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처음 이 선수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들렸을때,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역대급 테크니션’이 KBL리그에 입성한다”며 기대가 상당했다고 한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이 선수의 기량은 소문보다 더 대단했다.

KBL에서 첫해를 보낸 2015-2016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25.72점을 득점하며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더 대단했다. 4경기에서 평균 36분 52초를 뛰고 평균 33.75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하며 통합우승의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비록 챔피언 반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 선수는 KCC를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주역 중 한명이고, 추승균 감독에게는 정식 감독 데뷔 첫 해에 우승팀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선물해줬다. 바로 안드레 에밋(Andre Emmett)이다.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구성합니다.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에밋은 NBA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도 가지고 있고, 워낙 농구를 잘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꼭 한번은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올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그를 만나볼 기회가 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에밋이 드디어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번 인터뷰이로 선정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NBA에 관한 이야기들과 인간 안드레 에밋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에밋, 타고난 운동신경
2016-17시즌 초반 가장 주목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는 아마도 마이클 크레익(서울 삼성)이 아닐까 싶다. 엄청난 탄력에 몸싸움도 잘해서 이슈가 됐었는데, 이 선수가 미식축구 선수였던 이력이 알려지고 난 후 더욱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여기 농구 선수가 되기 전 미식축구 선수와 농구선수의 기로에서 엄청난 고민을 했던 선수가 있다. 바로 안드레 에밋이다. 

구새봄(이하 ‘새봄’): 농구는 언제 시작했어?
안드레 에밋(이하 ‘에밋): 농구를 처음 접한 건 11살 때였고, 본격적으로 한 건 15살 때부터야.
새봄: 좀 늦은 편 아니야?
에밋: 맞아. 나는 원래 미식축구를 했었거든. 
새봄: 미식축구는 언제부터 했는데?
에밋: 아마... 6살 때 쯤 부터?
새봄: 와 진짜? 미식축구는 얼마나 잘했는데?
에밋: 당연히 에이스였지. 
새봄: 오... 포지션은 뭐였어?
에밋: 쿼터백을 포함해서 여러 포지션을 봤었어.
새봄: 그러면 이번 수퍼볼도 봤겠네?
에밋: 당연하지! 난 애틀랜타(애틀랜타 팰컨스)를 응원했는데 졌어...
새봄: 와 정말? 나도 애틀랜타 출신이라 애틀랜타 응원했는데! 너도 애틀랜타 출신이야?
에밋: 아니 나는 텍사스 출신이야. 텍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미식축구거든.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미식축구를 접하게 된 것 같아. 

새봄: 크레익도 미식축구 했었잖아?
에밋: 맞아, 크레익은 정말 좋은 운동선수야. 미식축구도 진짜 잘하지.
새봄: 크레익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미식축구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에밋: 그럼. 크레익은 NFL 트라이아웃도 나갔던 선수고, 지금도 NFL에서 충분히 뛸 수 있다고 생각해. 

새봄: 와, 크레익이 그 정도로 미식축구를 잘하는 거야? 대단하네. 근데 너는 왜 농구를 하기로 마음을 바꾼 거야?
에밋: 난 아직도 미식축구를 정말 사랑해.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까지는 미식축구랑 농구를 둘 다 했는데, 코치님이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난 그때 농구팀에서 에이스였거든, 그래서 농구를 계속하게 된 거야.
새봄: 고등학교 때는 포지션이 뭐였어?
에밋: 난 항상 가드였어. 늘 키가 작은 편이었거든. 10학년때(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 까지만 해도 180cm밖에 안됐으니까... 그런데 여름 방학 사이에 185cm까지 크더라고. 다행이지.

새봄: 고등학교때부터 스타였다고 했잖아? 그 당시에는 어떤 농구 선수였는지 이야기 좀 해줘.
에밋: 댈러스 카터 고등학교(Dallas Carter High Scool)를 나왔는데, 역대 최고 개인 기록을 내가 가지고 있어. 그래서 내 등번호인 14번이 내 모교 농구부에 영구 결번으로 남았지. 제일 기록이 좋았던 해에는 전체 경기 중에서 딱 3경기 졌어.  
새봄: 와, 진짜 멋있다. 고등학교의 전설로 남아있는거구나?
에밋: 응. 그런 것 같아.
새봄: ‘카터 고등학교의 전설’ 에밋. 그래서 대학교는 어디로 진학했어?
에밋: 텍사스 공대(Texas Tech University)로 갔어. NCAA 디비전 1팀인데, 유명한 밥 나이트(Bobby Knight)감독 밑에서 있었지. 대학시절 NCAA에서 개인상도 여러 개 받았었고 팀도 스윗 16((Sweet Sixteen)에 진출할 정도로 잘하는 팀이었어.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조금 아쉽네.

미국 대학농구에서 가장 뛰어난 기록을 남긴 인물로 기록되는 밥 나이트 감독은 NCAA 우승을 3차례나 이끈 명장이며 올해의 감독상을 5회 수상했고 LA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을 이끌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화려했던 NBA 시절
에밋은 화려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도 조금도 거만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덤덤하게, 그러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갔다. 하지만 NBA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감정에 변화가 생긴 듯 했다.

새봄: NBA 드래프트 될 당시 이야기 좀 해줘.
에밋: NBA 드래프트는 매년 6월에 열려. 2004년 6월의 어느 날... 우리 가족들, 친구들 다 우리 집에 모여서 TV 중계로 드래프트를 지켜보고 있었어. 드래프트가 열리는 뉴욕으로 갈까 했는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서 그냥 집에 있었어.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모두 다 정신줄을 놨지. 
새봄: 몇 라운드 몇 순위였어?
에밋: 2라운드 35순위로 뽑혔어!

새봄: 혹시 농구를 시작한 이후에 후회한 적은 없어?
에밋: 단 한 번도 없어. 내가 농구를 했기 때문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라 친구들도 사귀고, 다른 나라 팬들도 생기고 한 거잖아. 다른 문화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고, 친구들도 전 세계에 있어. 다 농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새봄: 근데 미식축구를 했다면 NFL에 진출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 거에 대한 후회는 없어?
에밋: 글쎄, 그건 사실 ‘내가 뭘 원하는가’와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 나는 굉장히 종교적인 사람(spiritual person)이야. 신이 나를 뜻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주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 그리고 만약 내가 미식축구만 했다면 미국에만 있었을 것 아니야? 그런데 지금은 내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있잖아. 그래서 농구 선수가 된 게 너무 좋아.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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