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다. 이름하야 ‘메디컬 리포트.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발목염좌 부상이다.

정리: 이동환
답변 및 자문: 김두한 교수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Q. 염좌는 정확하게 어떤 부상을 말하나요?

A. 염좌는 흔히 표현하는 말로 “삐었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 몸에서 뼈와 뼈가 서로 연결되는 부분을 관절이라고 하는데요, 관절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구조가 인대입니다. 관절에 충격이 가서 ‘살짝’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면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이 되는데요 이것을 염좌라고 합니다. 농구뿐만 아니라 뛰고 달리고 점프하는 종목에서 가장 흔하게 염좌가 발생하는 부위가 바로 발목입니다. 모든 스포츠 경기 1000건당 약 10건 정도가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으니 상당히 흔한 편입니다. NCAA에서 2016년에 조사한 발목 염좌의 역학에 따르면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종목으로 농구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축구, 배구, 풋볼, 체조 순서로 조사되었습니다. 

 

Q.  발목 염좌는 보통 안쪽으로 뒤틀리면서 다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인체 물리학적으로 그런 이유가 있을까요? 발목 염좌 부상을 당하게 되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발목이라는 신체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A. 발목 관절은 경골과 비골, 거골이라는 3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림 1] 운동을 위해 앞뒤로 굽히고 펴는 운동은 가능해야 하지만, 내측과 외측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인대들이 존재합니다. 내측에는 삼각 인대(deltoid ligament), 외측에는 전거비인대와 종비인대, 후거비인대가 대표적인 인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발목이 안쪽으로 돌아가는 내번손상 (supination)이 약 80%이상으로 나타납니다. 그 이유가 발목관절에서 외측 복사뼈 (비골)이 내측에 비해 더 길고 안정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거비인대가 가장 약한 인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발목뼈 바닥을 구성하고 있는 거골뼈의 움직임이 내번동작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다 더 내번 손상에 취약한 것이 우리 발목입니다. 따라서 발목 염좌는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농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경우입니다. 상대방의 발을 밟게 되면 발목이 펴진 상태 (족저굴곡)이 된 상태에서 발이 안쪽으로 꺾이게 되며 인대가 손상이 되게 됩니다. 

또한 급격한 방향 전환 중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면이 불안정한 바닥에서 운동 할 경우에도 발생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내측의 발목 인대는 더 강하고 안정되어 있는 만큼 더 큰 외력이 가해져야 손상이 되기 때문에 재활기간도 더 긴 편입니다.
 

Q. 발목 염좌 부상은 그 정도에 따라 그레이드가 나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그레이드를 나누나요? 그레이드에 따라 회복 기간과 치료법도 달라질까요?

A. 일반적으로 인대의 파열 정도에 따라 미세파열, 부분파열, 완전파열 (1,2,3단계)로 나누는 것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해부학적인 손상 인대에 따라서 전방 거비인대 단독, 전방 거비인대와 종비인대 2가지 손상, 그리고 전방 및 후방 거비인대와 종비인대 3가지 손상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선수의 임상 증상에 따른 분류도 있습니다. 1단계 손상은 경미한 인대의 파열이며, 압통과 부종이 심하지 않고 불안정성은 거의 없으며 보행이 가능하지만 불편감이 있는 정도입니다. 2단계 손상은 약간의 불안정성과 함께 통증 및 부종도 있으며 보행은 가능하지만 불편감이 있는 단계입니다. 3단계는 인대의 완전파열이 동반된 상태로 보행도 심각한 지장이 있을 정도의 통증과 불안감이 있는 경우입니다.

 회복과정은 그림과 같습니다. 우리 몸의 조직이 손상되면, 초기에는 염증반응이 일어나며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들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후 5-6주 전후로 새로운 신경, 혈관조직들이 자라나서 정상 강도의 50% 전후로 회복이 됩니다. 이후 조직이 리모델링(remodeling)이라는 과정을 거쳐 서서히 원래의 조직으로 변형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정상적인 조직으로 완전히 대체되는데에는 1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인대의 경우에는 관절이 지속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강도나 길이보다는 조금 ‘늘어나서’ 회복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지속적인 불안정성이 남게됩니다. 발목의 경우 만성적으로 불안정성이 남는 경우가 약 30%가량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Q. 농구선수들의 경우 발목 염좌로 인대에 손상이 생기거나 아예 파열돼도 수술 없이 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가능한 일인가요?

