할 것 같아요. ‘간절함’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던 시즌이었거든요. 내년엔 더 잘하고 싶어요. 열심히는 항상 할 수 있지만 잘하는 건 힘들잖아요. 잘하려면 기회를 많이 받아야 하고요. 기회를 많이 받으려면 다치지 않고 건강해야 하니까...

지영: 2017-2018 시즌이 더 기대되네요. 느낌 어때요?
종규: 좋아요! 지금 엄청 힐링 중이거든요. 모든 것을 비우고, 버리는 중이라고 할까요. 내년엔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지영: 참신하네요. 술로 비유를 하다니!
종규: 항상 처음처럼!(웃음) 저에겐 4년 주기가 있어요. 2010년에는 첫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고, 2014년엔 프로데뷔하고 신인왕도 받았거든요. 4년 주기로 대운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지영: 그럼 내년이 딱 그 4년 주기네요!
종규: 네! 저의 해가 돌아오고 있어요. 2018년!(웃음) 사실 이번 시즌이 너무 안 풀렸어요. 이보다 더 안 될 순 없었죠. 안 좋은 건 다 당했어요. 더 이상 안 좋을 순 없을 것 같아요. 내년은 정말 느낌 좋아요.

지영: 김종규에게 농구란?
종규: 전부요. 너무 진부하지만 그것 밖에 답이 없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 게 농구니까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에게 농구는 항상 1등이에요. 누가 뭘 가져다줘도 항상 최우선 순위죠. 저는 아직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농구선수로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요. 
지영: 어느 정도 되면 다 이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종규: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로 인해 팀이 우승을 하는 것? 정확히 말하면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거죠.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 그제야 뭔가를 이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승이 가장 큰 목표지만 팀이 우승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건 싫어요. 성민이 형이나 시래 형이 기여를 많이 하고, 나는 박수치고 이런 거 말고요. 제가 팀 우승에 중심에 있는 그런 거요! 개인적으로는 MVP를 받았을 때 무언가를 이뤘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그때 되면 “제가 이만큼 했잖아요”라고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 밟아가야 하는 과정이지만 적어도 “다 이뤘다”라고 말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영: 김종규 같은 선수가 KBL에 많이 들어오면 농구의 인기도 올라가겠죠?
종규: 사실 농구의 인기가 예전만큼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려면 농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김)민구 같은 스타일의 농구를 하는 선수가 많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재미까지 있으면 더 좋겠죠?저 같은 선수는 저 하나로 충분해요! 없어도 되니까 더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지영: (웃음) 입지 구축이 확실하네요. 응원해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종규: 이번 시즌 개인적으로 아쉬워서 많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두 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못가서 정말 죄송한 마음이 큰데 그대로 끝까지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도 많이 받았습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지금처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 내년 시즌에는 정말 좋은 모습으로 후회 없는 모습으로 보답을 하겠습니다.
지영: 목표는?
종규: 당연히 우승입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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