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화려함.’ 아마도 김종규(창원 LG)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큰 키와 수려한 외모, 서글서글하고 유쾌한 성격에 두 눈을 사로잡는 덩크까지... ‘평범함’을 찾기 힘든 스타일이다. 

경희대 시절부터 존재감이 남달랐던 김종규는 역시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했다. 살면서 한번 밖에 수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고 올해는 KBL 최고의 선수들만 받을 수 있는 ‘인기상’까지 휩쓸었다. 하지만 김종규의 표정에서 ‘만족’이란 느낌은 요즘 말로 ‘1도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나 중요한 시기에 부상을 당해 예년보다 유독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얘기한 김종규. 이런 그에게 돌아오는 2017-2018시즌은 누구보다 특별하고 의미가 있다고. 

‘화려함’과 더불어 ‘유쾌함’, 때때로 ‘진지함’까지 보여준 매력만점 김종규와의 ‘후회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부상으로 힘들었던 시즌, “나 없는 PO는 안 봐!”
박지영(이하 '지영'): 비시즌은 잘 지냈어요?
김종규(이하 '종규'): 네! 푹 쉬었죠. 집에 많이 있었고요. 농구는 아예 안보면서! (웃음)
지영: 플레이오프 안봤어요?
종규: 네. 제가 저 자리에 없으니까 보기가 싫더라고요.
지영: 그만큼 마지막도 참 아쉬웠어요.
종규: 이번 시즌은 후회가 정말 많이 남아요. 그래서 비시즌에 더 숨어 다녔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면서요. 원래도 그렇지만 지난 시즌 끝나고 유독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플레이오프만 가면 뭔가 해볼 수 있는 시즌이었는데 못가서 아쉬웠고, 피 말리는 일정을 계속 소화하면서 무릎 관리도 해야 하니 많이 힘들더라고요. 

지영: 부상 때문에 힘든 시즌이었죠?
종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이번에는 정말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시즌 시작부터 부상을 당했고... 또 어느 정도 올라와서 뭔가 해보려고 하는 순간에 또 다쳤잖아요. (조)성민이 형도 오고, (김)시래 형도 돌아왔기 때문에 너무 기분도 좋고 설렜어요. 정규리그에서 상위권은 아니었지만 플레이오프만 진출하면 더 큰 목표도 가능할 것 같았는데...
지영: 설레는 찰라 부상을 당했어요. 지긋지긋했을 것 같아요.
종규: 맞아요. 부상 때문에 이렇게 아쉬웠던 적은 처음이니까요. 성민이 형이 오고 나서 첫 두 경기를 잘했기 때문에 뭔가 될 줄 알았는데, 바로 그렇게 부상을 입게 되서 개인적으로 너무 화가 났어요.
지영: LG 팬들에게도 거의 ‘재앙’수준이었어요!
종규: 아... 어느 정도로 화가 났냐면... 진짜 재활도 악으로 했어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피부도 많이 상했고요.(웃음) 
지영: 그러고 보니 지금은 피부가 많이 좋아졌네요?
종규: 관리했죠!(웃음) 당시에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다들 ‘그랬을 거다’라며 격려해주시는 데 진짜 얼마를 생각하시든 정말 몇 백배는 더 받았을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플레이오프만 가면 뭔가 해볼 수 있다고...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도 많았지만 정말 끝까지 기대가 있었는데 딱 부상을 당했으니까요...

