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서만 4번의 우승과 3번의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던 남자 오세근. KBL 최고 빅맨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오세근이 지난 시즌 감동의 우승을 뒤로 하고 SK 이적을 선택했다. 무더웠던 8월의 어느 날, 깊은 고민 끝에 커리어 첫 이적을 단행한 오세근의 속마음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추가/각색했으며 인터뷰는 8월 14일에 진행됐습니다.

역대급 챔프전 우승 스토리와 대반전

‘라이언 킹’ 오세근은 2016-2017시즌 KGC(現 정관장)의 창단 첫 통합 우승 이후 부상 여파 탓에 건강하지 못한 시기를 보냈다. 나이 또한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시간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에 불과했다. 오세근은 2021-2022시즌에 53경기, 2022-2023시즌에 52경기를 소화하며 ‘건세근 모드’를 다시 가동, 의심의 눈초리를 불식시켰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KBL 최고 빅맨다운 면모를 뽐내며 3번째 챔피언결정전 MVP를 거머쥐었다. 

“3년 동안 꾸준히 몸 관리를 해서 경기를 많이 뛰었어요. 저 스스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고, 주변에서 트레이너분들도 많이 도와주신 것과 더불어 외부에서도 많이 힘을 주셔서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빼어난 활약에도 그에 대한 기대치 탓인지 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는 쉽게 오세근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오세근은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팀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웃음) 정규리그 때는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조절해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기록 면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상까지는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3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고 우승도 2번이나 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5월에 끝난 2022-2023시즌 KBL 챔피언결정전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진 끝에 KGC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팬들도 여운이 남겠지만 직접 코트에서 뛴 선수들도 많은 울림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에도 말한 적 있지만 전년도에 SK에게 챔프전에서 졌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었어요. 4강 치르고 결승에서 SK와 좋은 모습으로 경기했고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승부를 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소속팀이 이겨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최고의 명경기를 펼친 직후였기에 오세근이 FA 시장에서 이적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세근은 안양에서만 우승 4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 정규리그 MVP 1회를 거머쥔 구단 역대 최고의 스타였다. 그런 그가 커리어 막판에 SK 이적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12년간 안양에 있으면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기에 팀을 옮기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워낙 안양 팬들의 응원 열기가 대단했고 절대 잊을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도 제 결정에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아직도 어색하지만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요.”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바로 FA 협상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아쉬움이 크게 있었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어요. FA 제도가 바뀌면서 연락이 오는 구단도 있었고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이적을 결정했던 건 아니에요. 결정하면서도 팬들께 너무 죄송했고 믿고 따라준 후배들에게도 많이 미안했던 것 같아요.”

커리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힘든 결정을 내린 오세근. 안양에서 오랜 시간 함께 희로애락을 공유했던 양희종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양)희종이 형과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어요. 챔프전 끝나고 정신도 없었고 자차로 인터뷰도 다니고 촬영도 다니면서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진행 상황에 대해 계속 대화를 나눴는데 희종이 형도 제 입장을 존중해주셨어요.”

이적 과정에서 오세근에게 많은 도움을 준 SK 선수는 김선형과 허일영이다. 김선형은 중앙대 시절 오세근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 뒤 프로에 와서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선수고, 2살 형인 허일영 또한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한다.

“SK는 좋은 구단이고 친한 선수들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김)선형이랑 (허)일영이 형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던 게 마지막에 팀을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선형이도 선형이인데 특히 일영이 형이 많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절친했지만 줄곧 적으로 만났던 허일영이 오세근의 SK 이적에서 특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허일영 또한 한 팀에서 오래 뛰었다가 30대 중반에 이적을 선택한 케이스. 그는 오세근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로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같이 채워보자는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일영이 형이랑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엄청 친했어요. 룸메이트도 하고 그랬는데 항상 적으로 만났죠. 같이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 와서도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첫 FA 때 일영이 형도 FA셨는데 그때는 원소속 구단과 먼저 협상을 하는 제도가 있어서 뭉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도도 바뀌고 제가 보상선수 규정에서도 자유로워서 일영이 형이 같이 뛰어보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많이 이야길 해줬죠.”

