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선수 선발은 KBL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사실상 팀의 한 시즌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외국 선수의 존재감은 각 팀에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개막 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은 누가 있을지 알아보자.
* 해당 기사는 매거진 <루키>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든 기록은 2023년 11월 25일 기준 *
실력부터 인성까지 완벽 그 자체, 디드릭 로슨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팀들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팀은 SK와 KCC였다.
SK는 정관장과의 FA 협상이 결렬된 오세근을 깜짝 영입하면서 팀 전력 구성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무적의 중앙대를 이끌었던 김선형과 오세근의 재결합은 비시즌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였다. 또한 군 전역 이후 팀에 합류할 예정이던 안영준의 존재까지 있었기에 SK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지목됐다.
KCC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존 허웅-이승현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코어를 보유하고 있던 KCC는 여기에 최준용을 더했다. 부상만 없다면 KBL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포워드인 최준용의 합류로 KCC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송교창의 합류까지 앞두고 있던 KCC였기에 시즌 개막 전부터 이들은 슈퍼팀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성곤을 영입했고 허훈의 제대를 앞두고 있던 KT, 양홍석을 영입하며 뎁스를 더욱 두텁게 다진 LG 등이 주목을 받은 팀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 모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신 압도적인 전력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팀이 등장했다. 시즌 개막 이전에는 다크호스 정도의 평가를 받던 DB가 깜짝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사실 이번 비시즌 DB의 국내 선수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민수와 김영현의 영입이 있긴 했으나 이들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코어급의 선수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김종규와 강상재의 공존 역시 DB의 꾸준한 과제였다.
그런 DB를 바꾼 힘은 바로 외국 선수 구성이었다. 이번 시즌 DB는 디드릭 로슨과 개리슨 브룩스로 외국 선수를 구성했다. 그 중에서 관심을 끈 선수는 바로 로슨이었다.
2020-2021시즌 오리온의 유니폼을 입고 KBL 무대에 입성했던 로슨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로슨은 2옵션 자원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당시 1옵션으로 주목을 받았던 제프 위디가 KBL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했고 그 틈을 다 로슨은 팀의 주축으로 서서히 존재감을 넓혀갔다.
지난 시즌 다시 KBL 무대를 찾은 로슨의 입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캐롯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로슨은 시즌 평균 18.7점 9.5리바운드 3.3어시스트의 활약을 선보이면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이번 시즌에는 DB의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로슨이다. 그리고 그는 한층 더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15경기를 치른 로슨은 경기 당 평균 32분 9초를 뛰면서 24.0점 10.2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득점은 자밀 워니에 이은 리그 2위. 리바운드는 6위이며 어시스트는 전체 외국 선수들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2옵션에서 팀 에이스로! 디드릭 로슨의 성장 *
2020-2021시즌 : 22분 35초 출전. 16.3P 10.2R 5.0A. FG% : 48.7% 3P% : 36.1%
2022-2023시즌 : 27분 25초 출전. 18.7P 9.5R 3.3A. FG% : 52.7% 3P% : 30.7%
2023-2024시즌 : 32분 9초 출전. 24.0P 7.9R 2.0A. FG% : 48.7% 3P% : 32.7%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기량이 만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로슨은 코트 안팎에서 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인의 득점만을 살피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 역시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미 2차례나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로슨이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외국 선수들은 종종 KBL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린 채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로슨은 인성에서도 완벽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김주성 감독과 DB 선수들 모두 로슨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
로슨의 맹활약을 등에 업은 DB는 개막 7연승을 질주하며 시즌을 출발했다. 이후에도 DB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15경기를 치른 현재 13승 2패다. 승률은 무려 86.7%에 달한다. 가장 먼저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DB는 리그 선두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은 로슨은 1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20202-2021시즌 6라운드 MVP였던 제러드 설린저 이후 3시즌 만에 탄생한 외국 선수 MVP다.
