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상상은 자유 아니겠나. 그런 뜻에서 시작한 코너가 바로 <호기심 천국>이다. 막연한 궁금증이 생겼다. 이를테면 ‘애런 헤인즈가 지금의 오리온이 아닌, SK에서 계속 뛴다면?’과 같은 질문이다.

헤인즈는 2012-2013시즌 포함 세 시즌 동안 SK에서 뛰었고, 2012-2013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도 이끌었다. 물론 이미 고양 사람이 됐다. 그래도 답 없는 논쟁에 한번 뛰어들어 봤다.

그가 있었다면, SK의 2016-2017시즌 모습은 어땠을까? 또 그가 아니라면 어떤 외국 선수가 SK에 어울렸을까?

IF  헤인즈 있었다면? “성적은 더 좋았을 것”

SK의 출발은 좋았다. 이번 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연세대 출신 포워드 최준용을 뽑았다. 황금 드래프트로 구단들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나름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전에도 이미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김선형과 테리코 화이트, 변기훈, 김민수, 최부경까지. 라인업만 놓고 보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앞서다가도 경기 운영에 한계를 보이며 자멸한 경기가 많았고, 결국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초반 2라운드에 뽑은 코트니 심스가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아 고전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기 템포를 조율해줄 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항상 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SK의 경우, 스코어러가 많고 장신 포워드진이 즐비하다. 하지만 올 시즌 이러한 장점을 강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포워드진의 동선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는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을 포인트가드(1번)로 기용한다. 그는 187cm로 1번치고 키가 큰데다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플로터 등 개인기가 뛰어나다. 한마디로 공격력에 강점이 있다. 

문제는 정통 1번이 아니다 보니, 경기 운영과 템포 조절에 미숙하다. 그를 1번으로 쓸 경우, 그 역할을 나눠줄 선수가 필요한데 도울 이가 없었다. 시즌 후반에는 불가피하게 센스를 갖췄다는 점에서 비시즌 훈련을 함께하지 않았던 루키 최준용에게 1번을 맡기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만약 헤인즈가 올 시즌 SK에 있었다면, 플러스가 됐으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류동혁 스포츠조선 기자는 “기본적으로 (애런) 헤인즈가 SK에 있었다면, 성적이 훨씬 좋았을 거다. 코트 위 동선을 정리해줄 수 있고, 정돈된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다. 해결할 능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이번 시즌 문제점이었던 승부처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을 거고, 경기에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헤인즈의 리딩 능력’에서 플러스 요인을 찾았다.

이어 ‘수비 센스도 팀 수비에 도움이 됐으리라’고 전망했다. 류 기자는 “헤인즈가 있으면, SK는 지역방어를 쓸 거다. 수비 센스가 있는 만큼 지역방어 시 효과적으로 움직여줄 것이다. 물론 그 움직임이 대단히 위협적이진 않아도, 그 수비를 깨지 못하는 팀은 못 깬다. 어느 정도 실점해도, 선수 면면을 봤을 때 더 많이 득점해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그가 있으면 올 시즌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했지만, ‘SK 소속이던 2014-2015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오른발을 다쳐 결장한 이력이 있고, 오리온으로 팀을 옮기고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만큼 한계는 뚜렷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랐다.

정지욱 스포츠동아 기자는 “헤인즈가 있었다면 6강 플레이오프까지는 갔겠지만, 그에게만 젖어서 우승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가 있던 2014-2015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에게 시리즈를 스윕 당하지 않았나. 그때처럼 그가 다치면, 그 공백을 못 메울 것 같다. 또 SK는 그가 있던 2012-2013시즌에 정규리그 1등, 2013-2014시즌에 3등, 2014-2015시즌에도 3등에 위치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의 위력도 감소했다는 증거”라고 한계점을 제시했다.

최연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헤인즈가 있어도 SK는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은 “그가 있을 때 SK는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했지 않나. 그가 뛰려면 빅맨 최부경, 김민수가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김민수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고 최부경은 상무에서 전역한 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높이에서 문제점이 뚜렷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3-2드롭존을 선다 해도, 상대에게 그 약점이 이미 노출돼 위력이 덜했을 거로 본다. 다만, 골 결정력이 있는 선수인 만큼 팀 성적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헤인즈가 있고 없음을 떠나 ‘팀 자체 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기자는 “그가 있을 동안 플레이오프에 계속 갔는데, 그때 팀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한다. 국내 선수로 틀을 맞춰놓고 그에 맞는 외국 선수를 뽑으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SK는 2015-2016시즌에 (데이비드) 사이먼의 합류로 시스템을 바꾸고, 2016-2017시즌에는 (테리코) 화이트의 영입으로 또 색깔을 바꾸다 보니 전체 틀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IF NOT  헤인즈 外 적임자는 누구?

