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행복’

[루키=김영현 기자] 20대 중후반이면, 한창 버는 돈에 즐거움을 느끼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을 때지 않나. 하지만 이재도는 ‘절약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정확히 말하면, 본인에게 돈 쓰는 것에 인색한 편이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절약은 심하게 하는 편이에요. 저한테 돈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비싼 옷과 신발을 사는 것에 관심이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런 거 없이도 살 수 있는데, 굳이 필요한가 싶은 거죠.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여유 있을 때면 몰라도, 지금은 제 집 마련이 1순위예요.”

자신에게는 인색하지만, 지인과 함께할 때면 지갑이 스스럼없이 열린다. 그는 “저 자신에게 선물하는 건 사치지만, 술값은 그렇게 아까워하지 않아요. 친한 선후배들이랑 술 마실 때 20~30만원씩 나와도 그냥 사요. 좋은 사람들이랑 술 마시면서 걱정 없이 사는 게 저한테 주는 선물인 것 같아요”라며 아주 인자한(?) 소비 습관에 관해서도 알려줬다.

그가 절약하는 습관을 갖게 된 데는 장손으로서의 책임감도 한 몫 한 듯하다.

그의 애틋한 조부모 사랑은 타 매체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프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홈과 원정을 오가는 빡빡한 경기 일정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기 위해 손자로서의 예를 다했다. 지금도 그 사랑은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 깊어졌다. 생활 곳곳에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집과 숙소를 오갈 때 차가 필요하다 보니, 신인 때 할아버지한테 차를 물려받았어요. 2004년에 사신 거니까 엄청 오래된 건데, 할아버지가 타셨던 거라 계속 타고 싶은 거죠. 제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서요”라며 가슴 속 이야기를 꺼냈다.

말하는 도중에도 감정이 복받치는 듯 고개를 잠시 숙이기도 했다. 받은 사랑을 깨닫는데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일찍이 알고서 그 사랑을 다시 나누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는 모습에서 깊고도 넓은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제가 이렇게 되기까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도움이 컸어요. 어릴 때부터 같이 살다시피 하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거든요. 프로에 오기 전까지 주말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다 제가 신인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프로에 와서 뛰는 걸 한 달 정도 보고 가신 거죠. 지난해에는 성인 대표팀에도 뽑혔는데, 그런 모습을 살아계실 때 못 보여드려서 안타까워요. 그래도 할머니가 다 보고 계시니까… 제가 징크스가 많은 편인데, 그중 하나가 1년에 두 번 할아버지 산소를 찾는 거예요. 시즌이 끝나면 ‘잘 치러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시즌 전에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가는 거죠. 안동에 있는데, 집에서 세 시간 반 정도 걸리거든요. 혼자 가거나 동생이랑 같이 가곤 해요."

"할머니한테는 시간 날 때마다 가고요. 아무래도 할머니가 혼자 사셔야 하니까 집 옮기실 때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렸고, 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장도 같이 보곤 해요. 소소하게 같이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받은 게 많아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 한다는 걸 크게 느꼈고요. 두 분이 함께 계실 때는 제가 돈도 잘 못 벌어서 챙겨드리지도 못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너무 후회되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한테 더 집중하는 면도 있어요. 장남이고 장손인데다 성격 자체도 애교가 없어서 묵묵히 챙겨드리는 편이죠. 워낙 신경을 많이 쏟다 보니 오히려 부모님이 서운해 하실 정도예요.”

여행의 묘미를 알아가는 중!
자신에게 돈 쓰는 데 인색한 터라, 아직 해외여행을 가보지 않았다.

“제 돈 주고 가장 멀리 가본 게 제주도에요. 저한테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했거든요. 돈도 많이 들잖아요. 그래도 시즌이 끝나면, 해외에 한 번 가볼까 싶긴 해요. 책이나 신문에 20대 때 꼭 해야 할 버킷리스트로 ‘해외여행’이 빠지지 않잖아요. 더 큰 세상을 보라고요."

뜻은 좋은데… 이 분, 과연 갈 수 있을까…? 코트 위 시크한 모습과 달리 은근히 겁도 많았다.

"해외에 나간다는 게 약간 무섭기도 해요. 하하. 말이 안 통하니까 뭔가 당할 것 같기도 하고요. 성격상 모험적인 것보다 안정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한 번에 멀리 가기보다 일본이라든지, 필리핀이라든지… 아, 필리핀은 위험(?)해서 안 되고, 태국이라든지 가까운 동남아부터 가보고 싶어요. 외로운 걸 안 좋아해서 혼자는 그럴 것 같고, 친구랑 계획 중에 있어요.”

앞서 말한 제주도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막상 가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친구랑 둘이서 갔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그랬어요. 배낭여행처럼 간 건데, 그래 봤자 남자 둘이 유명한 데 가서는 ‘와~’하고 커피 한잔한 후에 저녁 되면 술 한잔하는 게 다였어요. 그때 ‘카멜리아힐’이라고 꽃이 많은 곳에 가서 사진도 찍었어요. (‘카멜리아힐’은 ‘제주도의 명소’이자 ‘커플의 성지’) 남자 둘이 온 팀은 저희하고 다른 한 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커플이 엄청 많았어요. 남자 둘이 ‘새로운 경험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진짜 재밌었어요. 여행이라고 해서 자거나 쉬는 것 보다 많이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의 유명한 술도 마셔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팀 동료들과 함께한 부산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직 아이돌로서 시즌 중에 부산에 머무는 일이 많지만, 사직체육관과 숙소만 오가다 보니 그간 부산을 제대로 즐긴 적이 없었다.

“부산에 정말 놀러 가고 싶었어요. 지난 시즌 마치고 여행으로 가보기 전까지 흔한 서면, 해운대도 한 번 못 가봤어요. 그때 (김)명진이 형, (김)경수(전 KGC) 형, (오)창환(군 입대)이랑 같이 갔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부산이 정말 놀기 좋더라고요. 부전시장도 가보고, 서면도 가보고 그랬죠. 서면은 엄청 커서 놀랐어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또 가려고요.”

부산 여행을 하는 동안 그를 알아본 팬은 많지 않았단다.

“키가 엄청 크면 눈에 띄어서 알아보실 텐데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누가 봐도 일반인이어서 그렇게 많이 알아보시진 않더라고요. 아, 그때 서면 술집에서 남성 팬분들이 알아보시긴 했어요. 한 시즌 동안 고생 많았다면서 술 한 잔 먹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쯤 되면 술자리에서의 모습도 궁금해질 터. 우리의 사직 아이돌은 ‘소주 파’라고 한다. 그는 “술을 아예 못 마시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술을 마시면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져요. 배불러서 안주는 잘 안 먹고, 같은 이유로 맥주도 안 마셔요”라며 술자리 모습도 공개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