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박진서 기자] 굳건하다. 여동생이 떠나고 앞니가 빠져도, 1쿼터 초반 16점을 연이어 내줘도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위기 때 모습이 그 사람의 진면목이다. 4월 들어 아이재아 토마스(28, 보스턴 셀틱스)는 자신이 '진짜 스타'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보스턴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동부 콘퍼런스 2라운드 워싱턴 위저즈와 1차전서 123-111로 이겼다. 토마스가 펄펄 날았다. 33점 9어시스트를 쓸어 담으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3점슛 11개 던져 5개를 꽂았다. 팀이 코트를 넓게 쓰는 데 크게 이바지하며 슬래셔와 슈터, 두 덕목을 두루 지닌 가드임을 증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질문이 쏟아졌다. 토마스는 여동생 장례식에 참여하느라 전날 팀 훈련에 불참했다. 선수단에 합류한 지 20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잠을 5시간밖에 못 잤다. 솔직히 많이 피곤하다. 그러나 (부족한 수면 시간을 컨디션과 관련해서) 크게 결부시키지 않으려 한다. '봄 농구'에선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이보다 더한 일은 없을 거라고 중얼거리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1쿼터 초반 약 3분 동안 점수를 하나도 뽑지 못했다. 스코어 0-16으로 크게 끌려갔다. 안방에서 적잖이 당황할 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도권 상실은 오래가지 않았다. 영민한 소방수가 빠르게 불을 껐다. 토마스가 '작전타임 리더'로 나섰다. 그는 "플레이오프와 같은 집중력 높은 시리즈에서 흔히 나오는 흐름은 아니기에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빠르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동료들에게도 강한 어조로 뜻을 전달했다. 패턴 하나만 제대로 이뤄지면 술술 풀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침착성이 돋보인다. 오토 포터와 충돌 뒤 앞니가 부러져 코트를 빠져나갔을 때도 의연했다. 1쿼터 중반 디플렉션을 시도하기 위해 덤벼들다 상대 팔꿈치와 부딪혔다. 토마스는 웃었다. 홈 팬들을 향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코트에 떨어진 앞니를 주운 후 구단 의료진 부축을 받고 치료 받으러 떠났다.
시련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토마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그는 "부딪힐 땐 꽤 아팠다. 굵직한 알맹이가 튀어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살짝 신경질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자 통증이 사라졌다. 정신을 차렸고 오늘(1일) 슛 컨디션이 좋은 동료가 누구인지 머리속에 떠올렸다. 치료받고 나오면 패스 양을 늘려야겠다란 생각을 했다(웃음)"고 덤덤히 말했다. 미국 지역 매체 『매스 라이브』는 "기량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이 '작은 거인'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