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학창시절부터 일찌감치 슈퍼스타의 자질이 보였던 '타고난 운동선수' 안드레 에밋. 결국 그는 전세계 농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NBA에 입성했다. 2004년, 2라운드 35순위로 시애틀 수퍼소닉스의 부름을 받은 그는 이후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도 활약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해외 리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구성합니다.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구새봄(이하 '새봄'): 그래도 NBA 출신이 외국 리그를 전전하게 됐을 때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 같은데,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 
안드레 에밋(이하 '에밋'): 물론 힘들었지. 처음엔 또 어렸으니까 더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아. 난 진짜 NBA에 있고 싶었거든. 처음 외국 생활을 시작했던 때가 2006년도였으니까 25살 정도 됐을 때 였을거야. 지금처럼 경험이 많지도 않았고, 몰랐던 게 많았지.
새봄: 그렇게 외국 생활을 하다가 한국까지 오게 된 거야?
에밋: 아니. NBA에서 유럽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갔어. NBA D리그에서 뛰다가 콜업이 돼서 다시 NBA로 갔지. 그런데 잘 안 풀렸어. 그러다가 한국에 오게 된 거야. 
새봄: D리그에서 NBA로 콜업이 될 정도면 진짜 노력 많이 했겠다. 콜업이 됐다는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에밋: FINALLY!!(드디어!!) 그런데 좋아했던 것도 잠시였어. ‘NBA에 가려면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뭔가 상황이 좋지 않았어. 계속 삐걱거리는 느낌이었지.
새봄: 삐걱거려? 그게 무슨 말이야?
에밋: 자, 처음부터 이야기 해줄게 잘 들어봐. 내가 D리그 MVP가 됐는데도 그때는 콜업이 되지 못했어. 하지만 나를 원하는 수많은 외국 구단들이 있었지. 그래서 계약을 진행하려던 찰나에 LA 클리퍼스에서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온 거야. 
새봄: 와, 인기가 많았구나! 그래서 외국을 가려다가 다시 NBA로 방향을 튼 거야?
에밋: 그렇지. 당시 1년짜리 계약이었고 회장, 단장 모두 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어. 이제 사인만 하면 됐었는데, 크리스 폴(Chris Paul)이 갑자기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게 된 거야. 그래서 LA 클리퍼스에서는 당장 그 선수를 대체 할 수 있는 포지션이 필요하게 됐고, 나 대신 다른 포인트가드와 계약을 맺게 됐지. 그렇게 내 계약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 한마디로 운이 안 따라줬던 거지. 
새봄: 헐... 그럼 어떻게 해? 다시 외국리그로 가야 하는 건가? 그땐 이미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에밋: LA 클리퍼스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지만, 나는 이미 성사되기 직전의 계약이 너무 많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한국으로 오게 된 거야! 그리고 한국에서 작년에 정말 좋은 시즌을 보냈잖아? 작년에도 몇몇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닝 캠프에 초대를 받았어. 하지만 “나는 이미 33살이기 때문에 내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거절했지.

새봄: 와 여전히 NBA에서 콜을 받다니 대단한데? NBA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어. NBA는 어때? KBL이랑 가장 다른 점이 뭐야?
에밋: NBA는 그야말로 죽여주지!! 일단 NBA에서는 하루에 한번만 훈련을 해. 하지만 누구든 24시간 자유롭게 체육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잠이 안온다거나 하면 새벽 2, 3시에도 나가서 슛 연습을 할 수 있어. 
새봄: 한국처럼 숙소 생활을 해?
에밋: 하하하! 아니!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급여로 진짜 크고 럭셔리한 집을 얻어서 살지. 그리고 NBA는 각 구단마다 전용기가 있어서 매 경기 비행기로 이동을 하고, 최고급 시설을 갖춘 호텔에 머물러. 내가 왜 ‘죽여준다’고 하겠어?
새봄: 그럼 NBA D리그는 NBA랑 어떻게 달라?
에밋: 음.. 어.. 그게 말이야... 지금 어떻게 포장해서 이야기 해야 하나 고민중이야.. 그게..
새봄: 완전 구리다고?
에밋: 어! 맞아. 그게 내가 사실 하고 싶었던 말이야! ㅋㅋㅋㅋ 나는 내 과거에 대해 하나도 후회가 없거든? 근데 D리그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사람들한테도 절대 추천하지 않아. 
새봄: 왜? 경쟁이 심해서?
에밋: 그냥 너무 힘들어. 급여도 진짜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고, 팀컬러를 가질 수도 없어. 다들 D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NBA나 외국에 좋은 조건으로 나가고 싶어하니까...
새봄: 코트에서 화합이 안 된다는 이야기구나?
에밋: 그렇지! 자기가 잘하는 것만 보여주려고 하니까 팀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 거지. 그리고 연습 시설도 정말 열악해. 난방이나 냉방이 시설이 안 갖춰져 있는 구단도 많아. 또 고등학교 체육관을 쓴다거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 농구장에서 연습을 하는 구단도 있지. 2-3명의 선수들이 함께 거주하고, 이동할 때는 대부분 버스를 이용해. 간혹 정말 먼 곳은 비행기를 타기도 하는데, 환승을 해야 하는 비행기들이라 하루가 넘게 공항에 있어야 할 때도 있어. 
새봄: 비행기를 타도, 목적지까지 도달하는데 한 15시간씩 걸리고 그런건가..?
에밋: 바로 그거지! 한 번은 버스를 타고 9시간을 이동한 적도 있어. 9시간 걸려서 갔다가 9시간 걸려서 다시 돌아왔지. 18시간을 도로에서 버린 거야. 

