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은 하승진 이후 한국 농구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유망주다. NCAA 디비전 1 데이비슨 대학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NBA를 노크했던 이현중.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는 데 실패했지만 계속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NBL 리그로 진출한 이현중은 어떤 데뷔 시즌을 보냈을까?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계속되는 도전

NCAA 데이비슨 대학에서 경력을 쌓은 이현중은 부상까지 겹친 끝에 지난해 열린 2023 NBA 드래프트에서 아쉽게 낙방했다. 국내에서 재활을 진행한 이현중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골든스테이트 산하 G-리그 팀인 산타크루즈 워리어스와 계약을 맺고 지난 시즌을 치렀다.

이현중의 NBA 노크는 계속됐다. 지난해 여름, 필라델피아와 계약을 맺고 NBA 서머리그에 나섰다. 하지만 출전 시간을 따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서머리그 최종전에서 3점슛 3방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결국 NBA 구단으로부터 투웨이 계약 등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서머리그 합류 시기 즈음 이현중은 국내 팬들에게 또 하나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바로 호주 NBL의 일라와라 호크스와 계약을 맺은 것.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면서 타이트한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NBA 꿈을 접은 것도 아니다. 일라와라 구단과의 계약에서 NBA 구단의 오퍼가 있을 경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중은 호주 출국 전 가진 국내 기자회견에서 “미국 무대에 최대한 도전하고 싶다. 당장의 미래에 KBL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최대한 도전하려고 한다. 계속해서 해외에서 도전을 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FIBA 랭킹 5위의 호주는 국내 리그 경쟁력 또한 아시아컵에 나서는 다른 어떤 리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원한다고 해서 쉽게 갈 수 있는 리그도 아니다. 이현중의 케이스와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과거에 일라와라에서 뛰었던 라멜로 볼을 비롯해 조쉬 기디, 우스만 젱 등 NBA 리거들도 많이 거쳤던 곳이다. 

그렇기에 NBA를 꿈꾸는 젊은 선수들이 NBL에 많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시즌 퍼스 와일드캣츠에 입단한 알렉상드르 사르의 경우 216cm의 장신 센터로 2024 NBA 드래프트 TOP 10 이내 지명이 거론되는 유망주이기도 하다.

이현중 또한 호주 리그의 높은 경쟁력에 주목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호주 리그는 경쟁력이 정말 센 곳이다. 정말 뜻깊고 어떤 도전과 시합이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를 3명까지 보유 가능한 NBL은 아시아나 오세아니아 국가 출신 선수 1명을 추가로 영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호주에서는 저우치(중국), 바바 유다이(일본), 카이 소토(필리핀) 등 동아시아 국가 선수들이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는데 일본 국가대표 바바 유다이의 경우 멜버른에서 우승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이현중에게 호주는 낯선 국가가 아니었다. 데이비슨 대학에 진학하기 전, 호주에 위치한 NBA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기량을 쌓은 경험이 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한 만큼 한국 선수들의 외국 진출 걸림돌이 되는 언어 문제 또한 이현중에게는 장벽이 아니었다. 

쉽지 않았던 출발, 사령탑 교체 후 바뀐 분위기 

이현중은 호주로 향한 프리시즌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NBL 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호주리그 첫 시즌인 이현중은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했다. NBL 두 번째 경기 출전이었던 10월 7일 S.E. 멜버른과의 경기에서 승부처 대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고정적인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팀 경기력 또한 굉장히 어수선했다. 일라와라는 지난 시즌 3승 25패에 그치며 NBL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 이번 시즌 출발 또한 매우 좋지 못했고, 부실한 팀 전술 속에 경기력 또한 긍정적이지 않았다. 공격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팀이었다. 

그럼에도 이현중은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했다. 40%가 넘는 높은 3점슛 성공률은 물론 제공권 싸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약점으로 불리는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했다. 

