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의 꽃’하면 다들 무엇이 떠오르는가? 덩크 콘테스트? 3점슛 콘테스트? 모두 아니다. 적어도 필자에게 ‘올스타전의 꽃’은 이벤트 초대 가수의 등장이다. 허구한 날 경기장에서 마주치는 선수들을 또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확히 말하면 초대 가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점에서 남녀 올스타전에 동시에 등장한 걸그룹 배드키즈는 대단히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남녀 올스타전을 동시에 접수한 배드키즈를 이끄는 리더, 모니카를 이번 달의 여신으로 선정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신나는 리듬과 함께 ‘귓방망이~!’라는 가사가 울려 퍼지는 노래를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군지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편집장 역시 마찬가지. 여자농구 올스타전 당시 공연을 한 배드키즈의 사인 CD까지 받아놓고는 정작 검색창에는 ‘배드걸즈’를 입력했다고 한다. 그래놓고는 왜 검색해도 나오지 않냐며 의아해했다는 후문. 참고로 지금 필자의 손에 들려있는 그 사인 CD에는 대문짝만하게 ‘BADKIZ’라고 쓰여 있다. ‘KIZ’를 보고 ‘걸즈’를 검색하는 걸 보니 역시 유학도 별 의미가 없나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배드키즈의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걸 수도 있다. ‘키즈’와 ‘걸스’도 구분을 못하는 <더 바스켓> 편집장이 트와이스 멤버 이름은 모두 외우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배드키즈의 리더인 모니카가 히든싱어, 복면가왕 등 각종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이며 배드키즈의 이름 역시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이토록 ‘핫’해진 인지도에 남녀 올스타전에서 생성된 농구와의 연결고리까지. ‘올스타 여신’ 모니카는 하이에나처럼 항상 새로운 여신 후보를 찾아다니고 있는 <더 바스켓>의 레이더에 완벽히 걸려들었다. 

농구장을 접수한 ‘배드키즈’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초대 가수가 누구인지 상당한 관심사였다. 참고로 KBL은 이번 올스타전 본 경기 하프타임 초대 가수로 남자 아이돌을 섭외하겠다고 선언했다가 기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했다. 남자 기자가 대부분인 농구장에 제 아무리 엑소나 방탄소년단이 온다고 한들, 우리에게 그들은 단지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남자’일 뿐이다.

WKBL 올스타전 하프타임 공연, KBL 올스타전 전야제 공연을 펼친 배드키즈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이유다. 다행히도 모니카 역시 농구장에서의 공연을 매우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저희가 배구장, 야구장, 농구장을 모두 가봤는데 이상하게 농구장에 가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 분위기가 되게 압도적이라고 해야 하나? 관객들도 굉장히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해서 오히려 야구장이 규모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농구장이 더 긴장감이 돌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정말 신선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올스타전 공연 전부터 배드키즈는 자신들의 음악으로 농구장을 접수했다. 배드키즈의 대표곡인 ‘귓방망이’ 뿐만 아니라 ‘핫해’, ‘이리로’ 등은 농구장에 가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그들의 음악이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신나는 리듬을 자랑하는 배드키즈의 노래들은 농구장에서 치어리더들의 응원가로 인기가 높다. 모니카는 이토록 응원가로 인기가 높은 배드키즈 음악의 매력으로 ‘흥’을 꼽았다.

“아무래도 딱 들었을 때 신나기 때문에 많이 써주시는 것 같아요. 노래가 중독성이 있고 멜로디가 귀에 딱 박히다 보니까. 또 흥이 되게 많은 노래들이어서 경기장에 제격인 노래들이 많죠. 최근에는 저희 3집에 있었던 ‘핫해’라는 노래를 치어리더 분들이 많이 공연해주신다고 하더라고요. 저희한테는 감사한 일이죠.”   

한국어부터 프랑스어까지.. 5개 국어 가능한 ‘능력자’
잘 알려진 대로 모니카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교수로 일하시던 아버지와 회사원이던 어머니는 일본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셨다고.

일본에서 태어난 모니카는 1살 때 한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이후 한국에 있는 독일학교를 다닌 모니카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외국어들을 익히게 되었다. 현재 그는 한국어, 독일어,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가 가능한 ‘언어 능력자’다. 한국어도 가끔 헷갈리는 필자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문득 모니카의 집에선 어떤 언어로 대화가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모니카는 “다 각자의 언어가 있다”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모니카의 설명에 따르면 아버지와는 독일어, 어머니와는 한국어로 소통을 하고, 부모님들끼리의 대화는 일본어가 사용된다고 한다. 집안 전체가 언어 능력자들인 셈이다. 물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다보니 헷갈릴 경우도 많다. 

“저희끼리 이야기할 때는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해도 알아들어요. 그래서 가끔 가다 조금 헷갈릴 때도 있어요. 다른 언어로 이야기를 듣고 막상 말 할 때는 본인 언어로 하기도 하죠(웃음). 또 저는 일본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데 부모님이 일본어를 하시니까 자연스럽게 들으면서 공부도 되더라고요.” 

이처럼 남다른 환경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언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그 중에서도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은 학창시절 모니카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누구나 사춘기를 겪을 때는 조금씩 혼란스럽고 하잖아요. 저는 그게 심했던 것 같아요. 저의 뿌리는 한국이고 독일인데 어느 나라에도 정을 못 붙이겠더라고요. 다른 분들이 말하는 일종의 ‘애국심’이라는 감정이 생기질 않아서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도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더 느끼게 됐고, 그래서 귀화를 결심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 했죠. 물론 한국에서 활동도 당연히 하고 싶었고요.” 

이제는 그는 자신 있게 스스로를 ‘한국 사람’이라고 칭했다.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꿈도 모니카의 정체성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원래는 가수가 아닌 연기자를 꿈꿨었다고.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울시에서 표창장도 받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그였지만 학교 축제에서 우연한 기회에 노래를 부른 것이 기획사의 눈에 띄면서 가수로써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습생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무려 8년이라는 연습생 기간 동안 많은 기획사를 거치면서 데뷔 기회 역시 수차례 무산되었다.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를 이겨내는 것 역시 모니카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그러나 모니카는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때는 솔로 데뷔도 몇 번 엎어진 게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걸 그룹을 하고 싶어서 연습생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데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습생을 하게 됐었는데 지금은 걸 그룹으로 데뷔한 것이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걸 그룹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또 이것으로 인해 다른 많은 기회들이 생기더라고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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