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서 기자] 명승부였다. 후반 24분 내내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이 승부처 집중력에서 한뼘 더 노련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팽팽한 힘겨루기 끝에 토론토 랩터스를 꺾고 3시즌 연속 동부 결승에 안착했다.
클리블랜드는 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에어 캐나다 센터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토론토 랩터스와 동부 콘퍼런스 세미 파이널 4차전서 109-102로 이겼다. 시리즈 스코어 4승 무패로 압도적인 '봄 농구 기세'를 이어 갔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주도권을 클리블랜드가 잡았다. 코버의 '손끝'이 반짝반짝 빛났다. 전반 최고 주연으로 꼽혀도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3점슛 6개 던져 4개를 꽂았고 디플렉션 2회를 기록했다.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전반 팀 내 최다인 16점을 쓸어 담으며 토론토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눈부신 슛 감각과 더불어 적극적인 몸 싸움과 리바운드 참여, 볼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가교' 노릇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백미는 2쿼터 막판 왼쪽 코너에서 터트린 '외곽슛 2방'이었다. 53-47로 앞선 2쿼터 10분 25초쯤 코버는 르브론의 돌파 뒤 킥-아웃 패스를 깔끔하게 3점포로 연결했다. 패스를 받았을 때 토론토 더마레 캐롤이 빠르게 컨테스트를 위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올라갔으면 블록슛을 내줄 가능성이 컸다. 이때 코버의 농구 센스가 빛을 발했다. 오른쪽으로 짧게 원 드리블을 치며 완벽하게 캐롤을 따돌렸다. 패스 리듬을 그대로 살린 감각적인 페이크로 와이드 오픈 기회를 스스로 창출했다.
약 35초 후 클리블랜드 기세가 절정을 이뤘다. 코버의 속공 3점슛이 림에 꽂혔다. 동료와 유기적인 패스 게임을 통해 얻은 3점이라 영양가 면에서도 만점이었다. 흐름이 완전히 클리블랜드 쪽으로 넘어갔다.

58-47로 앞선 2쿼터 종료 59.4초 전 르브론이 수비 리바운드를 잡고 상대 코트로 빠르게 넘어갔다. 이후 환상적인 비하인드 백 패스로 림으로 침투하던 카이리 어빙에게 공 소유권을 넘겼다. 어빙은 한두 걸음을 앞으로 내딛은 뒤 왼쪽 코너의 코버에게 엑스트라 패스를 매끄럽게 건넸다. 완벽한 팀 플레이였다. 코버는 지체없이 솟구쳐 올랐고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림 그물을 출렁였다. 미국 해설진은 "오늘(8일) 코버에게 왼쪽 코너는 '달콤한 거실(Sweet Home)'과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르브론도 펄펄 날았다. 전반에만 16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야투율 66.7%를 챙겼다. 첫 24분 동안 코트 마진 +12점을 거뒀다. 2쿼터 종료 부저가 울렸을 때 양 팀의 점수 차와 정확히 일치했다. 우려를 낳았던 자유투도 3개 얻어 모두 집어 넣었다. 육중한 코스트 투 코스트 플레이, 1선을 무너뜨린 뒤 스프링클러처럼 뿌려주는 킥-아웃 패스, 정교한 야투 등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 독재'를 이어 갔다.
무기력하지 않았다. 토론토는 안방에서 시리즈 스윕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후반 들어 드러냈다. 64-74로 끌려가던 3쿼터 7분 16초께 서지 이바카가 왼쪽 코너에서 속공 3점슛을 넣었다.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선 노만 포웰이 오른쪽 코너에서 외곽슛을 터트렸다. 안방이 들썩였다. 이어 '에이스' 더마 드로잔의 페이드 어웨이 점프 슛이 림을 통과했다. 르브론을 앞에 두고 과감한 야투 마무리를 보였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4점으로 좁혀졌다.
토론토는 3쿼터 들어 수비 리바운드 단속을 철저히 하고 경기 템포를 크게 끌어올렸다. 또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돌파 후 양코너 집중 공략'으로 게임 플랜을 수정했다. 이 부문이 제대로 적중했다. 해설진도 "드웨인 케이시 감독의 전략이 시리즈 통틀어 가장 원활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론토는 스코어 80-85, 점수 차를 크게 줄이면서 역전 실마리를 마련한 채 3쿼터를 마무리했다.
4쿼터는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두 팀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토론토가 첫 두 공격 기회에서 PJ 터커-프레드 반블릿의 3점슛으로 장군을 외쳤다. 드로잔의 더블 팀을 무력화시키는 풀업 점프슛은 '양념'이었다. 그러자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의 연속 5득점과 데런 윌리엄스-트리스탄 톰슨의 앨리웁 덩크로 멍군을 불렀다.
역전이 이뤄졌다. 90-92로 근소하게 뒤진 4쿼터 5분 22초 무렵 이바카가 결정적인 보너스 원 샷을 뺏어냈다. 포스트업 자세로 공을 쥔 뒤 빠르게 페이스업으로 전환했고 신속한 야투를 펼쳤다. 케빈 러브가 뒤늦게 손을 뻗었지만 한발 늦었다. 이바카는 귀중한 3점을 팀 스코어 보드에 더하며 극적인 뒤집기에 한몫했다.
디펜딩 챔피언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시소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흐름을 뺏어올 수 있는지 아주 잘 아는 선수가 숨어 있었다. 4쿼터만 되면 본색을 드러내는 '승부사'가 이때부터 전면에 나섰다. 앞서 플레이오프 7경기 동안 야투율 30%대로 침묵했던 어빙이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뽐내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스텝 백 3점슛으로 재역전을 이끌었다. 이후 슈팅 파울 자유투와 더블 클러치, 팀 파울 자유투 2구를 묶어 연속 9점을 뽑았다. 어빙이 11점을 뽑는 동안 토론토는 단 5점을 챙기는 데 그쳤다. 기세에서 눌렸다. 명불허전 4쿼터 사나이가 '발톱'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마무리는 '왕'이 맡았다. 103-95로 앞선 경기 종료 2분 54초 전 르브론이 쐐기 3점포를 넣었다. 눈부신 크로스 오버 드리블로 수비수와 공간을 벌린 뒤 기습적인 외곽슛을 꽂았다. 이때 승리 추가 클리블랜드 쪽으로 기울었다. 기사단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 2라운드 전승을 거둔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넉넉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보스턴-워싱턴 시리즈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마련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Gettyimages/이매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