지영: 사실 인터뷰하다보면 성격이 너무 좋아서 스트레스는 잘 안 받을 것 같은데...
종규: 아니에요. 저도 사람인데요.(웃음) 엄청 예민한 스타일도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지도 않아요. 사실 제가 받는 만큼 다른 선수들도 스트레스 받을 거예요. 스트레스 없는 선수가 어디 있겠어요? 시합을 많이 뛰는 선수나 많이 안 뛰는 선수나 다들 나름대로 각자의 고민이 있을 테니까요. 얼마나 대단한 선수가 되느냐는 그걸 어떻게 이겨내고,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있느냐의 문제 아닐까요? 저도 빨리 이겨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에요.
지영: 혹시 방법을 찾긴 했나요?
종규: 음... 혼자 스트레스 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숙소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프라모델도 조립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해요.
지영: 프라모델 조립하다가 스트레스 더 쌓이겠어요.(웃음)
종규: 아! 얼마 전 저의 새로운 재능을 찾았어요!!
지영: 뭔데요?
종규: 사격이요! 제가 스스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너무 잘하더라고요.(웃음)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항상 고맙고 미안한 조성민
지영: 조성민 선수 역시 이적 후 ‘김종규를 MVP로 만들겠다’는 인터뷰도 했더라고요!
종규: 저도 인터뷰를 봤는데, 그렇게 말해준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죠. 다른 팀이었지만 예전부터 성민이 형과는 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가까워 졌어요.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죠.  
지영: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종규: 저도 형에 대해 잘 알고 있기도 했지만... 성민이 형은 정말 특별한 존재에요. 너무 고마운 사람이에요. 성민이 형이 왔던 시기에 시래 형도 함께 돌아왔으니까 뭔가 일이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첫 경기 부터 30점을 넣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니까 뭐가 되더라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지영: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나 봐요?
종규: 네. 그래서 부상을 당했을 때도 ‘앞으로 잘 풀리려고 안 좋은일이 먼저 닥친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도 “더 잘 되려고 이러는 거”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일본에 가서 정말 독하게 재활 했어요. 온통 무릎에 대한 생각 밖에 안했거든요. 빨리 낫고 하루빨리 복귀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리고 부상당했을 때 처음 나왔던 예상보다도 빨리 복귀했죠. 복귀 후 2연승을 달렸는데 그 경기들의 임팩트가 저에겐 정말 강렬했어요. 게임을 뛰면서도 절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지영: 사실 LG가 시즌 막판에 케이티와의 경기에서 발목이 잡혔잖아요. 우선 조성민 선수와 트레이드 된 김영환 선수의 버저비터로 경기를 놓쳤을 때는 솔직히 어땠어요?
종규: 재활을 하면서 봤어요. 싸이클 타면서 경기를 보다가 당연히 ‘이겼다’고 생각했죠. 힘이 막 나더라고요. ‘빨리 복귀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버저비터가 나왔어요. 그거 보는 순간 힘이 쫙 빠지더라고요. 영환이 형이 림에 매달리는 세리머니가 얄밉기까지 하더라고요. 물론 형 마음도 이해하는데... 사실 그 만큼 저나 우리 팀에게 충격이 컸던 거죠. 
지영: 뛰지도 않는데요? 
종규: 정말 중요한 경기였잖아요. 그리고 경기를 질 때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이건 단지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힘이 빠졌던 것 같아요. 
지영: 양 팀이 주장을 맞트레이드 하면서 정규리그 말미에 LG와 케이티의 대결이 많이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종규: 성민이형에게 정말 미안한 게 제가 케이티랑 마지막 경기 때 정말 못했거든요. 사실 너무 잘하고 싶었어요. 형이 오자마자 처음 케이티랑 펼친 맞대결을 그렇게 졌기 때문에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너무 잘하려고 하다보니까 더 안 되더라고요. 몸이 엄청 무거웠는데, 그날은 오전에도 운동을 했거든요. 잘하려고요. 몸 상태가 확실히 되어 있어야 경기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결과적으로 무리였죠. 경기를 들어갔는데 정말 몸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지면 안 되는 경기인데 또 졌어요. 저는 너무 못했고요. 그래서 성민이형한테 아직도 미안해요.

지영: 시즌 끝나고 가장 크게 느낀점은 뭔가요?
종규: 희망이요. 그리고 경험? 부상 때문에 아쉬운 시즌을 보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몸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대표팀 다녀와서 어느 정도는 휴식을 했어야 했는데, 비시즌 훈련을 함께 못한 것 때문에 팀에 미안함도 있었거든요. 전술적으로 제가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빠져있는 것 자체가 미안하더라고요.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하려는 생각에 충분히 컨디션 관리를 하지 못한 점도 아쉬워요. 지난 번 대회(2016 FIBA 아시아 챌린지)가 이란에서 열렸잖아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열악한 여건 속에서 몸이 많이 망가졌었는데 충분하게 회복기간을 갖지 않았던 게 독이 되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마음만 앞섰나 봐요.

인기의 비결은 창원의 농구팬
지영: 이번 시상식에서 인기상 받았잖아요! 인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종규: 비결이라고 하는 것 보다...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요.
지영: 뭐요?
종규: 창원 팬은 사랑입니다!(웃음) 정말 열정적이세요. 유독 창원이 농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거든요. 인기상의 비결은 팬들 덕분이죠.
지영: 팬 사랑이 대단하네요. 창원 LG 팬 자랑 좀 해주세요!
종규: 제가 얼마 전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창원에서 병원에 가는 길이었는데 원래는 구단 차로 가곤 하지만 그날은 택시를 잡아야 했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너무 택시가 안 잡히는 거예요. 기다리다 못해 ‘히치하이킹 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에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었어요. 그랬더니 잠시 후에 정말 차가 한 대 멈추더니 “김종규 선수 어디가세요?”라고 묻더라고요. 정말 병원까지 데려다 주셨어요. 저를 알아보실 정도면 그만큼 농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대단한 거 아닐까요?  
지영: 나중에 창원 시장이나 경남도지사에 도전해보는 게...
종규: (웃음)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그만큼 창원은 농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해요.
지영: 창원 팬들 정말 대단하네요. 감사의 인사 한마디 하세요!
종규: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항상 한결같은 느낌? 농구도 좋아하시지만 저희 LG 선수단을 사랑해주고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분위기부터 다르죠! 체육관 와보셔서 알겠지만 홈 경기 분위기가 정말 최고에요!

지영: LG는 선수 김종규에게 어떤 팀인가요?
종규: 부족한 부분이 없죠! 가끔 ‘와 정말 살아있다’고 느껴요. 무엇보다 저 스스로 느끼는 점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가끔 보면 다른 팀과 확실히 다를 때가 많아요. 자랑스러워요!
지영: 인기상 공약도 잘 봤어요. 춤 잘 추던데요?
종규: 사실 이번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저희 팀이 잘했을 때 그런 걸 시키면 얼마든지... 정말 뭐든지 할 수 있거든요. 춤만 추겠어요? 노래도 하고 뭐든 하죠. 그런데 제가 공약을 걸긴 했지만 팀이 플레이오프에 못 갔는데 시상식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전 예능인이 아니고 농구 선수니까 농구부터 잘해야죠! 농구가 잘 되면 얼마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지영: 반은 예능인 같던데요...
종규: 아직 반도 안 보여줬어요. 나중에 진짜 보여드리면 깜짝 놀라실 걸요! 하하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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