“그런 일영이 형의 말이 없었다면 이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안양에 남는 게 최고이고 거기서 마무리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된 건데 일영이 형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같이 하면서 그런 아쉬움을 다시 채워보자는 말을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공교롭게도 SK 이적 후 오세근의 첫 정규리그 경기는 안양에서 열리는 KGC와의 개막전이다. 오랜 시간 홈 팀의 핵심 선수로 환호를 받았던 오세근은 이제 원정 유니폼을 입고 안양체육관을 누비게 됐다.

“많이 이상하겠죠? 항상 숙소에서 나와 로비를 걸어 나오고 체육관을 지나서 홈 라커룸으로 들어갔는데 이제 아예 다른 루트로 가야 하니까 그것부터 이상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팬분들이 어떻게 대해 주실지가 궁금해요. 처음 이적했고 첫 경기가 공교롭게도 안양에서 열리니까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SK와 라이언킹

오세근의 SK 이적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받는 요소는 역시 중앙대 52연승을 합작했던 콤비 김선형과의 만남이다. 시간이 흘러도 KBL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가 SK에서 우승을 위해 뭉쳤다. 대학 시절 이후 12년 만이다.

“52연승을 할 당시는 사실 너무 힘든 시기였어요.(웃음)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정말 힘들게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경기를 뛰면 힘들기보다 재밌었어요. 항상 많은 점수 차로 이겼고 힘들게 운동했던 게 결과로 나타나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뛰면서 선형이 뿐만 아니라 팀원들과 맞춰보면서 어우러졌던 게 재밌던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신인왕 경쟁부터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대립 관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팀을 이끄는 오세근과 김선형이었다.

“같은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신인 때부터 선형이와 라이벌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선형이가 다른 팀에서 자리를 잘 잡고 우승도 몇 번 했고 저도 안양에서 부상이 있긴 했지만 우승도 여러 차례하고 팀원,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밖에서 선형이를 보면 나이를 먹어도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자기계발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어렸을 때의 마냥 어린 선형이가 아니라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이적이 막상 결정됐을 때는 둘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면 잘 해주냐’고 농담하면 선형이가 ‘당연하지’라면서 받아줬죠. 제가 너무 힘든 결정을 내린 거였기 때문에 눈물도 많이 났고 정신없이 며칠을 지냈던 것 같아요.”

데뷔 첫 이적이지만 적응에는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SK에는 오세근과 공감대를 형성할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더불어 오세근은 젊은 선수들도 각자 위치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칭찬했다.

“팀 분위기에 적응은 잘하고 있는데 일영이 형과 선형이가 있고, 친구인 (송)창용이도 있어요. 그리고 한 살 많으신 (양)우섭이 형도 잘해주세요. (최)원혁이를 비롯해서 어린 선수들도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분위기는 벌써 적응이 된 거 같은데 재활 시간이 길다 보니까 아직 팀 운동에 합류하지를 못했어요. 빨리 팀 운동 합류해서 운동 분위기에 적응해야 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특별히 따로 해주신 말씀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관리 잘하면서 재밌게 해보자고 하셨어요.”

SK에는 KBL 최고의 외국 선수로 불리는 자밀 워니가 버티고 있다. 워니와 오세근이 버티는 SK의 포스트 조합은 벌써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센터 유형의 워니와 뛰게 된다면 매치업상에서도 더 편하게 공격에 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워낙 몇 년 동안 KBL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고 공격에서 정말 특출난 선수에요. 아무래도 많이 맞춰봐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팀으로 이적도 했고 기대가 됩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센터 유형의 외국 선수랑 뛰면 매치업 부분에 있어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완벽한 5번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워니 같은 센터 유형이랑 뛰면 부담도 줄어들 것 같고 활동 반경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세근이 FA 계약을 맺은 시점은 자밀 워니의 재계약이 정해지기 전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오세근이 SK와의 협상 도중 “자밀 워니는 내년에도 SK에서 뛰나요?”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오세근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실이 아니에요. 워니가 내년에도 뛸 것인지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어요. 저도 지인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당장 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걸 물어보는 게 이상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무슨 기사가 어떻게 났는지도 잘 모르고 제가 기자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잘못 전해진 것 같아요. 당연히 워니와 리온 윌리엄스가 계약한 것도 나중에야 알았어요.”

