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이 결국 다시 만났다. 오클라호마시티, 휴스턴에 이어 이번엔 클리퍼스다. 둘은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서 자란 또래 선수인 동시에, NBA에서 많은 시간을 공유한 절친한 사이다. 데뷔 후 10년 넘게 우승을 맛보지 못한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이번엔 클리퍼스에서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OKC: 영건 파티를 함께(2009~2012)

2023-2024시즌 초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 쳇 홈그렌, 제일런 윌리엄스 같은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앞세워 서부 최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오클라호마시티를 응원해온 팬들이라면 ‘원조’가 따로 있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다. 그 원조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리빌딩과 우승 도전을 함께 해온 오클라호마시티의 주축 영건들이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를 이끌던 주축 영건은 케빈 듀란트(2007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러셀 웨스트브룩(2008년 전체 4순위), 서지 이바카(2008년 전체 24순위), 제임스 하든(2009년 전체 3순위)이었다. 연고지가 아직 시애틀에 있던 시절 케빈 듀란트를 필두로 시작된 오클라호마시티의 리빌딩은 러셀 웨스트브룩, 서지 이바카, 제임스 하든이 차례로 팀에 합류하며 본격화됐다.

오클라호마시티는 하든 입단 후 첫 시즌이었던 2009-2010시즌부터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기 시작헀고, 2011년에는 서부 결승, 2012년에는 NBA 파이널에 진출하며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당시만 해도 웨스트브룩은 듀란트, 이바카와 함께 주전 선수였고, 제임스 하든은 마누 지노빌리 같은 벤치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는 식스맨이었다. 하지만 2012년 이적시장에서 오클라호마시티가 이바카와 4년 재계약을 맺고 하든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하면서 웨스트브룩과 하든의 첫 번째 동행은 기대보다 빨리 끝나고 말았다.

이후 웨스트브룩은 2016년까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듀란트와 함께 원투 펀치로 활약했고(2016년 듀란트가 이적) 하든은 휴스턴에서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웨스트브룩은 2016-2017시즌에, 하든은 2017-2018시즌에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HOU: 무모한 도전(2019~2020)

하든이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끝나는 듯 했던 둘의 인연은 시간이 흘러 다시 이어진다. 이번엔 오클라호마시티가 아닌 하든의 팀 휴스턴에서였다.

2017-2018시즌에 서부 1위를 차지하고도 서부 결승에서 7차전 혈투 끝에 슈퍼 팀 골든스테이트에 무릎을 꿇었던 휴스턴. 그러나 2018-2019시즌에 주축 선수였던 크리스 폴의 노쇠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면서 변화를 도모한다. 폴을 내보내고 러셀 웨스트브룩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마침 오클라호마시티는 2019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폴 조지의 클리퍼스행 요청으로 폴 조지를 트레이드, 리빌딩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웨스트브룩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 본격적인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이로써 웨스트브룩은 푸른 유니폼이 아닌 붉은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하든과 뭉치게 됐다.

휴스턴의 대릴 모리 단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9-2020시즌 도중 클린트 카펠라를 과감하게 트레이드했다. 웨스트브룩-하든의 공존과 코트 공간 확보를 위해 승부스를 던진 것이었다. 당시 휴스턴은 PJ 터커가 센터로 뛰는 NBA 역사에서 보기 드문 기이한 스몰라인업을 가지고 나와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휴스턴은 2020년 버블 플레이오프 서부 준결승에서 1승 4패로 레이커스에 패배, 끝내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웨스트브룩이 더 많은 롤을 위해 트레이드를 요청, 결국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되면서 하든-웨스트브룩의 재회는 단 한 시즌 만에 끝나고 만다.

 

LAC: 세 번째 반지 원정(2023~)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함께 성장하며 우승에 도전했고, 휴스턴에서 무모한 도전에 함께 나섰던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결국 3년만에 LA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 사이 웨스트브룩은 워싱턴, 레이커스를 거쳐 클리퍼스에 둥지를 틀었고, 하든은 브루클린과 필리델피아에서의 우승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트레이드로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세 번째로 호흡을 함께 맞추게 된 클리퍼스는 이름값이 화려한 팀이다. 이미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가 뛰고 있었던 데다 노먼 파웰 같은 식스맨까지 보유하고 있다. 웨스트브룩, 하든, 레너드, 폴 조지가 뭉치면서 이름값과 커리어 수상 내역만 보면 압도적인 수준의 ‘빅4’를 구축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든 합류 후 클리퍼스는 기대만큼의 행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공격 시스템은 역할 분배로 인해 불안해졌고, 수비는 더더욱 흔들렸기 때문이다. 결국 클리퍼스는 하든 합류 후에도 계속 연패를 당하면서 5연패 늪에 빠졌고, 이후 승리를 챙기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클리퍼스에서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이번 시즌만 봐도 디펜딩 챔피언 덴버가 자말 머레이의 부상 여파로 다소 주춤하고 있고 미네소타, 오클라호마시티, 댈러스 같은 팀들은 클리퍼스 이밪엥서 충분히 상대를 해볼 수 있는 팀이다. 레이커스도 마찬가지다.

즉, 주축 선수들이 정규시즌에 꾸준히 손발을 맞추며 플레이오프를 맞이할 경우, 클리퍼스가 슈퍼스타 출신 선수 4명의 개인 역량과 시너지 효과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4명 중 레너드를 제외하면 3명은 모두 파이널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클리퍼스에서 못다 이룬 우승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재밌을 것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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