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이학철 기자] 서현숙은 해맑다. 경기장에서 치어리더들이 항상 웃고 있으니 누구나 다 그렇게 보이기는 하지만 서현숙은 그렇게 타고난 것 같다. 아~주(?) 티없이 해맑다!

회사를 전전긍긍하게 만든 그녀의 해맑음
그러한 그의 모습은 첫 만남의 순간부터 드러났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 10분전에 도착한 필자보다 더 일찍 인터뷰 장소에 와있던 서현숙은 혼자 있기가 심심했는지 필자가 도착하자마자 어디선가 튀어나와 해맑은 미소와 함께 반겨주었다.

기억이 왜곡된 것이 아닌 100% 팩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무척 부러워할 거라는 거, 잘 안다. 이런 기쁨이라도 있어야 힘든 생활에 낙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이러한 모습은 인터뷰 시간에도 계속되었다. 약간 ‘비글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오죽했으면 서현숙 소속사의 관계자까지 인터뷰 시간 동안 옆에서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이런 회사 쪽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현숙은 내내 순진하고도 해맑은 미소로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사실 깍쟁이처럼 굴면 어쩌나했던 필자의 걱정과는 180도 다른 모습.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이 어찌나 순진한지 돈 빌려달라고 하면 돈까지 빌려줄 기세다. 내친 김에 평소 성격에 대해 물어보자 굉장히 독특한 대답이 쏟아졌다. 

서현숙 : 제 성격이요? 저 낯가려요!(웃음) 근데 저는 되게 낯가린다 생각하는데 다들 그렇게 안보시더라고요.(이 대목에서 본인은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필자 역시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약간 정상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말을 못 알아듣기도 하고, 4차원 끼가 있어요. 그래도 착해요.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에 정상은 아닌데 착하대요!
더 바스켓(이하 'TB') : 일단 정상은 아니다?
서현숙 : 네! 약간 이상해요 저는. 
TB : 아~ 그렇군요...
서현숙 : 네! 그래도 착해요. 굉장히 착합니다!

본인 성격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이렇게 해맑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 명이나 될까.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성격이다. 이쯤 되면 서현숙을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소속사에서 살짝 당황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낯을 가리고 정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착한 성격’인 그는 그래도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왔다. 특히 각 종목별 특징을 묻는 질문에는 꽤나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우선 야구 팬 분들은 응원이 준비된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다 같이 즐길 수가 있어요. 그런데 농구나 배구 같은 경우에는 같이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경기만 딱 보시는 분들도 있으셔서 앞에서 제가 열심히 해도 가만히 있으시면 되게 민망할 때가 많아요.(웃음) 같이 잘 따라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축구는 치어리더가 도입된 지 얼마 안됐잖아요. 그래서 확실히 응원이 약해요. 서포터즈랑 응원석이 다른 위치에 있는데 응원석은 안 보인다고 비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비키라고 하면 비켜드려야 되요. 안 그러면 혼~나요.”  

이어 우리은행의 치어리더를 맡고 있는 그에게 지난 시즌 아산이순신체육관으로 홈경기장을 옮기고 달라진 부분을 묻자 “아산은 확실히 따뜻해요”라며 또 다시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는 잠깐의 침묵. 그래요. 이전의 춘천이 여자농구 연고지 중 최북단이기는 했지요...

지켜보던 회사 측 관계자는 고구마를 100개는 먹은 것처럼 답답해했다. 차라리 기사 분량을 줄이고 사진을 많이 실어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 그 이야기를 들은 서현숙은 손을 번쩍 들며 “저 사진 보정 많이 해주세요! 광대요!”라며 다소 뻔뻔한(?) 요구를 해맑게 했다. 덕분에 고구마 100개를 강제 흡입했던 소속사 관계자는 억지로 몇 개를 더 섭취해야만 했다.

프로야구를 2연패한 두산 베어스와 K리그를 우승한 FC서울, 그리고 여자농구를 통합 5연패 중인 우리은행까지...

늘 이기기만 하는 팀을 맡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은 특별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승률 0.943(33승 2패)을 기록하며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 승률을 달성했다. 게다가 챔피언 결정전마저 3연승으로 마감했다.

