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월간 여신 주인공 섭외는 매월 <더 바스켓> 편집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동안 제3자의 입장으로 편하게 조명 반사판만 들었던 필자에게 월간 여신 주인공 섭외라는 숙제가 또다시 주어졌다. 반사판을 들고 인터뷰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겠다는 의사는 가볍게 묵살됐다. 

이렇듯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필자의 눈에 ‘Hot’하다는 ‘대학농구TV’의 MC 임정빈 양이 들어왔다.(일단 대학농구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예쁜 얼굴의 성인여자가 저렇게 망가질 수도 있구나’라는 걸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한번쯤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만났다.   

사실 대농 TV를 보면서 임정빈 양을 섭외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윤태진 아나운서와 가수 NS윤지, 그리고 가수 루이 등 지금까지 해왔던 여신들과는 뭔가 180도 다른 이미지 때문이었다.

하필 처음 본 방송이 귀신 분장을 하고 출연한 때였다. 그 이후에 찾아본 것도 마찬가지였다. ‘고급 포즈’를 비롯해 뭔가 여신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호탕한 목소리와 제스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화면 속의 그에게서 여신 이미지를 꺼내는 것은 거의 무한도전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바로 ‘대학농구TV’는 음성과 영상이 지원되는 방송이었고 다행히 <더 바스켓>은 사진과 글만이 있는 매체라는 점이었다. 

연극영화학도, ‘과한 취미’에 빠져들다
임정빈(편의상 호칭 생략)은 원래 연극영화학도였다. 그것도 사실 처음부터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과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배웠어요. 그러다 미술에 소질이 있어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데 너무 안 맞는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 예고는 가고 싶었죠. 그러다 안양예고에 연극영화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1주일 준비해서 시험을 봤는데 합격이 됐어요.”

지금의 모습만을 본 사람은 믿기 어렵겠지만 어린 시절 그는 숫기도 없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소녀였다. 남들 앞에서 뭔가를 말하고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다. 하지만 연극영화를 전공하면서 지금은 많아 나아진 거라고. 안양예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연기학도로서의 꿈을 꾸던 그가 ‘대학농구TV’에 합류한 것은 우연이자 천운이었다.

“초대 MC가 (박)찬웅 오빠였어요. 그 오빠 다음으로 2대 MC를 맡을 사람을 공개 모집을 통해 뽑았죠. 그때 ‘대학농구TV’ PD 중의 한 명이 친구였는데 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한 거예요. 혹시나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정당한 오디션을 본 끝에 합격을 했어요. 그게 2015년이었죠.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2014년 처음 시작한 ‘대학농구TV’는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방송이었다. 따로 스폰서가 있던 게 아니니 장비나 시설이 갖춰진 스튜디오가 있을 리도 만무. MC를 비롯해 스태프들이 십시일반 걷어 제작비를 충당해 제작했다. 이것은 그가 합류한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얼마씩 돈을 걷어서 제작을 했어요. 이게 뭐가 좋다고.(웃음) 액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래서 저희는 이걸 일이 아닌 ‘과한 취미 생활’이라고 했죠. 사실 이게 일이 되면 서로 미루게 되고 하기 싫어지는데, 애들과 어울리고 선수 만나고 그러는 게 재밌었어요. 또 저 같은 경우는 영상 콘텐츠에 흥미를 갖고 있었고 직접 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일정도 자유로운 편이었고. 그래서 하게 됐죠.”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에너자이저
‘대학농구TV’는 젊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드는 만큼 아기자기하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템이 돋보이는 방송이다. 순간순간 나오는 재치 넘치는 자막과 집중도를 높이는 음향효과, 그리고 대학 선수들의 거침없는 멘트와 이런 멘트를 돋우는 MC의 진행까지. 정규방송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와 위트가 넘치는 방송이다. 

이런 ‘대학농구TV’의 방송을 리드하는 것은 바로 MC인 임정빈이다. 다소 과할 수 있는 액션과 군인과 대결을 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 톤으로 방송을 이끌고 있는 것. 사실 처음 섭외를 시도했을 때 들었던 목소리와 너무 달라 놀란 것도 사실이다. 

“제 목소리가 좀 우렁차죠.(웃음) 어렸을 때부터 목소리가 컸어요. 전화상으로는 아무래도 일적인 통화가 많으니 볼륨과 톤을 낮추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여기서 밝히는 또 한 가지 사실. 그는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보는 것을 즐겨하지는 않는다. 즐겨하는 것은 킥복싱과 자전거 타기. 그래도 명색이 농구 프로그램 MC니 ‘농구를 어느 정도는 알고 챙겨보겠지’하고 물으니 예상했던 답과 전혀 달랐다.

더 바스켓: 쉬는 시간이나 평소에 농구는 좀 보시는 편인가요?
임정빈: (잠시 머뭇거리다) 실은 이거 메인 PD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더 바스켓: (이거 뭔가 촉이 온다) 에이, 괜찮아요. 말해보세요.(이런 거는 왠지 꼭 듣고 싶다)
임정빈: 사실 스포츠는 하는 걸 좋아해서 잘 안 봤어요. 룰도 잘 모르고요. 방송에 필요한 정보는 미리 조사하는 데 어려운 용어도 많고 공부할 게 많더라고요. 체대 친구들한테 도움도 받고 경기도 보고 있어요. 평소에 PD나 다른 스태프들도 농구 좀 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죠.  

