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구새봄 아나운서]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연재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이번에는 누구를 인터뷰이로 선정하느냐’가 아닐까싶다. 특히 이번에는 인터뷰이 선정에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부상선수들을 명단에서 제외 하고 보니 남아있는 선수가 몇 없었다.

몸 상태가 괜찮은 선수들도 인터뷰를 하기로 시간 약속만 잡으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해 당초 예정했던 인터뷰가 두 번이나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걸 보니, 플레이오프 진출로 성적싸움이 치열해지는 시즌중반으로 접어들긴 했나보다. 

그러던 중 구세주 같은 한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애런 헤인즈였다. 발목부상으로 한동안 코트에서 보기 힘들었던 헤인즈가 어느 정도 몸이 올라와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을 헤인즈로 선택했다. 돌아와 줘서, 그리고 이번 달 인터뷰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요, 헤인즈!  

영어 인터뷰의 묘미를 살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구성합니다.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 준비완료, 왕의 귀환
그가 돌아온다. 부상으로 팀을 비웠던 디팬딩 챔피언의 핵심 애런 헤인즈가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이 인터뷰는 1월 10일, 헤인즈가 처음으로 팀원들과 함께 훈련을 한 날 진행됐다. 

구새봄 (이하 새봄): 굉장히 오랜만이다. 이제 슬슬 돌아올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컨디션은 어때?
애런 헤인즈 (이하 헤인즈): 내 컨디션? 하하하하. 넌 만나면 항상 그것부터 물어보더라. 다치기 전만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몸 상태가 나쁜 건 아니야. 한 2주 정도면 완벽히 컨디션이 돌아올 것 같아.  
새봄: 헉!! 2주나 더 걸린다고? 
헤인즈: 경기를 뛸 수는 있어. 다만 내 컨디션이 최상에 도달해 있는 경지를 ‘애런 헤인즈’ 레벨 이라고 치자면, 아직 거기까지는 안 올라온 것 같아.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리려면 2주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너무 긴가? 그럼 1주 반 정도로 하자. 

새봄: 뭐 그래도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라니 정말 다행이다. 근데 작년이랑 똑같은 곳을 또 다친 거야?
헤인즈: 작년처럼 왼쪽 발목을 다치긴 했는데, 같은 부분은 아니야. 이번에는 조금 더 위쪽이 다쳤어.    
새봄: 그렇구나. 같은 발목이라고 하니까 조금 걱정이 되는데, 왼 발목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계속 다치는 건 아니지?
헤인즈: 전혀! 농구 선수들은 늘 부상에 노출되어 있잖아. 항상 몸싸움을 해야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나도 이번에 운이 안 좋았던 것 뿐 이야. 부상을 당하고 보니 또 같은 발목이었던 거고. 그리고 나 그렇게 매 시즌 다친 것도 아니야! KBL에 9시즌이나 있었는데, 작년, 재작년에 조금 아팠을 뿐 난 아주 멀쩡해!

새봄: 그렇구나, 그런데 네 말처럼 이제 9시즌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는데, 한국사람 다 됐겠네? 한국 선수들은 아프면 부항을 뜨거나 침을 맞기도 하는데, 너도 한의원 가 본 적 있어?
헤인즈: 어! 2008년 삼성에 있을 때, 가봤어. 침을 맞았었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새봄: 왜 한 번 만 가고 안 갔어? 아! 침이 아프고 무서웠구나!
헤인즈: 하하하하! 아니거든! 처음에 조금 따갑긴 했는데,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는 다친 게 아니라 조금 통증이 조금 있어서 간 거였어. 그런데 그 이후로 갈 일이 없어서 안 간 거지 뭐.  
새봄: 그래? 그럼 또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또 갈 거야?
헤인즈: 아니 ㅋㅋㅋㅋㅋㅋ. 나 그냥 마사지 받을게 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침이던, 마사지던 그런 거 받지 않아도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고 싶어.

헤인즈는 이후 인터뷰에서도 계속해서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아마도 말은 안했지만 부상을 당해서 상당히 마음고생을 한 것 같았다. 헤인즈의 바람대로 이제 더 이상 큰 부상은 없었으면 한다. 제일 궁금했던 부상 부분의 답을 들었으니 이제는 헤인즈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KBL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헤인즈, 자네는 언제부터 농구를 그렇게 잘했나~?  

