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어려서 부터 '좀 똑똑해서' 공부를 잘했다는 이 선수. 그리고 30대 중반을 넘겼지만 "체력은 문제없다"며 "40살까지는 거뜬하다"는 이 선수. KBL 최장수 외국 선수인 애런 헤인즈는 다음 시즌 외국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될 경우 국내무대에서 10시즌을 보내게 된다.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구성합니다.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 적응은 진작 끝났다. 이제는 거의 한국사람
서울 삼성, 울산 모비스, 창원 LG, 서울 SK, 그리고 고양 오리온까지. 한국에서 생활한 9시즌 동안 거쳐 간 팀만 5팀이다. KBL 10팀 중 절반의 구단을 겪어본 셈이다. KBL을 바라보는 시야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선수가 KBL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아홉 시즌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는 외국인 선수는 어떻게 한국에서 생활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외국 선수의 귀화 문제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새봄: 가족은 지금 미국에 있는 거야?
헤인즈: 아니. 2주 전쯤 한국에 왔어. 
새봄: 가족이 와 있어서 다행이네. 함께 있지 않을 때 다치면 속상하고 외로울 텐데...
헤인즈: 지난 시즌 같은 경우에는 시즌 막바지에 다친 거라 그런 감정을 느낄 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외롭긴 했어. 그래서 지난 두 시즌을 제외하고는 그 동안 다치지 않았던 게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
새봄: 혹시 몸 생각해서 따로 챙겨먹는 보양식 같은 건 없어?
헤인즈: 한국 선수들 보니까 인삼 같은 거 먹더라? 나한테도 권해서 먹어봤는데 나는 따로 보양식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아. 
새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헤인즈: 타코! 난 멕시칸 음식이 좋더라고. 일산 원마운트에 가면 온더보더(On the Boarder)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거기 자주가. 
새봄: 한국음식은 좋아해?
헤인즈: 그럼! 한국 스타일의 소고기도 좋아하고 밥이랑 매운 고추도 좋아해. 

새봄: 쉬는 시간엔 뭐해?
헤인즈: 이태원 가고, 가족이랑 놀고, 미용실도 가고, 저녁도 먹고, 영화도 혼자 보러가고 그래. 가족이 있을 때는 같이 가는데, 가족이 없으면 혼자 가는 것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아. 이태원도 혼자서 잘 가. 
새봄: 넌 한국에 굉장히 오래 살았고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잖아. 미국에 돌아가면 어떤 기분이야? 오히려 어색하지는 않아? 
헤인즈: 그렇지는 않아. 오히려 엄청 설레지. 페이스타임으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자주 소통하지만 진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건 오랜만이니까. 

새봄: 지금까지 많은 팀을 거쳤잖아. 오리온은 어떤 것 같아?
헤인즈: 지금까지 내가 거쳤던 팀들 모두 좋은 팀들이야. 오리온은 멤버들이 너무 좋고 팀워크도 좋아. 그렇기 때문에 챔피언십 우승도 했겠지. 선수 개개인이 리바운드나 어시스트 같은 자신의 기록을 위해서 뛰는 게 아니라 팀을 위해 뛴다는 것도 오리온의 장점인 것 같아.
새봄: 그럼 KBL은 어떻게 생각해? 지금까지 많은 리그를 돌아다녀봐서 잘 알 것 같은데?
헤인즈: 가장 좋은 건, 음식에 관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거야.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하루에 연습을 두 번씩 하는데,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 꼬박 챙겨주니까 너무 좋아.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음식 값을 개인이 다 지불해야하는데 그게 굉장히 크거든. 
새봄: 그럼 안 좋은 점은 뭐야?
헤인즈: 연봉 상한선이 있다는 게 좀 안타깝지. 아마 다른 나라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연봉에 제한을 받는 리그는 한국 밖에 없을 거야. 생각해봐. 한국 선수가 NBA를 가면 에이전트와 협상을 통해 진짜 많은 돈을 벌수 있잖아. 그런데 한국은 외국 선수가 아무리 리바운드를 많이 하고, 점수를 많이 내고, 팀이 이기는데 공헌을 해도 받을 수 있는 연봉에 제한이 있거든. 만약 이런 부분이 바뀐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새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선수들이 KBL에서 뛰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헤인즈: 그 부분 말고는 딱히 나쁜 부분도 없으니까. KBL은 좋은 리그야. 