A. 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 발목의 인대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한가지가 파열되어거나 파열 후 약해지더라도 다른 인대들이 보상작용을 합니다. 게다가 운동 선수인 경우에는 관절 주위에 근육들의 기능이 일반인들에 비해 아주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인대 손상이후에도 뛰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불완전한 상태로 복귀를 하게 되면 추가적인 인대 부상이나 관절 연골에 손상을 당할 확률은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Q. 발목 염좌 부상의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A.  급성으로 발목 염좌가 발생하였을 때, 심각한 정도가 아닌 경우는 우선적으로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1)초기에는 통증 및 부종을 잡아주기 위해 얼음찜질과 발목의 과도한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한 부목이나 보조기를 착용합니다. (2)이후 통증과 부종이 안정되면 발목의 유연성 및 가동범위를 확보하기 위한 스트레칭 운동을 시행합니다. 부상 후에 해당 관절에 염증반응으로 인한 관절의 강직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부상 이후 떨어진 근력과 균형감각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합니다. (4)발목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올리기 위해 스포츠에 특화된 훈련을 시작합니다.

수술을 언제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마다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비수술적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불안정성이 남아있거나 선수가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발목뿐만 아니라 거골밑 관절까지 복합적인 불안정성이 나타나는 경우, 회복이 잘 안되는 부위의 인대가 파열되는 경우 (종비인대의 양쪽 끝단이나 건열골절 등) 등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더 선호됩니다. 

Q.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한 국내농구선수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고질적인 발목 염좌 부상을 막기 위해 발목 강화 운동을 많이 했는데, 그게 위험한 상황에서 오히려 발목을 너무 강하게 고정시키는 작용을 하면서 무릎이 뒤틀리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이 설명이 의학적으로 합당한 걸까요? 합당하다면 무릎 같은 다른 관절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발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건제 궁금합니다.

A.  전방십자인대와 발목 부상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관절을 잘 다치는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관절이 선천적으로 과도하게 유연한 사람은 발목 뿐만 아니라 무릎, 어깨 등 다른 관절도 잘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부상 후 하지의 근신경계 변화입니다. 발목 염좌를 당한 후 엉덩이 근육이나 햄스트링 근육의 근신경계 반응들이 떨어진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었는데요, 이것이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왜냐하면 전방십자인대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골반 및 허벅지 근육의 약화로 인한 하지의 정렬이상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방십자인대 부상과 발목의 유연성의 연관성입니다.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그룹에서 발목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한 연구가 있는데요, 이 저자들도 어떤 것이 우선인지 모르겠지만, (실제 논문에서도 chicken-and-egg situation이라 표현함) 무릎과 발목 부상 사이에서는 연관성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Q. 발목 염좌 부상을 당한 선수들을 보면 다친 발목을 만성적으로 계속 다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발목 염좌 부상의 만성화를 막으려면 어떤 처치가 필요할까요? 발목 염좌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A. 가장 널리 적용하고 있는 것은 테이핑 및 보조기 착용이 예방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물리적, 근신경계적 그리고 심리적인 이유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물리적인 작용으로 발목 여러 각도의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손상을 예방하는 것인데요, 이것은 운동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근신경계적으로는 테이핑이나 보조기가 발목 주위에 고유수용성 감각이나 근육의 활성화, 자세 안정성에 효과적인 영향을 준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앞의 두가지 면이 의학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들도 많지만 심리적으로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연구들도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도 보조기나 테이핑은 많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테이핑을 루틴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조기는 아주 제한적인 선수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조기 착용을 필수적으로 하는 선수 중 대표적인 선수는 모두가 잘 아시는 스테판 커리입니다. 발목이 약하기로 유명했던 스테판 커리는 2번의 발목 수술 이후 예방을 위해 항상 보조기를 착용하는데요, 저 또한 만성 발목 불안정성이 있어 실제로 같은 모델을 구입해서 착용해 봤습니다. 실제로 착용해보면 신발 사이즈도 맞추기 어렵고 보조기에 눌리는 부위가 통증이 생겨 아주 불편함을 느꼈는데요. 이러한 불편감 때문에 모든 농구 선수들이 착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발목관절 특화된 근육 및 신경계 트레이닝입니다. 단순히 관절 가동 범위 회복 운동이나 발목 근력 회복뿐만 아니라 발목 염좌에 특화된 근육을 단련하고 발목의 신경 감각까지 같이 단련하는 것입니다. 발목이 안으로 꺾이는데 반대되는 근육인 비골건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과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훈련이 재발을 방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림 6]

 

※ 10월호에서 발목 염좌 부상에 대한 내용이 추가적으로 다뤄집니다. 르브론, 커리가 겪은 외번(발이 바깥쪽으로 꺾이는 것) 발목 부상, 이현중 선수의 발 인대 부상, 기타 발목 부상 (경비인대, 골절, 연골 손상 등), 일반적인 발목 염좌 시 시행하는 수술법, 일반 동호회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발목 염좌 재활운동 및 재발방지 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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