#헤인즈의 농구 이야기
새봄: 자 그럼 이제 인간 헤인즈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넌 어디 출신이야?
헤인즈: 캘리포니아의 주도, 세크라멘토!
새봄: 와! 세크라멘토, 날씨 진짜 좋지! 
헤인즈: 맞아.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따뜻한 날씨가 좋아. 이렇게 큰 자켓을 입고, 스웨터 입는 게 아직도 어색해. 
새봄: 학교는 어디 나왔어?
헤인즈: 보이시 주립대학교(Boise State University)!
새봄: 그건 어디 있는 학교야?
헤인즈: 아이다호!
새봄: 잠깐!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아저씨! 아이다호도 춥잖아!!
헤인즈: 맞아! 춥지! ㅋㅋㅋㅋ 그래서 여기서 입는 것처럼 아이다호에서도 입었어. 근데 나 솔직히 눈도 싫어하고 추운 날씨는 더 싫어해.
새봄: 그런데 왜 아이다호로 갔어?
헤인즈: 사실 집에서 가까운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레스노(California State Universtiy, Fresno)를 가고 싶었는데,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어. 결국 프레스노 대학교와 같은 컨퍼런스에 있는 보이시 주립대를 가기로 했지. 같은 컨퍼런스에 있으면 어쨌든 경기를 하면서 가족들도 볼 수 있고, 친구들이랑 같이 경기를 할 수 있으니까. 
새봄: 함께 농구했던 사람들 중에 우리가 알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헤인즈: 예전에 동부랑 KT&G에서 뛰었던 마퀸 챈들러랑 친구야. 대학 시절 우리 라이벌 학교(산호세 주립대)에 다녀서 많이 맞붙었지. 

새봄: 그렇구나. 그런데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된 거야?
헤인즈: 내가 레바논 리그에 있었을 때, 친구한테 KBL에 대해 들었어. 그 친구가 나한테 한국에 가면 좋아할 거라고 하더라고. 특히 내 플레이 방식이 한국과 잘 맞을 거라고 했어. 자기 에이전트를 나한테 소개해줬고, 지금은 그 사람이 내 에이전트가 되었지.   
새봄: 오 그래? 그 친구가 누군데?
헤인즈: 케빈 케이지(Calvin Cage) 라고 지금은 중동에서 뛰고 있어. 
새봄: KBL에서 뛴 선수 중에 그런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헤인즈: 그 친구는 그냥 에이전트한테 들어서 KBL에 대해 알고만 있었어. 캐빈(케이지)은 가드라 키가 작아. 그래서 그때는 한국에 올 수 있는 조건이 안됐지. 

새봄: 그런데 넌 이렇게 말랐는데, 54경기나 뛸 수 있는 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헤인즈: (헤인즈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웃고 있었다) ㅋㅋㅋ 아까도 말했지만 나에게는 ‘애런 헤인즈’단계 라는 게 있어. 한마디로 체력은 타고났다는 거지. 그리고 사실 좀 똑똑한 편이라, 체력 분배를 비교적 잘 하는 것 같아.   
새봄: 오, 헤인즈 선수는 언제부터 그렇게 똑똑했나?
헤인즈: 어렸을 때부터 팀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였어. 그래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해결사 역할을 했지.
새봄: 그럼 공부도 잘했겠네?
헤인즈: 내가 게으르고, 공부를 싫어해서 졸업도 겨우 했지만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어. 사실 벼락치기 스타일이라 숙제도 끝까지 미루다가 마지막에 몰아쳐서 해. 뭔가 압박감이 있으면 더 잘되는 스타일인 것 같아. 어쨌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부는 잘했어. 
새봄: 하하하 그래? 어떤 과목을 특히 잘했는데?
헤인즈: 수학! 난 숫자를 진짜 좋아하거든!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기 시작하자 헤인즈는 억울한 듯 이야기를 했다) 왜 웃는 거야? 진짜야. 나 미분, 적분 이런 거 진짜 좋아하고 잘했다니까!
새봄: 그래 알있어! 믿어줄게. 그래서 전공은 뭐였는데?
헤인즈: 사회과학! 원래 경영 전공 하려고 했는데, 졸업하려면 해야 할 것도 많고 숙제가 너무 많아서 그건 포기했어.  
새봄: 그럼 원래는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었던 거야?
헤인즈: 아니, 당연히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
새봄: 언제부터?
헤인즈: 10살에서 12살 정도? 아니다. 그 보다도 훨씬 전이겠구나. 8살 때쯤이었던 것 같아. 
새봄: 농구는 언제 시작했는데?
헤인즈: 초등학교 2,3학년때? 
새봄: 농구는 왜 시작하게 된 거야?
헤인즈: 사촌 형이 농구 선수였는데, 우리 동네 슈퍼스타였어. NBA에서도 잠시 뛰었고. 아 대박! 그러고 보니 형도 아주 옛날에 한국에서 뛴 적이 있어! 
새봄: 오 그래? 형 이름이 뭔데?
헤인즈: 칼레이 해리스(Calray Harris)! 그러고 보니 형 에이전트가 지금의 내 에이전트이기도해. 그런데 나는 내 에이전트의 사무실을 가기 전에 그 사실을 몰랐어. 사무실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고, ‘칼레이 해리스를 아는구나’ 했는데 자기 의뢰인 이라고 하더라고. 그때 알게 됐지!

칼레이 해리스는 프로농구 원년, 원주 동부의 전신인 나래 블루버드에서 활약하며 경기 당 평균 32.3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새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인데, 앞으로 얼마나 농구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헤인즈: 하하하하하! 그래도 나 많이 늙진 않았잖아? 사실 나랑 같이 농구하던 친구들도 하나 둘씩 은퇴를 하더라고. 그래서 비시즌이 되면 몸 관리에 더 노력하지. 아직은 4-5년 정도는 거뜬할 것 같은데? 40살이 될 때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들 학업 문제도 있으니 그 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 봐야지.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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