개막 9경기에서 7패를 당한 일라와라는 결국 칼을 뽑았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제이콥 재코마스 감독을 경질하고 저스틴 테이텀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저스틴 테이텀은 NBA 슈퍼스타 제이슨 테이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테이텀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일라와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점점 승리하는 경기가 많아졌고 그 결과 19경기에서 12승을 수확, 4위까지 도약했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면서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수 있는 플레이-인 토너먼트 티켓을 확보했다. 

바뀐 사령탑 휘하에서 이현중의 경기력 또한 더욱 좋아졌다. 선발로 출전하는 경기도 생겼고, 1월 20일 애들레이드전에서는 3점슛 5개 포함 24점을 쏟아내며 호주 진출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에 앞서 1월 12일 태즈매니아전에서는 10개의 리바운드와 함께 더블-더블도 달성했다.

큰 자산됐을 플레이오프 경험, 그리고...

큰 무대에서도 이현중은 적지 않은 비중 속에 경기 출전을 이어갔다. 비록 패했지만 플레이-인 토너먼트 3번 시드 결정전에서는 선발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라와라는 이어 펼쳐진 외나무다리 매치에서 뉴질랜드에 승리, 4번 시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생애 첫 NBL 플레이오프에서 이현중은 힘을 냈다. 멜버른과 만난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3쿼터에만 9점을 쏟아내며 팀의 공격을 주도하기도 했다. 

1차전을 패한 일라와라는 2차전을 잡고 파이널행 희망을 키웠다. 마지막 3차전만 이긴다면 언더독의 반란이 가능했던 상황. 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이현중 또한 막판 추격의 3점슛을 터트렸다. 

그러나 경기를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그렇게 일라와라는 길었던 시즌 여정을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초반 부침을 딛고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서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이현중에게도 꽤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다른 아시아 국가 리그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호주 리그에서 초반은 다소 불안했지만 그래도 시즌을 치를수록 팀 내 입지를 넓혀갔다. 최종 성적은 평균 7.4점 3.9리바운드 3점 성공률 40.0%로 슈터로의 자질을 호주에서도 보여줬다.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저스틴 테이텀 감독이 정식 계약을 맺어 다음 시즌도 함께한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음 시즌도 NBL에서 뛰게 된다면 합을 맞춰본 사령탑과 함께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현중의 최종 목표인 NBA 진출을 위해서는 더 나아가야 할 부분들도 있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외곽 슈팅을 계속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른 공격에서도 더 발전을 이룬다면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NBL 시즌을 마친 이현중은 휴식 대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B.리그 오사카 에베사와 단기 계약을 체결, 남은 B.리그 시즌 동안 활약하게 된 것이다.

이현중의 당장 큰 목표는 7월 열릴 예정인 서머리그에서 NBA 구단에 가능성을 어필하는 것. 서머리그까지는 3개월 넘게 남은 시점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약점을 더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사카는 서부 지구 내 하위권 팀으로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약체에 속한다. 이현중이 공격에 있어서 호주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옵션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 온 볼 상황에서 펼칠 수 있는 림어택이나 다른 공격 옵션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B.리그 입단 후 많은 관심을 받은 이현중은 순조롭게 리그에 안착했다. B.리그 강호인 류큐 골든 킹스와의 데뷔전에서는 24점을 몰아치며 KBL에서 뛰었던 숀 롱과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했고, 신슈 브레이브 워리어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팀에 승리를 안기는 위닝 득점을 성공했다.  

Side Story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이 바라본 이현중

호주 국가대표팀의 브라이언 구지안 감독은 프로팀 감독 생활을 오래 지낸 거장이다. 국가대표팀은 물론 현재는 호주 시드니 킹스의 감독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 구지안 감독을 지난 3월 초 EASL 일정에서 만났고,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중 호주에서 활약한 이현중의 이야기도 나왔다.

구지안 감독은 이현중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장점인 슈팅에 있어서는 정말 높은 평가를 내렸다. NBA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했다.

구지안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현중이 있었다면 더 까다로운 경기를 치렀을 것이다. 슈팅에 한해서는 이미 NBA급이라고 생각하고 피지컬적인 리그인 호주에서 슈터로서 받는 견제를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고 점차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주변 관계자들도 이현중은 NBA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호평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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