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신이슬은 지난 2018-2019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을 받은 선수다. 높은 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WKBL 무대에 입성했지만 선발회 당시 박지현과 이소희가 워낙 이슈가 된 탓에 신이슬을 향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데뷔 이후에도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하던 신이슬은 지난 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많은 시간을 뛰기 시작하며 조금씩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고 있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기록은 현재 시점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먹을 것(?)에 넘어가 시작한 농구

신이슬은 어머니가 농구를 하셨기에 어릴 때부터 농구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가족이 농구인이라 하더라도 농구공을 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신이슬은 처음 농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저는 기억에 없는데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야외에서 농구공을 가지고 노는 사진이 있더라고요. 농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아니면 5학년 정도로 기억해요. 저희 어머니가 원래 농구를 하셨거든요. 후배 중 한 분이 수원 쪽에서 코치로 활동을 하고 계셔서 거기에 놀러갔다가 먹을 것에 넘어갔어요.”(웃음)

“저한테 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고 잘 한다고 하시니까 드디어 저한테 맞는 길을 찾은 것 같았어요. 그 전까지는 저는 잘 하는 것이 없었거든요.(웃음) 드디어 찾은 건가 싶어서 농구를 계속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신이슬이 농구를 시작하겠다고 하자 이미 농구를 접해왔던 가족들의 반응은 ‘반대’였다. 그러나 신이슬은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구공을 놓지 않았고 결국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됐다. 

“어머니도 그렇고 외할머니께서 많이 경고를 하셨어요. 안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그 때는 제가 잘하는 것이 없었는데 농구를 잘한다고 소리를 들으니까 거기에 홀딱 넘어간 상태였어요.”

그렇게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구를 시작한 신이슬. 그렇다면 만약 반대의 상황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까. 미래에 자신의 아들 혹은 딸이 농구를 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아마 농구선수들은 다 똑같을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는 말릴 것 같아요. 제 주변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자식들은 농구를 안 시킬 것 같더라고요. 저는 본인이 정말 좋아하면 시킬 것 같긴 한데 경고는 확실히 할 것 같아요. 쉬운 길이 아니라고 확실히 이야기를 해줘야죠.”

3순위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로 농구를 시작했던 신이슬이지만 재능은 남달랐다. 온양여고 3학년 당시 종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과 MVP를 거머쥐면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알린 신이슬이다. 

“그 때는 자신감이 살짝 있었던 것 같아요. 온양여고 때 프로팀 언니들과 연습 경기도 몇 번 했었거든요. 그런데 점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직접 부딪혀보면 다르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던 것 같아요.”

신이슬은 2018-2019 신입선수 선발회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당시 선발회는 박지현과 이소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당시 우리은행이 무려 4.8%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으며 엄청난 화제가 됐고, 그 결과 최대어로 손꼽혔던 박지현이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어 이소희가 2순위로 지명됐고 신이슬은 3순위로 삼성생명의 부름을 받았다. 

3순위 역시 충분히 높은 순위였지만 당시 박지현과 이소희에 대한 관심도가 워낙 높았다. 이에 자연스럽게 두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향하지 못했다.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았어요. 평소에도 주목을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조용히 뽑히고(웃음) 조용히 가는 것이 더 좋았어요.”

데뷔 시즌 신이슬은 단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경기당 8분 55초를 뛰면서 4.7점 2.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어진 2019-2020시즌에도 신이슬은 단 3경기만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2시즌 동안 6경기 출전에 그쳤다. 

“데뷔 시즌에 재활을 하다가 올라갔는데 그 때는 제가 살이 좀 찐 편이어서 몸이 무거웠어요. 힘이나 스피드가 언니들에 비하면 부족했던 시기에요. 언니들이 정말 많이 세고 빨랐던 기억이 있어요.”

“솔직히 실망을 조금 느끼긴 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기도 하고 또 언니들을 이렇게 밖에서 구경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 시간도 좋았어요. 그래도 혹시 언제 투입이 될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는 하고 있었죠.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계속 배우기도 했고요. (박)하나 언니나 (김)보미 언니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슛을 언니들이 고쳐주시기도 했고 무빙슛도 연습을 같이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밖에서도 보면서 배울 것이 많아서 눈이 바빴던 것 같아요.”

알을 깨고 나오다

그런 신이슬은 2020-2021시즌 25경기에 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평균 출전 시간도 12분 36초로 증가하면서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시기다. 