위디와의 인연 역시 흥미롭다. 오리온에서 1,2옵션을 양분했던 두 선수는 이번 시즌 DB에서 재회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입지는 많이 달라진 상태다. 당시에는 로슨이 위디의 백업이었다면 이제는 위디가 로슨의 백업으로 나선다. 브룩스의 대체 선수로 KBL 무대에 재입성한 위디는 높이에서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면서 로슨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워니 천하’는 올해도?
KBL 무대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자밀 워니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외국 선수다. 2번째 시즌이던 2020-2021시즌을 제외하면 매시즌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외국 선수 MVP를 휩쓸었던 워니는 이번 시즌 한층 더 위력적인 모습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시즌 초반 허벅지 통증으로 결장한 경기들도 있었지만 우선 경기에 나설 때는 누구보다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자신의 시즌 첫 경기였던 10월 21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무려 46점을 쏟아 부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워니다.
이후에도 워니의 활약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30점 이상 기록한 경기가 벌써 5차례. 이번 시즌 10경기를 소화했음을 고려하면 출전한 경기 중 절반은 30점 이상의 폭발적인 득점을 뽑아낸 상황이다.
그 결과 워니는 시즌 평균 득점이 28.6점에 달한다. 이는 이번 시즌 전체 외국 선수들 중 압도적인 1위의 기록이다. 2위인 로슨과는 4.6점의 격차가 나고 있다. 또한 이는 워니 본인의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고무적인 부분은 이번 시즌 야투 횟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니는 경기 당 무려 24.0개의 야투를 시도하고 있다. 야투율은 51.7%로 지난 시즌의 51.5%와 비슷한 수치를 찍어내고 있다. 참고로 지난 시즌의 워니는 경기 당 20.2개의 야투를 시도한 바 있다.
* 더욱 더 매서워졌다! 자밀 워니의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
2022-2023시즌 : 33분 3초 출전. 24.2P 13.7R 3.5A. FG% : 51.5%
2023-2024시즌 : 34분 47초 출전. 28.6P 11.2R 3.1A. FG% : 51.7%
특유의 플로터는 알고도 막지 못하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이제는 거리를 가리지 않고 플로터를 쏘고 있는데 워낙 감각이 뛰어나 정확하게 림에 빨려들고 있다. 워니 역시 시즌 초 인터뷰에서 "항상 해왔던 것이다. 내 공격 옵션 중 가장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나에게 수비가 몰리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팀 동료들을 믿고 하다 보니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플로터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워니의 활약을 앞세운 SK는 시즌 초반 위기 구간을 잘 버텨냈다. 김선형과 오세근의 컨디션이 온전하지 않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내 중심을 잘 잡은 SK다. 여기에 안영준이 합류 후 맹활약을 펼치면서 어느덧 SK는 다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4연승을 기록하면서 리그 3위까지 올라간 SK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워니의 대활약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워니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부분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워니가 엄청난 고효율을 보이고는 있지만 특정 선수가 경기 당 야투를 24개씩 던지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워니의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에는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11월 12일 열렸던 DB와의 매치다. 이날 워니는 17개 야투를 시도해 6개 성공에 그치며 15점에 머물렀다. 그 결과 SK는 이날 경기에서 76-106의 대패를 기록했다. 결국 SK의 과제는 워니에게 쏠린 부담을 국내 선수들이 덜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KBL 경력자들의 두드러지는 활약과 새 얼굴들
자밀 워니와 디드릭 로슨. 두 선수 모두 KBL 무대에 익숙한 경력자들이다. 이번 시즌 이들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도 경력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재까지 6강권을 형성하고 있는 팀들은 DB와 LG, SK, 정관장, KT, 현대모비스다. 이들 중 KT를 제외하면 모두 KBL 무대 경력을 갖춘 외국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LG는 지난 시즌 함께 했던 아셈 마레이, 단테 커닝햄과 재계약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1옵션 마레이의 골밑 지배력은 여전하다. 지난 2시즌 각각 13.5개와 12.5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던 마레이는 이번 시즌에도 리바운드 머신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현재까지 평균 14.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인 워니와의 격차는 0.5개이지만 출전 시간에서 워니(34분 47초)보다 마레이(28분 22초)가 훨씬 짧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마레이의 기록이 더욱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마레이의 최대 강점은 공격 리바운드다. 이번 시즌 마레이는 경기 당 6.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있다. 경기 당 LG에게 6번이 넘는 추가 공격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 마레이는 평균 득점에서도 16.6점을 기록하면서 지난 시즌의 15.0점보다 더욱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관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비시즌 정관장은 FA 시장에서 오세근과 문성곤을 놓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팀이다. 최성원과 정효근, 이종현 등이 새롭게 합류하긴 했지만 팀을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모두 메우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였다.
