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진하다. 꼭 친형제 같다. 서울 SK 나이츠의 '에이스' 김선형과 '슈퍼 루키' 최준용의 이야기다.

그간 인터뷰에서 숱하게 ‘김선형 예찬론’을 폈던 최준용. 매번 묻지 않아도 형에 대한 애정을 대놓고 드러내 왔다. 그저 친한가 싶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 이상이었다. 그만큼 깊었다. 농구 선후배를 넘어 마음 속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돼 있었다.

워낙 유쾌한 두 사람이다 보니 인터뷰 전에는 예능 같은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뜻밖에 실제 분위기는 ‘다큐멘터리’ 같았다. 평소에도 깊은 얘기를 자주 하다 보니,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아는 만큼 서로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 듯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2월호에 게재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마음을 터놓은 두 사람… “핏줄보다 당겨요”
SK는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연세대 출신 최준용을 뽑았다. 슈팅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잠재력을 갖췄지만, 프로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 터. 이에 팀의 주장이자 대표팀 생활로 친해진 김선형을 룸메이트로 정해줬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둘은 이전부터 친했지만, 한방을 쓰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됐고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핏줄보다 더 끌리는 사이가 됐다. 코트에서 호흡이 안 맞으려야 안 맞을 수 없을 듯하다.

더 바스켓(이하 'TB') : 방에서는 주로 뭘 하나요?
김선형(이하 '선형') : 얘기를 많이 하죠. 저희는 계속 붙어 있어요. 제가 다른 방에 가면 (최)준용이가 저를 찾고, 반대로 준용이가 다른 방에 가면 저도 찾곤 해요. TV는 잘 안 봐요.
TB :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가 있나요?
최준용(이하 '준용') : 딱 어떤 계기가 있다기보다 남자만의 그런 게 있어요. 하하.
선형 : 원래 둘 다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친하긴 했는데, 지난해 대표팀에서 윌리엄 존스컵 참가차 대만에 갔을 때 같은 방을 쓰면서 더 친해졌어요. 또 준용이가 SK에 와서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더 돈독해졌죠.

TB : 원래 친했지만, 팀 동료이자 룸메이트가 돼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됐겠어요.
선형 : 그렇죠. 속 얘기를 좀 많이 하게 됐어요. 사실 남자들끼리 완전 친해지기 전까지는 그런 얘기를 잘 안 하거든요. 저도 이전에는 준용이가 마냥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속 얘기를 들어보니까 다른 면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성숙한 면도 많고요. 준용이도 아마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그런 걸 공유하다 보니 더 돈독해졌던 것 같아요.
준용 :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한테 진지한 얘기를 못 하는 스타일인데,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요. 학창시절에 이런 형을 만난 적이 없었어요. '믿고 이 형만 따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요. 그런 면에서 (김)선형이 형은 제가 친형처럼 다가갈 수 있는 존재예요. 서로 다른 점이 많은데,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서로의 생각이 다른데 얘기를 하면서 그 답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선형 : 연인 사이도 그렇듯이 성격이 너무 똑같으면 오히려 더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반대로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면, 부족한 건 채워주고 보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성격이 섬세하지 못한 편인데, 준용이는 섬세한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잘 맞는 것 같아요.

TB : 항상 붙어 있으니까 둘만 아는 모습도 있을 것 같아요.
선형 : 대부분 준용이를 철없고, 승부욕 강한 선수라고 생각하잖아요. 화려하고 강한 모습으로 기억되고요. 근데 저는 속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 친구가 어릴 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오히려 더 강하게 보이려고 자기방어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이 되게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또 외로움을 많이 타서 따를 수 있는 형을 찾아다닌 느낌도 들었어요. 운 좋게 같은 팀이 돼서 얘기도 나누고 조언도 해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준용 : 제가 만약에 다른 형들한테 똑같은 얘기를 했다면, 다들 들어주실 순 있을 거예요. 그런데 선형이 형은 제 얘기를 듣고 생각을 해요. 제 얘기고, 제 일인데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고 말해주는 거죠.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한없이 해요. 어떨 땐 5시간씩 얘기할 때도 있어요. 저도 모르게 계속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참 신기했어요. 사람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이런 형을 처음 만난 거니까… 제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천)기범(삼성)이 한 명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지낸 기범이한테도 이 정도까진 안 했거든요. 선형이 형이랑은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10년 정도 알고 지낸 느낌이에요.
선형 : 핏줄은 아닌데, 친동생보다 더 잘 따르는 동생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가족 같아요. 제가 남동생이 있긴 한데, 남동생이랑은 성격이 비슷해서 딱 그 정도만 하거든요. 준용이는 안 챙겨주면 질투하니까 어느 순간 또 생각이 나요. 미워할 수 없는 동생이에요.
준용 : 저도 친형이 있는데, 형이랑은 연락을 1년에 한 번씩 할 정도로 안 친해요. 친형한테 못 했던 걸 선형이 형한테 다 하는 것 같아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정금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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