새봄: 아... 정말 힘들었겠네.. 그런데 한국엔 왜 올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에밋: 동료들한테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 특히 KCC에서 뛰었던 맥 턱(Mack Tuck)은 고향친구야. 그 친구가 나한테 몇 년 동안 한국에 꼭 가라고 이야기 하더라고. 그리고 한국엔 Big Ha(하승진 선수의 애칭)도 있잖아!
새봄: 그러고 보니 하승진은 NBA 출신이잖아. 그럼 둘이 서로 아는 사이였어?

에밋: 응! NBA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여름에 Big HA가 트레이닝을 받고 있을 때 만났었어.
새봄: 오마이갓! 진짜 신기하다. 그럼 KCC에 왔을 때 하승진 선수와 다시 만나서 어땠어?
에밋: 너무 기뻤지. 둘 다 반가워서 막 안고 인사하고 그랬어. 하승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야.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아.

#이제는 KCC의 에밋
2016-17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과 선수들은 KCC를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았다. 에밋이 버티고 있는 KCC는 여전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승진, 전태풍 등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했고 여기에 믿었던 에밋까지 부상으로 전반기를 거의 통째로 쉬며 팀 성적은 무서운 속도로 곤두박질쳤다.

에밋의 복귀 이후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 역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시점에도 이미 KCC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드레 에밋은 여전히 6강 티켓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새봄: 자, 어느새 시즌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어.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를 줄 수 있어?
에밋: 글쎄.. 그건 나한테 시즌이 끝난 후에 다시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아. 사실 이번 시즌은 별로 만족스럽지가 않아.
새봄: 왜? 부상 때문에?
에밋: 음.. 이미 부상을 당한 건 되돌릴 수가 없잖아. 근데 그냥 현재 내 상태가 100퍼센트가 아니라는 게 싫어. 
새봄: 그럼 지금은 어느 정도 몸이 올라왔는데?
에밋: 80-85% 정도?
새봄: 뛸 때 계속 통증이 있는 거야?
에밋: 뛸 때나, 방향을 바꾸려고 하면 통증이 느껴져. 몸이 완벽하지 않아서 요즘은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일찍 와서 연습하고, 더 늦게까지 있다가 가.
새봄: 너무 무리하고 있어서 더 아픈 건 아니야?
에밋: 그냥 예전으로 빨리 돌려놓고 싶은 마음 뿐이야. 그리고 실제로 지금 좋아지고 있고... 할머니가 종종 이런 말씀을 하셨어. 어떤 카드를 받더라도, 우선은 갖고 있는 패를 가지고 가장 현명하게 게임에 참여해야한다고. 나는 지금 내 패에 만족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가지고 내 최대 능력치를 보여주는 수 밖에 없지. 

새봄: 에이, 지금도 충분한 것 같은데.. 지난 경기에 46점(2월 11일 케이티 전)이나 넣었잖아? 그것도 대단한데 중국에서는 70점도 넘게 넣었다며? 그게 가능한 거야?
에밋: 2010-2011 시즌이었는데, 정확히 71점 넣었어. 더군다나 나는 스타팅 멤버도 아니었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는데도 그렇게 득점을 했어.
새봄: 아니, 팀이 한 경기에 71점을 못 넣는 경기도 많은데, 혼자서 71점이 가능 해?
에밋: 그러게. 글쎄 그게 가능하더라고. 그날은 진짜 미친 날이었어. 내가 던지기만 하면 전부 바스켓 안으로 들어가더라고.
새봄: 71점을 넣으면 어떤 기분이야?
에밋: 내가 하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 그 경기를 영상으로 다시 봤는데 보면서도 안 믿겨지더라. 
새봄: 한 번도 슛 미스가 없었던 거야?
에밋: 그건 아니야. 놓친 것도 몇 개 있었어. 그런데 진짜 그날은 어떻게 던져도 다 들어갈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어. 막 뒤로 넣어도 들어가는 그러날 있잖아.

새봄: 나는 그런 날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도무지 무슨 느낌인지 모르게지만 아무튼 대단해! 이제 너희 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팀이 어떤 위치인 것 같아?
에밋: 글쎄.. 아예 찬스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새봄: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은 허무한 시즌이었던 것 같아.
에밋: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비록 성적이 좋진 않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또 무엇보다 우리 팀은 KC가 있잖아.(KC는 송교창을 말한다) 아마 교창이가 몇 년 후에는 KBL을 평정할거야. 젊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새봄: 1년차의 송교창과, 2년차의 송교창을 모두 경험해 봤잖아. 정말 많이 늘었지?
에밋: 당연하지. 나는 이번 시즌 MIP는 무조건 교창이라고 생각해. 
새봄: 그럼 너가 한번 송교창을 MIP로 만들어봐!
에밋: 그래야겠어. 모든 인터뷰에서 송교창을 MIP로 뽑아야 된다고 말할 거야. 작년에는 그냥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에 불과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팀의 주축 멤버로 거듭났어. 게다가 올스타도 출전했잖아. 벌써 KBL의 메인 선수로 발전했다는 얘기겠지. 아마 아무도 교창이 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 걸? 우리 팀엔 성장하는 루키도 있고, 슛을 잘 쏘는 선수들도 많아. 그러니까 이번 시즌 한번 끝까지 지켜봐줘.

에밋에게 듣지 못했던 이번 시즌 자신의 점수에 대한 대답은 그의 바람대로 시즌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물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에밋의 기량이 점점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KT전에서 46점을 기록한 이후 두 경기 연속 30득점 이상 경기를 치렀다. 이제는 개인 기록을 벗어나 그가 얼마나 팀을 승리로 이끌지가 관건이다. KCC가 다시 한 번 에밋의 신바람을 등에 업고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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