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메디컬 리포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 창원 LG 세이커스 필드 닥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허리 부상이다.

글: 김두한
정리: 이동환

 

척추의 구조

우선 우리 몸의 척추 구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척추는 우리 몸의 중심을 이루는 뼈로,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 천추 1개로 총 25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척추가 휘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앞에서 봤을 때 척추는 곧게 뻗어 있는 것이 정상이지만 옆에서 볼 때는 아래 그림처럼 자연스러운 굴곡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척추 중에서도 농구 선수들과 많은 관련이 있는 요추부, 즉 허리 부위 척추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허리의 구조

요추 부위를 보다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생긴 척추는 뼈가 쌓인 형태로 구성돼 있는데요, 그런데 이 뼈에는 큰 구멍이 있습니다. 이 구멍이 바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척수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입니다.

신경은 근육의 움직임과 감각을 담당하빈다. 그래서 우리 몸에서 너무나 중요한 신체 구조인 것은 루키 독자 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뼈로 둘러쌓인 이 통로를 통해 척수 신경은 뇌에서 허리까지 안전하게 지나가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구조는 바로 추간판, 즉 디스크입니다. 척추 뼈가 디스크 없이 뼈끼리 연결돼 있다면 어떨까요?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이 흡수되지 않고, 충격이 고스란히 뼈로 전달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 몸은 척추 뼈에 직접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척추 뼈 사이에 디스크란 것을 두고 있습니다.

디스크는 안쪽과 바깥쪽, 총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쪽은 액체와 유사한 조직이며 바깥쪽은 디스크의 모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보다 더 단단한 조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덕분에 디스크는 많은 충격을 받아도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허리의 역동적인 움직임

허리는 우리 몸의 중심으로, 몸을 받치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합니다. 상하지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때 허리의 기능은 특히 중요하며, 점프를 하거나 달릴 때 하체부터 올라오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 및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허리가 합니다.

특히 농구와 같이 방향 전환이 많고 몸싸움이 항상 일어나는 종목에서는 척추 근육의 버티는 힘과 유연성이 필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척추 주위 근육은 단방향이 아닌 다방향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서로 협응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허리 부상의 이해

농구의 경우 허리 부상이 다른 대형 부상(전방십자인대 파열, 아킬레스파열 등)에 비해 큰 큰 이슈가 되는 것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 빈도 자체도 드물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다릅니다. 농구 선수들의 허리 부상 혹은 허리 통증은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상 중 하나입니다.

허리 통증에 관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도 80% 이상이 일상생활 또는 운동 중에 허리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운동 선수들의 20-30%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경기력 저하를 심각하게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허리 부상을 척추의 구조적인 손상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조적 손상이 없어도 신체적, 심리적 유전적 요인이나 훈련 방식과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허리에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각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가 최근에 많이 활용되고 있고 있는 MRI 검사와 관련된 연구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허리 통증이 전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촬영한 MRI에서도 20대에서 20% 전후, 30대에서도 30% 전후로 비정상적인 소견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촬영한 MRI에서는 그 중 90%의 선수에게서 구조적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허리 통증이 없어도 허리 구조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허리 통증이 있어도 허리 구조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허리 통증과 허리의 구조적 손상은 반드시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허리 부상에 대해 MRI와 같은 최신 영상 기술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허리 부상의 종류

1. 염좌

허리 관련 부상 중에 가장 흔한 부상입니다. 요추는 골반과 척추를 연결하는 부위입니다. 때문에 요추 주위에는 안정성을 높여주는 많은 인대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허리에 큰 충격이 가거나 불안정성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다치게 되는 것은 바로 요추를 둘러싸고 있는 인대입니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허리 인대 염좌의 경우는 2-3주 내로 회복이 가능합니다.

2. 요추 골절 (렌즈 아반도 부상)

지난 2023년 12월 28일, 안양 정관장의 렌즈 아반도 선수가 공중에서 떠밀려 등과 허리로 떨어지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요추 3,4번의 골절로 밝혀 졌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척추를 이루는 뼈 중 어느 부분이 골절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척추뼈를 옆으로 본 모습입니다. 당시 아반도처럼 등 또는 허리로 그대로 바닥에 착지하게 되면 극돌기나 척추경, 뼈의 뒷부분에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엉덩이로 착지하게 되면 충격이 척추체로 오기 때문에 요추 앞부분에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추 골절의 일반적인 회복 기간은 골절의 양상에 따라 다릅니다. 평균적으로 수술이 필요없는 골절인 경우는 1-2주 정도 절대 안정을 취하고 통증 정도에 따라서 보조기 착용을 하며 일상 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운동 선수들에게 요추 골절은 상당히 치명적인 부상입니다. 허리를 다치면 모든 거동이 불가능해지고, 운동능력 손실이 반드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3. 마이클 포터 주니어와 전성현의 디스크 부상

디스크 부상의 정확한 명칭은 “추간판 탈출증”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추간판을 구성하는 외측(섬유륜)이 파열되어 물과 같은 수핵이 탈출하는 질환입니다. 이 같은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척추 주위를 지나는 신경이 압박되는데, 이로 인해 이 신경이 담당하고 있는 부위의 감각과 근육의 운동능력이 큰 지장을 받게 됩니다.

만약 압박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우선적으로는 비수술적인 주사 치료 및 약물 치료를 통해 압박을 받고 있는 신경의 통증을 다스리는 처치를 먼저하게 됩니다.

하지만 압박 정도가 심해 신경에 마비가 초래되는 수준이 되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수술적 치료는 탈출된 디스크를 제거하여 신경이 압박되는 현상을 없애는 방법인데요, 덴버의 마이클 포터 주니어가 이 시술을 받았다 합니다.

허리 통증 및 부상에 대한 관리

허리 통증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확하게 본인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구조적인 이상이 없더라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통증이 없더라도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즉 허리 부상에서 통증과 구조적 손상이 별개의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떤 선수는 허리 통증이 심각한 손상을 부른다고 생각해서 특정 동작이나 자세를 과도하게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 어떤 선수는 허리 통증을 참아서 이겨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매우 부적절한 대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다각적인 훈련입니다. 허리 통증이 있을 때의 대표적인 보강 운동은 등 근육 강화 운동입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지구력, 유연성, 코어 안정성을 높이는 운동도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도 허리의 안정성을 기를 수 있는 동요 운동(perturbation training)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Profile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2023-2024시즌부터는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필드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 KBL 제공, 김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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