선수들의 역량이나 커리어를 고려했을 때 SK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있다. 나이도 적지 않고 부상 이슈가 있었던 오세근이 과연 속공이 강점인 SK의 컬러에 잘 녹아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오세근도 그런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전희철 감독과 소통하는 중이다. 팀에 또다른 베테랑 빅맨 최부경이 있다는 점도 오세근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는 요소다. 오세근은 최부경, 전희철 감독과도 이미 출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팀 컬러와 저의 조합에 대한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어요. 예전처럼 30분 넘게 풀타임을 뛰는 게 아니라 뛰어줄 땐 뛰어주면서 40분 내내 속공을 나가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조절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이기 때문에 늘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최)부경이랑도 따로 이야기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런 부분을 저도 이해시키려 하시고, 부경이에게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셨어요. 서로 20분씩 나눠 뛰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더 뛰는 거고 나쁘면 덜 뛰는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뛰는 동안에만 감독님 지시에 따라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뜨거웠던 FA들의 연쇄 이동 속에 이번 시즌 KBL은 역대급 우승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뿐만 아니라 KCC, KT, LG, DB 등이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세근은 치열한 우승 경쟁 구도를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즐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수많은 시즌을 치르면서 정상에 4번이나 등극해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다웠다.

“팀들의 전력이 올라가면 당연히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재밌는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거고 워낙 SK가 강팀이긴 하지만 제가 왔다고 해서 무조건 우승 후보이고 이런 것도 아니라고 봐요. 팬분들도 보시기에 재밌는 경쟁 구도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KCC, LG, KT, DB 등 여러 좋은 팀들이 많아서 저 또한 기대되는 시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팀은 역시 SK와 KCC다. 

두 팀은 FA 시장에서 오세근과 최준용을 잡으며 전력 보강을 이뤘고, SK를 떠나 KCC에 안긴 최준용이 입단 기자회견에서 SK 선수들을 두고 “SK는 노인즈로 밀어붙일 것인데 우리는 젊음으로 가겠다”는 도발을 남기며 라이벌 구도에 불을 붙였다. 김선형 또한 드라마 대사를 인용해 “언제까지 어릴 건데?”로 맞받아치기도 했다.

“사실 노인즈 발언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웃음) 노인즈라는 별명이 원래 SK 선수단에서 나온 이야기였고 그래서 별로 느낌이 없었어요. ‘나이 들어도 농구만 잘하면 되는 거지 않나‘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아요.”

라이언킹의 장수 비결과 마무리

오세근은 지난 5월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늦게 운동을 시작했고 부상도 많았다.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농구하고 있다.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학생 선수들에게 화려한 농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나처럼 이렇게 해도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니까 기본기부터 잘 닦으면서 나아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오세근의 농구 인생에는 굴곡이 참 많았다. 늦은 출발로 유급까지 하며 기본기를 탄탄히 했고, 프로에서는 부상 악재에 좌절할 법도 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오세근은 잇따른 시련이 본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아시다시피 부상이 제 커리어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경기도 지금보다 더 많이 뛰었을 거고 더 좋은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다치면서 더 성실하게 운동했고 잘 안되거나 힘든 상황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게 제가 지금까지 농구를 하고 있는 원동력 아닐까요?“

부상으로 인한 운동 능력 저하에도 오세근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뛰어난 BQ다. 리그에서 가장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선수 중 한 명인 오세근. BQ의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항상 농구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생각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보고 제 플레이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같은 팀 동료의 플레이나 다른 팀 선수의 플레이도 많이 생각하고 연습하고 경기하기 때문에 그게 누적이 돼서 플레이에 나오는 것 같아요. 선수들에게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도 곁들이고 있다. 오세근은 지난 시즌 40.0%의 성공률을 바탕으로 경기당 1개에 가까운 3점슛을 성공했다. 이제 상대 팀은 오세근의 3점슛을 쉽게 버려둘 수 없다.

