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승. WKBL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하나원큐가 두 시즌 동안 거뒀던 승수다. 그런 하나원큐가 이번 시즌 확실하게 달라졌다. 중위권에 안착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 참전을 예고한 하나원큐. 그러면서 WKBL 순위 경쟁도 더욱 뜨거워졌다. (모든 기록은 2023년 12월 23일 기준)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으며 작성 시점은 2023년 12월 23일입니다*

하나원큐의 PO 진출 도전 역사 

신세계의 구단 해체 발표가 나왔던 2012년, 하나금융지주가 농구단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부천 하나외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팀을 창단하게 됐다. 구단명은 이후 KEB하나은행을 거쳐 현재의 하나원큐가 된다.

WKBL에 뛰어든 지 햇수로 이제 10년이 넘었지만 하나원큐는 공식 기록상으로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이 없다. 그만큼 하위권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팀이라는 뜻이다. 

2015-2016시즌,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챔프전까지 올랐으나 첼시 리 사태로 모든 기록이 말소됐다. 2019-2020시즌에는 3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는 불운을 맞이하기도 했다. 나머지 시즌은 모두 5위나 6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2021-2022시즌은 5승에 그치며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는 굴욕을 겪었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하나원큐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김도완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삼성생명 코치로 오랜 시간 WKBL에 몸을 담아왔던 지도자. 그는 부임 후 인터뷰에서 “단장님께서 새롭게 창단한 팀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같이 노력하자고 하셨다”며 변화의 물결을 예고했다. 

전력이 워낙 약했던 만큼 곧바로 성적에 큰 변화를 가져오긴 힘들었다. 김도완 감독은 이전 시즌에 비해 1승만 더 추가한 6승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분명히 새로운 바람이 감지되는 중이었다. 합이 맞아가기 시작한 시즌 막판엔 고춧가루 부대로 변신하기도 했다.

구단도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김도완 감독을 지탱해줬다. 매번 내부 FA를 놓치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과 달리 2022년 FA 시장에서 에이스 신지현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2023년 비시즌에는 베테랑 김정은의 리턴을 이끌었다. 여기에 BNK의 핵심 식스맨으로 발돋움한 김시온까지 영입하며 경쟁력 있는 로스터를 구축했다.

또한 전력분석용 픽스캠, 실시간 피지컬 데이터를 체크해 보다 체계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캐타펄트 장비 등 최신식 장비까지 도입하며 성적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김 감독은 이에 “장비들이 비싼 거라 농구계에서 도입한 팀이 많지 않은데 이해해주신 단장님과 사무국장님께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게 맞이한 2023-2024시즌, 하나원큐는 시즌 첫 4경기를 모두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6경기에서 4승을 수확하는 쾌거를 맛봤다. 1,017일 만에 연승에 성공, 이번 시즌은 다르다는 걸 제대로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돌아온 에이스 김정은은 팀을 끌어가는 듬직한 베테랑 역할을 해내고 있고, 다른 선수들도 의욕을 발휘하며 하나원큐는 만만한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첫 번째 목표인 최하위 탈출에 성공한 하나원큐는 이제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달리고 있다.

격전지가 될 4위 경쟁, 어느 팀이 웃을까? 

이번 시즌 WKBL은 완벽한 양강 체제 속에 정규리그가 흘러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은 시즌 첫 14경기에서 1패만 기록했고, 박지수가 더 강력해져서 돌아온 KB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두 팀의 양강 체제는 쉽게 깨지기 어렵다. 서로를 제외한 나머지 팀과 만나는 경기의 상당수를 완승으로 가져가고 있는 우리은행과 KB다. 그렇다면 남은 네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 두 장을 놓고 싸워야 하는 그림이다. 

