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이학철 기자]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치어리더 세계에 뛰어들긴 했지만 류세미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치어리더를 하기 전까지 스포츠의 ‘스’자도 모르는 문외한 이었던 것.

얼핏 생각하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연이나 행사를 하는 것이 주 업무인 치어리더가 경기 규칙을 아는 것이 중요한가 싶지만 류세미의 말에 따르면 치어리더들도 어느 정도는 아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스포츠 열공(?)중인 모범생 치어리더
“원래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룰도 배워가고 하다 보니 점점 더 재밌어 지더라고요. 저는 야구도 이번에 하면서 배웠어요. 그냥 방망이로 치면 점수 나고 그런 것만 알았는데 볼넷이나 뭐 이런 거는 이제 알았어요.”

이어 류세미는 “농구는 아무도 안 가르쳐줘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경기장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도 있지만 우리 팀 경기가 없는 날에 중계를 챙겨보면서 공부했어요”라며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게 농구는 다른 종목들 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종목이다. 

“제가 지금까지 아는 것만 놓고 보면 농구가 야구나 배구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농구가 더 어렵긴 해요. 야구는 뜬공 그냥 잡거나 아니면 베이스 먼저 찍거나 그런 게 많고... 또 전광판에 다 나오잖아요. (웃음)” 

초보자들이 입문하기가 가장 힘든 스포츠가 야구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농구가 어려우면 우리가 가르쳐줄 수 있는데... 무보수로 개인 과외 해주겠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는 못했다.

어쨌든 굉장히 창의적인 의견으로 야구에 대한 정리를 끝낸 그는 농구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농구는 아무래도 전개가 빠르다 보니까 점수도 빨리빨리 나서 사람들이 더 환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골이 조금 들어가면 재미가 없잖아요. 야구 같은 경우에는 한방을 기다리지만 농구는 점수 올라가는 것을 보면 재밌어요. 또 차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분위기만 타면 금방 역전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이에요.” 

이어 류세미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는 이정현(인터뷰 당시 KGC)을 꼽았다. SK 시절에는 김선형이 멋있어 보였지만 KGC로 옮기고 난 이후 이정현으로 갈아탔단다. 아아,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은 것. 그래도 김선형은 예쁜 여자 친구가 있으니 딱히 불쌍하진 않다. 아니 쌤통(?)이다. 게다가 FA대박으로 이정현이 이적을 했으니 류세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현재 '공석'인 것이다! 

이처럼 농구와 자신의 일에 흠뻑 빠져있는 류세미는 치어리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도 함께 전했다. 

“아무래도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가볍게 보는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직업으로써 열심히 준비하는데 쉬운 직업처럼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와서 춤만 몇 번 추고 가는 애’라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있어요. 팬 분들 앞에 서기 위해서 저희도 정말 많은 연습을 하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은 항상 있어요.” 

문득 이슈가 됐던 치어리더들의 자리 논쟁에 대해 당사자인 류세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농구 코트 가장 앞쪽에서 응원을 펼쳤던 치어리더들의 자리는 지난 시즌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필자 역시 경기 도중 선수들과 충돌해 아파하는 치어리더들을 수없이 봐왔기에 당연히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답변이 들릴 줄 알았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저는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하는 게 좋더라고요. 사실 거구의 선수들이 저희쪽으로 쓰러지거나 하면 무섭긴 한죠. 하지만 같이 앉아서 응원하는 게 더 재밌어요. 그래야 더 치어리더 같기도 하고요. 뒤에 빠져 있다가 작전타임에만 들어가서 공연하면 그냥 공연만 하러 온 것 같잖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위험해 보인다고 하셔서 저희 팀은 전반에는 광고판 뒤에 의자를 놓고 앉는 걸로 바꿨어요.”  

혹시 자신은 선수와 충돌한 경험이 없어서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류세미 역시 경기 도중 선수에게 허벅지를 밟혀서 멍이 든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별로 아프진 않았다고...