농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농구 방송 MC가 됐지만 그는 이것을 하나의 콘셉트로 승화시켰다. 농구에 관한 딱딱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여자친구나 최근 관심사, 선수들만이 알 수 있는 숙소 이야기, 그리고 농구와 전혀 관계없는 돌발 질문을 통해 끌어내며 색다른 내용의 방송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의 시선으로 농구의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농구를 잘 몰라서 전문적인 걸로 재밌는 얘기를 끌어내지는 못하지만 전혀 다른 것들로 재미를 끌어내려고 해요. 다가서기 어려운 딱딱한 이미지보다는 대학 동아리 선배 같은 이미지라고 할까요? 아무튼 다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여신은 무슨... 흔한 대시 한 번도 없어
‘대학농구TV’가 만나는 이들은 모두 한창 나이의 대학 선수들이다. 혈기왕성하고 남자들끼리 모여 합숙을 하기 때문에 평소 가까이서 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선수들의 한가운데 그가 앉아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또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대부분도 비슷한 또래의 20대들. 대학농구 여신을 향한 구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 대놓고 물어봤다. 대시한 선수나 팬이 있냐고. 혹시 선수라면 실명까지 공개해달라고 했다.

“선수들한테서 대시요? 일(1)도 없었어요. 제가 워낙 털털하고 남자처럼 대해서 그런지 없더라고요. 친하게 지내는 선수도 없고 따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도 없어요. 한번 방송하면 끝이죠.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그러진 않나요?) 방송을 하면 끝나고 주고받긴 하는데 연락이 오는 건 없어요.(웃음) 페이스북에 ‘좋아요’ 눌러주는 정도가 전부죠. 아 그러고 보니 한 번은 제 게시물에 이종현 선수가 ‘좋아요’를 눌러준 적이 있어요. 너무 고맙더라고요. 하지만 그게 끝이에요.”

원래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걸 좋아하고 자신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선수들도 구분하니 그야말로 서로 좋은 깔끔한 관계.

그렇다면 팬들은 어떨까? 아쉽게도 별 차이 없었다. ‘너무 잘 보고 있다’, ‘이상형이에요’라는 메시지가 있긴 하지만 ‘좋아합니다’라든지 ‘사귀고 싶어요’, ‘만날 수 있을까요’라는 내용은 정말 단 한 차례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대학농구에서는 만인의 연인이 된 그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 ‘대학농구TV’
‘대학농구TV’ 방송은 고정적이지 않다. 처음 모였을 때도 그렇고 지금 역시 그렇다. 적당히 한다는 게 아니라 처음 언급한 것처럼 이것을 일이 아닌 좋아하는 ‘과한 취미’로서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를 포함한 15명의 대농 TV 스태프 모두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바다. 서로에게 스트레스와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방송을 만들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회의를 하고 그나마도 이뤄지지 않을 때는 SNS메시지로 의견을 낸 뒤 메인 PD가 취합, 정리해 프로그램 기획을 짠다. 녹화는 주로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하며 경희대 농구부와 농구 동아리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다보니 자신들의 DSLR 카메라나 학교 장비를 빌려서 하며 한번 촬영할 때 시간이 되는 5~6명 정도가 모여서 녹화를 진행한다. 모두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나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좋아하는 일이지만 마냥 재미만 있는 일은 아니다.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서 하다 보니 제약도 많고 힘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다반사다. 

“사실 중간에 관두고 나간 친구들도 있어요. 처음 회비를 낼 때도 적은 돈이지만 어쨌든 한 푼이 아쉬운 학생들이니 그것도 부담이고.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왔다가 현장의 열악한 환경에 포기한 친구도 있고요.”

이런 가운데서도 이들이 지금까지 방송을 해오고 있는 것은 팬들의 관심과 반응 때문이다. 그 수가 폭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처음 시작 때와 비교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특히 문성곤이 고려대 시절 인터뷰하면서 리포터에게 날아오는 볼을 친 것은 히트를 쳤다. 이른바 '몸에 좋은 MSG'라는 표현과 함께 대한민국 모든 여심을 흔들었고 그 인터뷰 영상은 여러 매체를 통해 퍼졌다. ‘대학농구TV’의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임정빈 개인적으로도 ‘대학농구TV’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발판이 된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극단에서 나온 뒤에 다른 일을 찾다가 시작한 게 ‘대학농구TV’예요. 따지고 보면 ‘대학농구TV’를 하면서 영상 콘텐츠를 접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서 지금 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 MC나 리포터도 할 수 있게 됐죠. 또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대학생 때 시작한 ‘대학농구TV’ MC를 그는 졸업한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연기 강사로도 나가고 인터넷 방송 MC와 리포터 등 프리랜서로 뛰기도 바쁜 지금이지만, 그는 ‘대학농구TV’ 일이라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고 사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대학농구TV’와 연을 끊을 생각은 없다.   

“제가 대농 TV의 2대 MC로서 프로그램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부담감도 크지만 그만큼 모두에게 먹칠하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만약 새로운 MC로 바뀐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큰 게 없어요. 정말 소소하게 팬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려고 해요.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팬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6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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