WKBL 순위표(2023년 12월 23일 기준)
1위 우리은행 13승 1패
2위 KB스타즈 12승 2패
3위 삼성생명 6승 7패
4위 하나원큐 6승 8패
5위 BNK 4승 11패
6위 신한은행 1승 13패

3위 삼성생명은 비시즌에 부상 여파로 일본 전지훈련이 취소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정규리그에 들어와 크게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플레이오프 진출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도 키아나 스미스, 윤예빈, 이주연의 부상이 겹쳤던 삼성생명이지만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번 시즌 또한 신이슬, 이해란 등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백업 멤버들이 힘을 모아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를 막아냈다. 가능성 있는 젊은 유망주들이 대거 포진, WKBL 6개 구단 중 가장 넓은 선수층을 보유했다는 것이 삼성생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여기에 키아나 스미스와 윤예빈이 복귀, 완전체 전력에 대한 희망을 가져가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완전체 멤버들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리그 판도를 흔들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리그 최하위인 평균 62.2득점에 그치는 등 경기력 면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어린 선수들 위주의 팀이기 때문에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편이다. 100% 컨디션이 아닌 키아나 스미스나 윤예빈이 언제쯤 본인 페이스를 완벽히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위 하나원큐는 지난 시즌 경기당 75.0점을 내줬던 수비력을 크게 개선, 평균 실점을 62.4점까지 낮춘 것이 탈꼴찌의 원동력이 됐다. 위닝 멘탈리티가 있는 김정은이 수비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다른 선수들도 점점 팀에 녹아들면서 수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김도완 감독의 말에 따르면 김정은은 적극적으로 선수단 미팅을 주도하는가 하면 필요할 때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면서 리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여기에 센터 양인영이 기대에 못 미쳤던 지난 시즌과 달리 데뷔 후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원큐를 웃게 한다. 

물론 하나원큐도 우려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지현-김시온-김애나-정예림-김정은-양인영 등 주력 6인방을 제외하면 확실하게 로테이션에서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긴 정규리그 일정을 고려하면 주축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로테이션 자원들이 조금 더 올라올 필요가 있다.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친 지 오래된 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에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던 BNK는 패배가 쌓이며 하위권까지 떨어졌다. 2승 1패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1라운드 막판에 나온 ‘별브론’ 김한별의 부상이 치명적이었다. 지난 시즌까지도 김한별이 빠졌을 때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던 BNK다. 여기에 구단 프런트의 내홍 소식이 전해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김한별이 일단 부상을 딛고 컴백을 알린 가운데 김한별-진안-안혜지-이소희 핵심 선수 4명이 정상적으로 출전한다면 여전히 BNK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남은 기간에 충분히 반등의 여지도 남아있다. 

너무 높은 주전 선수 의존도는 큰 리스크다. 6개 구단 중 가장 벤치 뎁스가 얇은 편에 속하는 BNK는 시즌 평균 출전 시간 순위 5위 안에 무려 3명이 포진하고 있다. 진안이 37분 7초, 안혜지가 36분 51초, 이소희가 34분 31초로 세 선수의 부담이 상당하다. 마땅한 대체 자원도 현재 로스터에선 없기 때문에 체력 문제를 안고 시즌을 소화할 수밖에 없다.

최하위에 처진 신한은행은 당장 분위기 반전이 우선이다. 평균 77.9점 실점으로 급격하게 무너진 수비부터 개선이 절실하다. 사정상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기 때문에 수비 이해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등의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월 초 보름 정도의 올스타 휴식기가 있고, 주전 센터 김태연과 슈터 김아름이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 흐름을 탄다면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최하위를 전전하던 하나원큐가 본격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에 뛰어들며 WKBL 플레이오프 경쟁 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과연 하나원큐가 이대로 플레이오프 진출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아니면 남은 시즌 기간 동안 다른 변수가 발생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Side Story
역대 가장 큰 격차의 2위와 3위?

절대 양강 우리은행과 KB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문에서 언급했듯 두 팀과 다른 팀의 격차는 이미 많이 벌어진 상황이다. 다른 팀들이 우리은행과 KB를 좀처럼 깨지 못하면서 WKBL 역사상 2위와 3위가 가장 큰 격차를 보일 확률이 커지고 있다.

여름/겨울 리그에서 단일 시즌으로 바뀐 2007-2008시즌부터 2위와 3위의 가장 컸던 격차는 2017-2018시즌의 10승 차이다. 이번 시즌 14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2위 KB와 3위 삼성생명의 승수 차이는 6승.

3라운드까지의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양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여지가 많지는 않다. 더욱이 우리은행과 KB가 한 경기 정도 차이를 두고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시즌 막판 체력 안배를 위한 완급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적다. 심해진 양극화 속에 역대 가장 큰 2~3위 간 격차가 탄생할 조짐이 보이는 중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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