거기다 재계약을 선택한 오마리 스펠맨이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정관장의 위기는 두드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관장은 예상외의 선전을 보이면서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중심에서 활약한 선수는 다름 아닌 대릴 먼로다. 정관장 입단 후 스펠맨의 백업 역할을 주로 소화하며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는 않았던 먼로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출전 시간이 평균 25분 11초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 시즌의 10분 33초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와중에도 먼로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정관장을 이끌고 있다. 평균 12.8점 7.5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스펠맨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먼로다. 또한 3점슛은 45.7%의 높은 확률로 꽂아 넣으면서 정확한 슈팅 능력도 뽐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게이지 프림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시즌보다는 스탯이 소폭 하락했지만 프림은 이번 시즌에도 평균 17.6점을 기록하면서 변함없이 활약하고 있다. 출전 시간이 27분 18초에서 22분으로 줄었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특히 11월 18일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41점을 기록하면서 맹활약을 펼쳤고 2점차 열세에 있던 연장 종료 직전 버저비터 3점슛을 꽂으면서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기도 했다.
비록 팀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한국가스공사의 앤드류 니콜슨 역시 여전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시즌 다시 팀에 합류한 니콜슨은 경기 당 23.5점을 뽑아내면서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시즌 니콜슨과 맞대결을 펼쳤던 워니 역시 “니콜슨의 득점력은 세계에서 탑이 아닌가 싶다. 원한다면 30-40득점도 뽑아낼 수 있는 선수”라며 니콜슨의 득점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공격에서 높은 득점을 뽑아내지만 수비에서는 분명한 약점을 지닌 니콜슨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이 약점을 어떻게 가려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시즌 KBL은 경력자들이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 얼굴들 중에서도 분명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삼성의 코피 코번이다. 이번 시즌 자신의 KBL 데뷔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코번은 평균 23.6점을 기록하면서 삼성을 이끌고 있다. 평균 득점만 놓고 보면 워니와 로슨에 이은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코번은 경기 당 5.7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마레이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골밑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코번이다. 이번 시즌 외국 선수들과 주로 매치를 이루고 있는 KT의 하윤기가 “상대해본 선수들 중에 코번이 가장 어려웠다. 파워가 정말 남다르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코번의 파워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KT의 패리스 배스 역시 이번 시즌 새롭게 리그에 입성한 선수들 중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로 분류될 수 있다. KT가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대하며 영입한 배스는 경기 당 21.3점을 올리면서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또한 3점슛 역시 경기 당 2.3개를 성공시키고 있는 배스다. 외국 선수들 중에서는 니콜슨(2.9개)에 이어 공동 2위다.
또한 배스는 동료들을 살리는 능력 역시 돋보인다. 이번 시즌 경기 당 4.0개의 어시스트를 뿌리고 있다. 11월 9일 열렸던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는 29점을 올리며 13개의 리바운드와 11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여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KCC의 알리제 드숀 존슨은 시즌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MVP를 차지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그러나 막상 정규시즌이 되자 당시와 같은 위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평균 17.6점을 기록하면서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경기 내에서의 존재감이 다른 정상급 외국 선수들보다 떨어진다. 다만 존슨의 경우 라건아와 출전 시간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리듬을 유지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시즌 KBL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KBL 무대 경력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즌 초반이다. 이러한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