멍이 들 정도로 밟혔는데 아프진 않았다니.. 술 마시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같은 논리다. 그래도 본인이 끝까지 안 아팠다고 주장하니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일본에서 펼쳐진 치어리더 한일전?
KGC는 KBL 올스타 브레이크를 1주일 앞두고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동아시아클럽챔피언십’ 대회 참가 차 2박 3일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에 류세미를 포함한 KGC의 치어리더들 역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박 2일로 갔다 왔어요. 와~ 일본을 무려(?) 1박 2일로 갔다 왔어요! 토요일 아침 비행기로 가서 첫 번째 날에는 진짜 정신없이 바빴고 다음날에는 잠깐 관광하고 왔죠.”

짧았던 일본 일정에 울분을 토한 류세미는 “경기장이 진짜 넓었는데 팬들이 거의 꽉 찰 정도로 많이 오셨더라고요. 시설도 엄청 멋있었어요. 엄청 넓고 높고, 조명도 멋있었어요. 무슨 빅뱅 콘서트 장인 줄 알았다니까요”라며 일본 농구장 체험 후기 역시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일본 출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일본 치어리더들과의 대결(?)도 펼쳐졌다. 물론 류세미 본인은 “대결은 아니었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처음에는 일본 치어리더들을 경계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일본과의 대결에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 않나.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치어리더 대결에선 KGC 쪽의 압승이었다.

“작전타임 때 일본 팀이 먼저 들어가면 그 다음에 저희가 들어가고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공연을 했어요. 뭐 대결 아닌 대결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웃음) 처음에 봤을 때는 ‘어? 일본 치어리더다’ 이러면서 저희끼리 약간 경계를 했죠. 그런데 그쪽은 키가 들쑥날쑥 이시더라고요! 저희 팀은 한국에서도 키가 큰 편이니까 우선 키로는 저희가 압도를 했죠.”

물론 키로만 상대를 압도한 것은 아니다. 일본 현지 팬들의 반응 역시 KGC 치어리더들의 손을 들어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경기가 끝난 후 KGC 치어리더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당사자였던 류세미의 증언 역시 뒤따랐다.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오죽했으면 저희끼리 ‘일본에서 팬클럽 창단 해야겠다’고 농담할 정도였어요. (웃음) 저희가 트와이스의 TT라는 곡으로 공연을 했는데 막 따라 해주시고 갈 때까지 손도 흔들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허당’부터 ‘디스 류’까지.. '김맑음 작명소'의 단골 고객
이처럼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류세미지만 여신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허당’이라는 별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의 성격 때문에 붙은 별명이라고. 이외에도 류세미는 수많은 별명을 보유한 '별명 부자'였다. 

“제가 저희 팀에서 별명이 진짜 많거든요. 그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거는 ‘명품 다리’라고 언니들이 지어준 게 있어요. (웃음)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거는.. 음..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다 재미있게 지어준 것들이라...” 

류세미에게 이토록 많은 별명을 선물(?)한 인물은 같은 팀 치어리더로 활동 중인 김맑음이었다. 류세미는 ‘김맑음 작명소’의 주요 단골 고객인 셈. 그

런데 이 작명소의 작품들을 들어보니 다작에는 능하지만 그리 솜씨가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디스류’라는 별명은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제가 되게 솔직하게 팀원들을 디스 한다고 언니들이 ‘디스 류’라고 붙여줬거든요. 그게 안양 프로필에도 나갔었는데 사람들이 담배 피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듣고 ‘이게 그렇게도 보일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제 더 이상 ‘디스 류’라는 별명에 대한 오해는 없길 바란다. 

이어 별명 부자 류세미는 취미를 묻는 질문에는 ‘운동’이라고 밝혔다. "아까 사진 찍을 때 공 다루는 거 보니까 잘 못하더라"는 필자의 의견에는 “아 저 공이 탄력이 없어서 잘 안 튕겨진 거예요. 원래 되게 잘해요”라며 뻔뻔(?)하게 대답하기도.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의 목표와 함께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또한 들려주었다. 

“저는 그냥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식으로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때까지 열심히 해볼게요! 그리고 올해 저희 팀이 성적이 좋은데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우승 꼭 할 수 있도록 경기장에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세요!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결국 당시 류세미가 바랬던 KGC의 소박한 소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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