”3점슛을 그전에도 못 쐈던 게 아니고 굳이 쏠 이유를 찾지 못해서 자제했어요. 지금은 김승기 감독님과 김상식 감독님을 거치면서 스페이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에 거기서 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전이 있어야 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연습 없이는 있을 수 없었던 결과이기도 합니다. 슈팅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이승현, 김종규 등 뛰어난 후배들과 매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오세근이다. 최근에는 하윤기, 이원석 등 젊고 잠재력 넘치는 빅맨들도 새롭게 등장했다. 오세근이 후배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저 또한 이겨낸다기보다는 그 친구들에게 도전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포지션에서 밀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도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참 재밌어요. 어렸을 때는 제가 웨이트도 엄청 많이 하고 힘에서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부상이 오고 이러면서 몸 관리하는 방식도 바뀌고 하니까 어린 선수들에게 힘으로 밀리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경쟁하는 과정이 재밌는 것 같아요.“

이번 KBL 비시즌에서 FA 시장 이후 가장 큰 화두는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국가대표팀 이슈다. 오세근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최종 명단에서 하차하게 됐다.

현역 생활 중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던 기회였기에 오세근의 답변에서 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합류가 좌절된 오세근은 8월 중에 시술을 받고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몸만 괜찮았다면 합류해서 재밌게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커요. 그래도 결정된 거 일단 몸을 빨리 잘 만들어서 시즌을 치르도록 노력할 것이고 후배들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추일승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몸을 끌어올리려고 치료도 진짜 많이 받았고 병원도 정말 많이 다니면서 관리에 주력했어요. 근데 쉽지 않더라고요. 최근에 정형외과적인 부분 말고 다른 쪽에 시술을 받아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요.“

1987년생인 오세근은 이제 팬들 앞에서 코트를 누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인의 의지나 기량 유지, 부상 상황에 따라 여건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은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현역 생활 막바지에 도달한 오세근의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젊은 시절부터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최대한 다치지 않고 더 오래 뛰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큰 수술을 받지 않아야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최대한 부상 없이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하다가 가고 싶어요.“

”우승 반지 5개가 목표라고 항상 말씀드렸는데 안양에서 5개를 다 가졌으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이적했기 때문에 이 팀 소속으로 있는 한 몇 개라기보다는 최대한 많이 끼고 싶어요. 2개가 됐든 3개가 됐든, 못 가질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봐요.“

”지난 12년 동안 안양에서 지내면서 많은 격려와 응원, 사랑을 아낌없이 주셔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팬분들께는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SK 선수로서 열심히 할 테니까 SK 팬분들도 많이 사랑해주시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Behind Story 
라이언킹을 뛰게 하는 원동력

어린 나이에 KBL 정상급 선수가 된 오세근은 지난 2015년 승무원 강민주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본인도 직장이 있음에도 농구 선수인 오세근을 배려해주는 아내, 맞벌이 부부를 뒷바라지해주시는 양가 부모님들, 그리고 자녀 3명은 오세근이 코트에서 계속 뛸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제가 운동하니까 와이프가 많이 힘들죠. 와이프도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아이들을 케어하고 하니까 저보다도 대단한 것 같고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쉴 때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와이프가 일을 나갈 때 어머니랑 장모님이 아이들을 봐주시는데 양가 부모님께도 항상 너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에요.“

”아이들이 ‘아빠 농구 좀 했네’, ‘아빠 농구 잘하는 선수였네’ 이런 식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제 큰아들이 농구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아빠 나보다 못하잖아’라는 식으로 농담도 하곤 해요.(웃음)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에요.“

오세근 Profile
출생 : 1987년 5월 20일
신장 : 200cm
학력 : 영화초-안남중-제물포고-중앙대
프로 입단 : 2011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소속 : 서울 SK 나이츠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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