“확실히 벤치에서 보는 것과 직접 부딪히면서 느끼는 것이 다르더라고요. 밖에서 볼 때는 왜 안 되나 싶었던 플레이들이 실제로 들어가서 해보니까 왜 그런지 이해가 되는 것도 많았어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퓨처스리그 MVP도 받고 1군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성장하던 신이슬에게 지난 시즌 후반기는 확실한 기회가 됐다. 이주연과 키아나 스미스 등 주전 가드진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이슬과 조수아 등에게 기회가 향하게 됐다. 

“기회가 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됐어요. 하상윤 코치님이 3경기 정도까지는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제가 하던 대로 나온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도 삼성생명의 가드진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신이슬에게 많은 기회가 가고 있다. 현재까지 신이슬은 27경기에서 평균 29분 28초를 뛰고 있다. 

“아직은 제 모습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체력이 떨어지고 하니까 답답해요. 그래도 체력이 떨어졌을 때 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배우고 있어요.”

“요즘에는 잠을 자도 피곤한 것 같아요.(웃음) 또 저는 잠이 빨리 들지도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자려고 누워도 너무 말똥말똥해서 잠을 쉽게 못자요.”

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기록 역시 증가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신이슬은 평균 6.9점 3.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는 기록. 다만 1월 중순 이후 경기에서는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인 신이슬이다. 

“체력도 문제고 멘탈도 조금 무너진 상태인 것 같아요. 빨리 멘탈을 추슬러야죠. 생각도 많고 미리 걱정을 하는 타입이어서 그런 부분을 빨리 떨쳐내려고 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많은 기회를 받으면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올스타에도 뽑힌 신이슬이다. 처음으로 나선 올스타전은 신이슬에게 어떤 경험이었을까. 

“저는 처음이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자리인데 부담이 없지 않았어요.”

언제나 그렇듯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들은 누구보다 바쁜 브레이크를 보냈다. 올스타 당일은 물론이고 행사 하루 전에도 행사에 참여하고 올스타전 당일의 퍼포먼스 연습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체육관에서 춤 연습에 매진해야 했던 선수들이다. 특히 성격이 대문자 I(내향형)인 신이슬에게는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연습을 짧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작년에는 더 힘들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일부러 동작 하나만 있는 쉬운 춤을 골랐어요. 어디 나서서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하나씩 하는 거죠.(웃음) 또 (김)진영 언니나 (강)이슬 언니가 옆에서 계속 말도 걸어주고 챙겨주셨어요. 언니들이 E(외향형)셔서 먼저 말을 걸어줘서 감사했던 것 같아요.”

올스타전 당일에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임근배 감독이 선수로 깜짝 등장했는데 당시 임근배 감독이 입고 있던 유니폼이 바로 신이슬의 유니폼이었다. 꽉 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임근배 감독의 모습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임근배 감독은 신이슬의 유니폼을 장착한 채 멋진 3점슛을 꽂아 넣기도 했다. 

“저는 그게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그 전에 제가 언니들한테 제 유니폼이 작은데 괜찮을지 여쭤봤는데 다들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다보니까 제 유니폼을 드렸는데 다들 재미 있으셨나봐요. 감독님이 그걸 입고 너무 몸매가 드러나셔서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웃음)

이처럼 신이슬은 데뷔 초기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시즌 삼성생명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할 때 프로 커리어 초창기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무엇일까. 또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저는 발전한 부분은 적극성인 것 같아요. 원래 적응하는 것이 느린 편인데 이제 언니들과도 손발을 맞춰가니까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만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해서 그건 얼른 고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신이슬은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팬 분들께는 항상 감사드려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항상 응원해주시고 편지도 주세요. 편지 안에도 제가 힘들어 보일 때마다 항상 좋은 말씀들을 많이 적어주세요. 정말 많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할테니 많이 와주셔서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SIDE STORY
‘금발’ 신이슬은 이제 안녕?

데뷔 초창기만 해도 신이슬의 머리는 흑발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신이슬은 금발 머리를 한 채로 코트에 나타났고 이제는 금발 머리가 신이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어쩌면 금발 신이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음 시즌부터는 다시 흑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이슬은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때 휴가를 받고 어떤 테스트를 통과하면 더 휴가를 주셨는데 그걸 통과한 게 너무 기뻐서 금발을 해버렸어요.(웃음) 그런데 머리가 너무 상해서 다시 흑발로 돌아가야 해요. 금발은 이번 시즌까지일 것 같아요. 저도 다시 흑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는데 그러고 나면 금발을 다시 못해서 지금까지 버텼어요. 팬 분들도 흑발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는 금발이 더 괜찮은 것 같은데 가끔 예전 사진을 보면 흑발이 괜찮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사진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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