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가 달라졌다. 지난 2시즌 총 11승에 그쳤던 모습은 이번 시즌 사라졌다. 비시즌 김정은을 영입하면서 전력보강에 성공했고 김시온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즉시전력감을 확보한 하나원큐다. 그 결과 하나원큐는 현재까지 7승을 수확하며 이미 지난 시즌의 승수를 뛰어 넘은 상태다.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처참했던 실패의 역사

하나원큐는 지난 2012년 당시 해체를 선언한 신세계를 인수하면서 창단했다. 불운하게도 창단 이후 아직까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력은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러 불운이 겹쳤다. 

2015-2016시즌 하나원큐(당시 KEB하나은행)는 20승 15패로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넣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KB스타즈를 꺾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스윕을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당시 혼혈선수 자격으로 뛰었던 첼시 리가 공문서 위조를 통해 WKBL에 입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발생했다. 결국 하나원큐의 해당 시즌 기록은 모두 박탈됐고, 첼시 리는 영구제명을 당했다. 

이후에도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 도전은 이어졌다. 그러나 좀처럼 결실이 없었다. 또 다른 불운이 닥친 시기는 2019-2020시즌. 

2019-2020시즌 하나원큐(당시 하나은행)는 11승 16패의 성적으로 3위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대로 시즌을 끝마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이번에는 외부에서 문제가 터졌다. 

당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가 큰 혼돈에 빠졌다. 스포츠계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WKBL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계속된 코로나 이슈에 결국 리그를 중단했던 WKBL은 시즌 종료라는 결단을 내렸고, 그렇게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꿈은 또 다시 다음으로 미뤄졌다. 

 

한 건의 트레이드, 팀의 현재와 미래를 버리다

계속해서 플레이오프 도전에 실패하면서 지쳐가던 하나원큐. 그 암흑기의 절정은 지난 2시즌이었다. 2021-2022시즌 하나원큐는 5승 25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압도적인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어진 2022-2023시즌 김도완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롭게 출발했으나, 역시 성적은 6승 24패로 최하위. 지난 2년 간 하나원큐는 사실상 다른 팀들의 승점 자판기였다. 

그 이면에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열린 FA 시장에서의 실패가 있었다. 당시 하나원큐는 팀의 에이스였던 강이슬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나원큐에서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던 강이슬은 뱀의 머리 대신 용의 꼬리, 혹은 허리가 되는 것을 선택하며 KB스타즈로 이적을 택했고 그렇게 에이스를 허망하게 잃은 하나원큐는 위기에 놓였다. 

 

마음이 급해진 하나원큐는 최악의 수를 택했다. BNK-삼성생명이 포함된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이 트레이드를 통해 하나원큐는 구슬을 영입했지만 대신 신인왕 강유림과 신인 선발 1순위 우선권을 내줬다. 당시 하나원큐가 포기한 신인지명권은 이해란, 키아나 스미스로 치환됐다. 

당시에도 이 트레이드는 하나원큐의 일방적인 손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누가 봐도 시간을 가지고 팀을 재건해야 했었던 팀이 당장 마음이 급해 재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유망주 자원들을 대거 포기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나원큐의 희생(?) 덕분에 BNK는 김한별을 영입하면서 성적을 가파르게 끌어올렸고 삼성생명은 팀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든든한 자원들을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당차게 ‘윈 나우’를 외쳤던 하나원큐.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구슬은 단 2경기 만에 십자인대 부상으로 쓰러지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구슬은 이어진 비시즌 FA 자격을 획득하면서 신한은행으로 떠났다. 

구슬이 하나원큐의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 동안 뛴 시간은 단 66분. 이 66분을 위해 하나원큐는 팀의 미래 10년을 포기했다. 혹시라도 구슬이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했다고 하더라도 이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구슬은 물론 준수한 선수지만 당시 하나원큐의 로스터와 함께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 만한 능력을 가진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구슬이 건강하게 뛰었더라도 하나원큐는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하나원큐의 당시 선택은 과정과 결과 모두 처참했다. 

이후 절망의 시간이 이어졌다. 유망주들을 대거 포기하면서까지 당장의 성적을 위해 노력했던 하나원큐. 2021-2022시즌 그들의 손에 주어진 성적표에는 5승 25패라는 초라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 시즌의 성적을 위해 하나원큐가 포기했던 것들을 생각하면 5승이라는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든 실패였다. 