앞서 농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헤인즈와 함께한 세 시즌 동안 SK의 한계도 뚜렷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이 가능하다. 헤인즈가 아니라면, 어떤 외국 선수가 SK에 적합할까.

2015-2016시즌 데이비드 사이먼, 드워릭 스펜서를 지명했고, 스펜서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됨에 따라 드웨인 미첼도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결과는 6강 플레이오프 탈락. 2016-2017시즌에는 화이트와 심스를 뽑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이후 심스를 제임스 싱글톤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6강 플레이오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부분은 외국 선수 관련 폭넓은 정보력을 자랑하며, 네이버 블로그 <용병닷컴>을 운영하는 정 기자에게 심도 있게 물었다. 그의 선택은 ‘랜든 밀번’과 ‘웬델 맥키네스’였다.

정 기자는 “헤인즈와 비슷한 스타일로 찾자면, 랜든 밀번이 괜찮다. 밀번은 헤인즈와 체형이나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할 뿐 아니라, 왼손잡이라는 점에서도 같다. 시즌 전 SK에게 (랜든) 밀번을 추천했는데, 키(195cm)가 작다고 뽑지 않았다. 화이트가 볼을 잡고 20점 이상 넣는 선수라면, 밀번은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도 다득점을 기록한다. 또 화이트가 볼을 오래 소유하다 보니 슈터 변기훈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는데, 변기훈은 상무 가기 전만 해도 타 팀에서 경계하는 선수였다. 발만 맞으면 슛이 들어가니까 수비하기 까다로웠다. 밀번의 경우, 볼 없는 움직임이 좋으므로 그와의 공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이유를 더했다.

정 기자는 ‘SK에 헤인즈 같은 유형의 외국 선수가 잘 맞는 이유’도 짚어줬다. 그는 “SK는 김선형 위주의 팀이고, 그는 돌파력이 강점인 가드다. 이 옵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가 누빌 골밑 공간이 열려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미드레인지가 주 활동 영역인 헤인즈와 김선형이 잘 맞았다. 하지만 2015-2016시즌 사이먼과 뛸 때는 오히려 김선형의 돌파 공간이 없어지면서 도리어 방해받는 느낌이 있었다”며 ‘팀에 맞는 선수를 뽑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동부에서 활약한 맥키네스도 SK와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선수 면면을 보면, 김민수나 최부경 등 장신 포워드들이 모두 미드레인지에서 슈팅을 쏘는 스타일이지 않나. (웬델) 맥키네스처럼 저돌적으로 골밑을 파고드는 선수가 있으면 골밑 경쟁력이 좋아질 것 같다. 예쁜 농구 말고, 투박한 농구를 하는 선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애런 헤인즈 SK 소속 당시 개인 기록 및 팀 성적

시즌

정규리그 개인 기록

정규리그 팀 성적

2012-2013

53경기 평균 26:49 19.1P 8.4R 2.4AS

1위

2013-2014

49경기 평균 23:27 18.4P 7.0R 2.2AS

3위

2014-2015

54경기 평균 27:36 19.9P 8.5R 3.8AS

3위

시즌

플레이오프 개인 기록

플레이오프 팀 성적

2012-2013

4강 PO 4경기 평균 
25:09 20.5P 10.3R 1.5AS

4강 PO KGC 상대 3승 1패

챔프전 4경기 평균

19:43 11.8P 3.3R 2.0AS

모비스 상대 4전 전패

2013-2014

6강 PO 4경기 평균 
23:23 18.3P 6.5R 3.3AS

6강 PO 오리온 상대 3승 1패

4강 PO 4경기 평균 
18:40 11.5P 4.5R 2.3AS

4강 PO 모비스 상대 1승 3패

2014-2015

PO 1경기 평균 
18:03 13P 7R 1AS

6강 PO 전자랜드 상대 3전 전패

▲ 헤인즈 프로필 : 1981년 4월 1일 / 199cm 88kg / 포워드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4월호에 게재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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