서현숙은 “아산에 갈 때는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항상 “든든하다”고 뿌듯해했다. 최고참 임영희부터 주장 양지희(은퇴) 등 선수 모두가 멋있다고 말한 서현숙은 심지어 위성우 감독의 화내는 모습도 멋있다고 했다. 글쎄... 선수들도 동의할지는 잘 모르겠다. 면전에서 직접 혼나보지 않아서 이런 의견이 나온걸거다. 절대 위성우 감독이 부러워서 이러는 거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우리은행의 1패는 다른 팀의 패배보다 충격이 더 크다고. 인터뷰를 지켜보던 편집장이 눈치 없이 “우리은행은 너무 이겨서 좀 져야 돼”라고 하자 소속사 관계자와 서현숙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반박에 나섰다. 졸지에 ‘망언 편집장’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 인터뷰 직후였던 12월 15일, 개막 13연승을 달리던 우리은행이 홈에서 신한은행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경기가 끝난 후 우연히 경기장 1층 복도에서 치어리더팀과 마주친 편집장에게 서현숙은 “이 모든 게 편집장 때문”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고 한다. 업무의 8할이 지시요, 나머지 2할은 짜증인 편집장이 궁지에 몰렸었다니 목격하지 못한 게 한스러울 따름이다.

강아지 키우기가 취미인 집순이
이처럼 활발하고 해맑은 성격(본인은 끝까지 낯을 가린다고 주장했지만)을 가진 그이기에 쉬는 날에는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다닐 것 같았지만 의외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란다. 또한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 강아지와 산책 가는 것이 쉬는 날의 주요 일과라고. 현재 그는 3마리의 강아지와 동거 중이다. 

“저 진짜 강아지를 너무 사랑해요. 그래서 항상 강아지들이랑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가 노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 스타일이라 쉬는 날에도 강아지 산책가거나 밀린 드라마 몰아보는 정도? 아니면 영화 보는 거요.”

그런데 야구, 농구, 배구, 축구까지 맡고 있는 그에게 쉬는 날이 있기는 할까?

필자가 쉬는 날이 없을 것 같다고 살짝 떠보자 순진한 여신은 “없어요. 쉬는 날”이라며 너무나 쉽게 걸려들었다. ‘몸을 쓰는 직업인 치어리더가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일하며 제대로 된 휴식도 보장받지 못 한다’는 결론? 아... 서현숙의 해맑음에 소속사가 졸지에 ‘노동 착취 나쁜 회사’로 몰릴 상황. 다행히 이번에는 스스로 수습을 한다.

“이번 주가 쉬는 날이 없어요. 일정이 많아서. 사실 시즌 시작할 때가 가장 바쁘죠. 신입 치어리더들도 있어서 맞출 게 많거든요. 바쁘니까 쉴 틈이 없고 날짜를 잡기도 힘들죠. 그런데 막상 시즌 시작하고 나면 경기가 적을 때는 쉬는 날도 꽤 되요. 저는 많이 쉴 때 1주일을 쉰 적도 있어요. 다만 직업 특성상 쉬는 날이 규칙적이지 않은 거죠.”

결국 “치어리더 서현숙은 많이 쉰다”로 평화롭게(?) 결론을 낸 필자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치어리더로서의 목표에 대에 물어보았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동안은 계속 쭉 이 길을 가고 싶어요. 또 제가 욕심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인지도도 더 쌓고 싶고 그냥 제 이름을 말하면 딱 누구인지 알 수 있게끔 각인시키고 싶어요. 또 제가 저희 팀 (김)다정 언니를 롤 모델로 삼고 있거든요. 언니는 옆에서 보면 정말 엄청 열심히 하세요. 진짜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웃는 표정에 제일 많이 뛰시고.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엄청 노력을 많이 하세요. 저도 그렇게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울러 팬들에게도 애정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매우 정상적으로! 

“팬분들께서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현숙이가 될 게요. 아산 경기장도 많이 찾아와 주시고 저희랑 같이 응원해요! 우리은행 파이팅!”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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