 

하나원큐가 달라졌어요 

그렇게 단 한 건의 트레이드 실패는 하나원큐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암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원큐는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소식을 마주했다. 과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정은이 FA 자격을 획득해 친정팀으로의 귀환을 결정한 것. 

당시 김정은 영입을 위해 하나원큐와 신한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의 적극적인 구애에 우리은행과의 재계약이 점쳐지던 김정은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 결국 김정은은 하나원큐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며 위기에 놓인 친정팀의 구원투수로 나섰고, 그렇게 하나원큐는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김정은을 영입한 하나원큐의 전력 보강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당일에는 2023-2024 전체 2순위 지명권, 2025-2026 1라운드 우선 지명권을 BNK에 내주고 김시온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정은을 영입하며 당장의 성적이 필요했던 하나원큐가 가져갈 수 있는 최선의 움직임이었다. 

당시 김시온을 영입한 김도완 감독은 “우린 좋은 선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즉시 뛸 수 있는 전력이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김)지영이가 빠졌고 (김)애나까지 코트에 없을 때 대체해줄 수 있는 선수가 (고)서연이 정도를 제외하면 많지 않아서 되게 필요했던 포지션이다. 김시온은 신장도 갖췄고 경기를 풀어가는 운영 능력이 좋다. 또 외곽슛이나 수비에서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수 있는 선수라 판단이 됐다"며 트레이드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김정은과 김시온이라는 두 카드를 새롭게 손에 넣은 하나원큐의 비시즌 담금질은 계속됐다. 김정은은 비시즌 훈련 중에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하나원큐가 원하던 리더십을 팀에 안겨주었다. 

많은 기대 속에 맞이한 개막전. 하나원큐는 삼성생명을 상대해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3초를 버티지 못하고 신이슬에게 통한의 득점을 허용한 하나원큐는 66-67로 분패했다. 

또한 경기 막판 김정은이 이해란과의 충돌로 치아에 부상을 입는 상황도 발생했다. 당시 출혈의 정도를 볼 때 김정은의 부상은 상당히 심해보였다. 병원 진단 결과 앞니 하나가 골절되고 하나가 밀려 들어갔다는 진단을 받은 김정은은 당분간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김정은의 의지는 확고했다. 곧바로 다음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맸고, 라커룸에 있던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게 김정은은 결장 역시 출전을 강행했고, 맏언니의 투혼에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하지만 투혼이 곧바로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나원큐는 개막 4연패를 기록하면서 좀처럼 첫 승을 따내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점차 ‘역시나’ 하는 시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하나원큐의 첫 승은 개막 5번째 경기 만에 나왔다. 11월 19일 신한은행을 상대한 하나원큐는 79-65의 승리를 따내면서 마침내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직전 시즌 첫 승을 거두기까지 9경기가 필요했음을 고려하면 분명 고무적인 결과였다. 

한 번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자 하나원큐의 경기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어진 경기에서 KB스타즈에게 패배(64-71)를 기록하면서 연승에는 실패했지만 곧바로 BNK를 상대로 63-54 승리를 따내면서 11월에만 2승을 챙겼다. 

12월 초의 질주는 매서웠다. 12월 3일 삼성생명을 65-44로 꺾은 하나원큐는 이어 신한은행(78-51), BNK(68-60)를 상대로도 승리를 따내면서 무려 3연승을 질주했다. 무려 1,031일 만의 연승과 1,036일 만의 3연승이었다. 그렇게 하나원큐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하나원큐는 7승 12패의 성적으로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지속된다면 이번에야말로 플레이오프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 방심은 이르다. 삼성생명은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면서 점차 완전체 전력을 갖추고 있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더욱 강해질 확률이 크다. 여기에 BNK 역시 언제든 위력을 발휘할 수 있고, 신한은행은 후반기 2연승을 기록하며 전반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만큼 하나원큐 선수단 역시 벌써부터 들뜨지 않기 위해 경계를 하고 있다. 

김도완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대한 부분을 너무 강조하면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가질 것이다. 아직은 경기를 요령 있게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설익은 팀이기 때문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이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선수들 역시 아직은 플레이오프를 언급하기 보다는 당초 목표로 했던 부분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하나원큐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면 사실상 창단 이후 첫 플레이오프다. 한 건의 트레이드 실패로 나락으로 향했던 하나원큐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재건에 성공했다. 사실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마침내 팀이 암흑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하나원큐는 달라졌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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