새봄: 최근에 라틀리프 이야기 들은 것 있니?
헤인즈: 아니, 무슨일 있어?
새봄: 라틀리프가 한국 여권이 가지고 싶대.
헤인즈: 음... 그렇구나. 그렇게 새롭지는 않아.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일걸?
새봄: 오~ 정말? 왜?
헤인즈: 다른 나라들은 다 그렇게 할 걸? 한국은 좀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것 같은데, 만약 내가 다른 나라에서 9시즌을 뛰었잖아? 그럼 이미 그 나라 여권이 나왔을 거야. 다른 나라는 5시즌 정도만 뛰어도 귀화를 시켜주더라고, 그런데 한국은 룰이 좀 다른 것 같아. 국적 문제에 대해서 좀 엄격하다고 해야하나?
새봄: 근데, 한국 선수가 되면 샐러리캡을 적용받게 되잖아. 그럼 너희들한테 안좋은 것 아니니?
헤인즈: 아니지. 한국 선수들이 받는 연봉이 외국 선수들 보다 훨씬 많은데? 한국 선수 샐러리캡에 들어가는 게 훨씬 이득이지. 우리 모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입장이잖아. 한국 여권을 가질 수만 있다면 갖고 싶지.
새봄: 찰스 로드가 인터뷰를 통해, 라틀리프 보다 자기랑 헤인즈가 먼저 한국에 왔으니까, 우리 먼저 여권을 달라고 말했대. 
헤인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로드가 했네. 하하하하! 하지만 한국에는 KBL만의 제도가 있는 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그냥 내 할 일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게 내가 할 일인 것 같아.
새봄: 그렇구나. 나는 그냥 너의 생각이 궁금했어. 왜냐하면 너도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귀화얘기가 잠시 나왔었잖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헤인즈: 그땐 그냥 내가 바라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 나도 아시안 게임 몇 경기를 봤거든? 내가 저기 있었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 내가 아는 동료는 이미 필리핀 국가 대표로 경기를 뛰더라고. 다른 나라들은 이기고 싶으면 능력이 있는 선수들을 귀화시키려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 같은데 한국은 그것 외에도 생각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새봄: 넌한국에 온지 오래 됐으니 이제 완전히 적응은 끝난 거지? 오히려 '적응'이라는 말이 어색한가?
헤인즈: 그렇지. 모든 인터뷰에서 말하는 거지만 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야. 나는 내가 KBL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팀들도 다 알고, 선수들도 다 알고, 리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팬들 뿐만 아니라 모든 농구 관계자들이 나와 내 가족에게 잘해줘서 한국에서 농구를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새봄: 혹시 한국에서 나오는 기사 같은 걸 살펴보기도 해?
헤인즈: 아니, 나는 언론에서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언론이 다 그렇잖아. 내가 잘할 때는 잘한다고 칭찬하지만 못 할 때는 또 우호적인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굳이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야. 그런데 내 아내는 나에 대한 기사를 항상 찾아본다고 하더라고.
새봄: 오 정말? 한글로 기사가 나갈 텐데 어떻게 찾아보는 거야?
헤인즈: 나도 그게 너무 신기해. 기사를 번역기에 돌려서 보는 건지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아내는 미국에서도 내가 어떻게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어. 

헤인즈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는 ‘너무 말랐다, 해골 같다’라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구단에서 에이전트들에게 “헤인즈 같은 선수 어디 또 없냐”고 물어볼 정도로 KBL에서 그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헤인즈는 ‘나보다 덩치가 큰 선수들은 많을지 모르겠지만 농구를 향한 열정이 나보다 큰 선수는 없다고 자부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오리온의 헤인즈
새봄: 얼마 전에 내가 (이)승현이랑 인터뷰를 했는데 말이야. 헤인즈가 다친 게 너무 안타깝지만, 좋게 생각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네가 다친 게 좋은 징조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 작년이랑 모든 게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어떻게 생각해?
헤인즈: 하하 정말 승현이가 그렇게 이야기 했어? 무슨 이야기인지 정확히 알겠어. 내가 작년에 다쳤는데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이라는 거지? 내가 다친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 내가 없이도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 승현이 말처럼 이제 내가 다시 합류하면 우리 팀은 다시 한 번 챔피언십 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봄: 너 없이도 팀이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헤인즈: 좋지! 나 없이도 팀이 잘하고 있으면 나는 부담 없이 복귀를 할 수 있으니까 좋은 일이지. 
새봄: 여러 시즌 한국에서 생활하다보면 스쳐가는 외국인 선수들도 많잖아? 작년의 조 잭슨과 올해의 오데리언 바셋의 다른 점은 뭐라고 생각해?
헤인즈: 잭슨이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면, 바셋은 경험이 더 풍부하지. 바셋이 조금 더 침착한 것 같아.
새봄: 친구로서는 어때?
헤인즈: 바셋이랑 더 가까운 것 같아. 아무래도 잭슨이랑은 나이차이가 많이 났으니까. 잭슨이 아마 작년에 22살인가 23살인가 그랬지? 정말 좋은 농구 선수였지만 바셋이랑 더 친하게 지내고 있어. 바셋이 정말 착해. 
새봄: 친하게 지내는 한국 선수는 누구야?
헤인즈: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언급하며) 우리 팀에 있는 선수들 다 친하게 지내고 있어.  

새봄: 아 맞다! 최진수는 영어를 좀 하잖아. 그럼 둘이서 영어로 대화해? 
헤인즈: 응! 영어를 잘해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어. 사실 오늘 내가 연습 도중에 진수를 다치게 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 
새봄: 오 마이 갓!!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헤인즈: 레이업 하는 과정에서 진수 코랑 부딪혔는데 진수가 코피가 나더라고...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하더라고. 오늘이 팀 훈련 첫날이었는데 말이야. 한 50번은 미안하다고 말한 것 같아. 
새봄: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너는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뭐야?
헤인즈: 일단 건강했으면 좋겠고,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 그리고 통합 우승이 당연히 목표지. 
새봄: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헤인즈: 항상 응원해줘서 고맙고, 늘 반겨줘서 고마워. 계속해서 오리온 많이 응원해줘!

인터뷰를 총평 하자면, 헤인즈는 생각보다 솔직했고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했다. 실력이 뒷받침 되니 그러한 프라이드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 촬영이 이어졌는데, 조금 더 재미있는 포즈를 취해보자고 이야기 했더니 먼저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시늉을 했다. 헤인즈. 이제 정말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사진 : 박진호 기자, KBL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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