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영현 기자] 그간 룸메이트 인터뷰와는 사뭇 달랐다. 아니, 확연히 달랐다.

이전까지 인터뷰한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나이차가 적다 보니 선후배를 떠나 친한 친구 같았다. 하지만 전주 KCC 이지스 이현민과 송교창은 각각 1983년생, 1996년생으로 띠 동갑을 넘어 무려 열세 살 차이가 난다. 숫자상으로도 어마무시한 간격이 존재하는 만큼 위계질서가 사라질 수 없는 구조다.

리그를 통틀어 송교창은 막내 중의 막내지만, 팀 내에서는 ‘연차가 꽤 되는 선수 같다’고 놀림 받을 정도로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카리스마의 대명사’ 이현민 앞에서는 작아졌다. 뜻밖의 어려워하는 막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열세 살 차이가 난다는 건 말이지…
KCC 숙소는 1인 1실이다. 하승진의 영향이 컸다. KCC는 2008년 국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승진을 지명했는데, 221cm의 장신인 그가 숙소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하고자 천정을 높여 기존 건물을 증축했다.

이에 공실이 많아져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까지 모두 1인 1실을 쓰게 됐는데 독방을 배정하고도 방이 남는다고 한다. 즉, 용인 숙소에는 룸메이트가 없는 셈이다.

이현민과 송교창은 원정 경기에서 함께 방을 쓴다. 누가 배정해준 것은 아니고, 이현민이 송교창을 콕 짚었다고. 막내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더 바스켓(이하 TB) : 원정 룸메이트는 따로 배정해주는 건가요?
이현민(이하 현민) : 그런 건 아니에요. 두세 명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서 쓰는 건데, 제가 (송)교창이랑 쓰겠다고 했어요. 조용하거든요.
TB : 그럼 방에서 대화가 없겠어요.
현민 : 제가 먼저 말을 잘 안 걸어요. 그게 더 불편할 수도 있긴 한데… (송교창에게) 말 안 시키니까 불편하냐?
송교창(이하 교창) : 아니요. 저는 둘 다 괜찮아요.

인터뷰는 계속 이런 식이었다. 이현민은 필자의 질문에 답하다가 송교창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말하기도 어렵고 또 아니라고 답하기도 모호한 그런 질문 말이다. 흡사 말년 병장과 이등병의 대화를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현민 : 제가 막내급일 때 형들이 저한테 말을 걸면 어려웠거든요. 나이차가 나면 어쩔 수 없이 세대 차이가 나잖아요. 안 웃긴 것도 웃어야 하고.

이 맥락에서 ‘막냉이’ 송교창은 공감한다는 듯 조용히 웃었다. 안 웃긴데 어쩔 수 없이 웃은 경험이 있나 보다… 그런가보다…

TB : 이현민 선수는 프로 생활 중에 열세 살 나는 선배와 지내본 적이 있나요?
현민 : LG에 있을 때, (이)창수(前 군산고 코치) 형이랑 열네 살 차이가 났죠. 그때는 나이차 나는 선배와 지내는 게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물론 시대가 변했으니까 요즘 애들한테 그때랑 비교해서 말하긴 좀 그렇죠. 사실 룸메이트를 바꿀 생각도 해봤어요. 아내가 저랑 같이 써서 교창이가 불편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어차피 교창이는 바꿔 쓴다 해도 다 선배일 거예요. (송교창에게) 쓸 만한 애가 누가 있지?
교창 : 저랑 (최)승욱이 형이랑 (김)지후 형이요.
현민 : 안 되겠다. 그럼 그냥 계속 같이 쓰자.

“이게 파울이다, 왜 말을 못해?”
이현민은 2016-2017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KCC의 유니폼을 입었다. 언제 팀을 옮겼냐는 듯 KCC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주전 가드 전태풍이 팔꿈치를 수술해 시즌 아웃을 당했다. 이현민 외에 포인트가드로 뛸 수 있는 이가 신명호 밖에 없는 터라 쉴 틈 없이 코트를 누벼야 했다.

그의 원정 룸메이트 송교창 역시 한 시즌 만에 눈에 띄게 발전해 팀의 주전 포워드로 자리 잡았다. 코트에서 호흡하는 시간이 긴 만큼 주제가 농구로 바뀌니 이야깃거리도 많아졌다.

TB : 코트에서 호흡은 어떤가요?
현민 : 교창이가 잘하는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미숙한 부분이 있어요. 그런 걸 알려주려고 하죠. 교창이는 아마추어 때 본인 위주로 농구를 했잖아요. 그때는 많이 안 움직여도 되고, 해결만 하면 됐던 거죠. 그래서 볼 없을 때 움직임이나 기본적인 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는 부분인데, 저는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거죠.
TB : 송교창 선수도 그렇고, KCC는 젊은 선수들이 주로 뛰잖아요. 전 소속팀 오리온에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겠어요.
현민 :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과 같이 하다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랑 뛰니까 저도 답답한 면이 많죠. 근데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 때 그랬거든요. 애들이 빨리 알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원래 성격도 다혈질이어서 지적을 많이 하는데 자제하려고 해요. 제가 뭐라고 하면 애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안 하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나오네요. 교창이는 기죽는 스타일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풀이 죽는 게 보여요.
TB : 이현민 선수 말대로 혼나면 기죽는 스타일인가요?
교창 : 아니요. 그냥 말씀해주신 대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죠.

인터뷰하기 며칠 전인 2016년 12월 11일, KCC는 연장 접전 끝에 94-96으로 모비스에게 졌다. 두 사람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던 경기다. 종료 4초 전 2점을 뒤진 상황에서 송교창이 장점인 스피드를 활용해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 레이업을 시도했는데, 찰스 로드가 블록으로 저지하며 그대로 승부는 모비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현민은 “갖다 대줬죠 뭐. (블록을) 찍으라고”라며 그날의 아쉬운 마음이 되살아난 듯했다.

루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송교창은 “(그 경기 후) 별 생각 없었다”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 말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슛을 놓쳤다고 해서 심적으로 위축되지 않았다는 뜻인데, 듣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이긴 했다.

다시 울화통이 치민 이현민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그런 게임을 지고 어떻게 별 생각이 없어? 자극받아야지”라며 곧바로 훈계에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그날 경기 이야기가 나왔다.

현민 : 지금 생각난 건데, 너 그때 자유투 투 샷 아니야? (모비스전에서 송교창이 슛을 시도하는 과정에 파울성 플레이가 있지 않았냐고 묻는 것으로, 마지막 레이업슛과는 무관하다)
교창 : 투 샷 같았어요.
현민 : 근데 왜 말을 안 하냐? 이게 파울이면 파울이다 왜 말을 못해?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했던 대사를 그대로 읊으신 우리의 현민이 형…) 발만 동동 구르고! 페어플레이상 받을 거야? 나도 받고 싶다… (네?)
교창 : 애매해서요.
현민 : 운동하면서 화내면 누가 뭐라 그러냐. 화도 못 내고.
교창 : 화를 내기엔 제가 너무 어려서…
현민 : 안 되겠다. 테크니컬 파울 한 번 받자. 벌금 20만 원인가 그럴 거야. 그렇다고 또 괜히 어설프게 하지 말고. 내가 10만 원은 내줄게.
교창 : 형… 저한테 10만 원도 큰돈이에요.

어쩌다 보니 루키 송교창의 2016-2017시즌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테크니컬 파울 해보기.’ 사실 목표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실제로 하라는 것도 아니다. 형 이현민이 저렇게까지 말한 건 막내 송교창이 코트에서 좀 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정금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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