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릴라드의 이적이 동부 컨퍼런스에 큰 파도를 일으켰다. 이번 비시즌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던 릴라드는 밀워키에 최종적으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릴라드를 영입한 밀워키가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보스턴 역시 맞불을 놨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와 즈루 할러데이를 로스터에 더하며 매력적인 로스터를 구축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동부 왕좌에 올랐던 마이애미, MVP 조엘 엠비드를 보유한 필라델피아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본 기사는 정규시즌 개막 전에 작성됐으며, 루키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내용 일부는 수정 및 각색했습니다.

 

 

데미안 릴라드, 동부에 상륙하다

201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포틀랜드에 지명됐던 릴라드는 데뷔 후 포틀랜드에서만 줄곧 활약하며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갈수록 프랜차이즈 스타가 귀해지고 있는 현 리그 판도에서 우승반지 대신 팀에 대한 로열티를 수차례 강조한 릴라드는 마지막 남은 낭만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포틀랜드에서 11년을 뛴 릴라드는 7번의 올스타, 7차례의 ALL-NBA팀 선정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기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포틀랜드는 릴라드에게 단 한 번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해주지 못했다. 

그 사이 굳건할 것 같았던 릴라드의 팀을 향한 로열티 역시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금이 가기 시작한 유리가 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결정적으로 포틀랜드는 지난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픽을 활용해 즉시 전력감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릴라드의 인내심 역시 폭발하고 말았다. 

더 이상 포틀랜드와 함께 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릴라드는 트레이드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포틀랜드와 릴라드를 이어주던 낭만은 사라지고 오직 실리만이 남게 된 순간이었다. 

당초 릴라드는 마이애미로의 이적을 강력히 원했다. 지난 시즌 파이널까지 올랐던 마이애미가 지니고 있는 ‘히트 컬쳐’는 릴라드와 같은 유형의 선수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문화였다. 

그렇게 포틀랜드와 마이애미의 릴라드 트레이드를 둘러싼 루머는 끊임없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마이애미가 릴라드를 영입하고자 해도 트레이드 반대급부로 내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 

마이애미가 지니고 있는 최선의 카드를 제시하더라도 포틀랜드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두 팀의 트레이드 논의는 좀처럼 타협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릴라드 측은 마이애미가 아닌 다른 팀이라면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오로지 마이애미행 만을 고집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릴라드의 마이애미행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대신 릴라드는 또 다른 동부의 강호인 밀워키에 둥지를 틀었다. 밀워키와 포틀랜드, 피닉스가 포함된 삼각트레이드. 비시즌을 뜨겁게 달궜던 릴라드라마가 최종 결말을 맞이한 시점이었다. 

 

밀워키 vs 보스턴의 2파전

서부 컨퍼런스를 지배하던 릴라드의 이적으로 동부 컨퍼런스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그 중에서도 밀워키와 보스턴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릴라드를 영입하는데 성공한 밀워키는 많은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팀이다. MVP 컨텐더인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릴라드 콤비는 다른 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시점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두 선수 모두 밀워키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에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아데토쿤보는 "데미안 릴라드와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 릴라드는 우리에게 챔피언십 우승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뛰어난 선수와 같이 뛸 수 있어서 좋다. 릴라드는 자면서도 득점할 수 있는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릴라드 역시 "당신이 상대라면 어느 쪽을 막을 것인가? 아데토쿤보에게 골밑 득점을 줄 것인가? 아니면 내가 9개의 3점슛을 넣도록 허락할 것인가?“라며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릴라드의 반대급부로 팀을 떠난 즈루 할러데이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는 밀워키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할러데이는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축에 속하는 가드 자원. 

반면 릴라드는 공격에서는 할러데이 이상의 파괴력을 지녔지만 수비에서는 할러데이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유형의 선수다. 자연스럽게 밀워키의 수비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헐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승 도전을 위한 과제가 될 것이다. 

릴라드와 아데토쿤보 원투펀치를 가동할 수 있게 된 밀워키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팀으로는 보스턴이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마이애미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했던 보스턴은 이번 시즌 전력을 더욱 살찌우며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 원투펀치의 존재감이 든든하다. 여기에 이번 비시즌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합류해 더욱 공격의 다양성을 더하게 됐다. 포르징기스는 부상만 없다면 언제나 위협적인 존재감을 내뿜을 수 있는 선수. 테이텀과 브라운에게 쏠린 공격 부담을 충분히 덜어줄 수 있는 유형의 선수다.

여기에 밀워키가 릴라드 영입 과정에서 떠나보낸 즈루 할러데이가 보스턴의 품에 안겼다. 할러데이는 리빌딩에 돌입한 포틀랜드에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베테랑 자원이었고 그 틈을 보스턴이 놓치지 않았다. 밀워키 입장에서는 할러데이가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보스턴의 품에 안긴 것은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할러데이를 영입한 보스턴은 할러데이-브라운-테이텀-포르징기스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부족한 뎁스는 보스턴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언급한 4인방에 데릭 화이트, 알 호포드까지는 매력적인 선수들. 나머지 자원들 중 로테이션에 합류해 꾸준한 활약을 해줄 선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장기레이스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도전자들

밀워키와 보스턴의 양강체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팀들 역시 동부 컨퍼런스에는 포진되어 있다. 우선 지난 시즌 파이널까지 진출하며 동부 왕좌에 올랐던 마이애미 히트의 이름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마이애미는 지난 시즌 언더독의 반란을 제대로 보여준 팀이다. 8번 시드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간신히 진출한 마이애미는 파이널까지 오르며 1999년 뉴욕 이후 처음으로 파이널에 진출한 8번 시드 팀이 됐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다른 팀의 에이스들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지미 버틀러, 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이 건재하기 때문에 마이애미는 이번 시즌에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마이애미의 이번 시즌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득하다. 

릴라드 트레이드에 실패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언더독의 반란을 이끌었던 게이브 빈센트와 맥스 스트루스가 모두 팀을 떠나고 말았다. 여기에 마이애미는 별다른 전력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언더독으로 평가를 받았던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떨어진 전력을 안고 시즌을 맞이해야 하는 셈이다. 

거기다 버틀러 역시 1989년생으로 언제 기량이 꺾여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타일러 히로의 부상 복귀 외에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이번 시즌의 마이애미다. 

필라델피아 역시 동부 왕좌를 호시탐탐 노리는 팀이다. 지난 평균 33.1점을 기록하는 역대급 퍼포먼스로 MVP 자리를 차지했던 조엘 엠비드가 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른 강팀들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필라델피아다. 비시즌 팀과 불화를 일으켰던 제임스 하든 트레이드 역시 완료했다. 

이처럼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는 밀워키와 보스턴이라는 절대적인 2강의 존재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다른 강팀들의 경쟁 구도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릴라드의 이적으로부터 촉발된 나비효과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대로 무난히 밀워키 혹은 보스턴이 왕좌에 오르게 될지, 아니면 지난 시즌의 마이애미와 같은 신데렐라가 새롭게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시즌이 될 전망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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