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지난 16년 동안 자유투만 삥뜯어오신 자유투 획득의 달인, '만세' 제임스 하든 선생님 모셨습니다.

휴스턴 로케츠의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27, 196cm)의 자유투 획득 기술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제임스 하든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은 순간. 하든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팔을 끼고 슛 동작을 취해 심판의 휘슬을 얻어낸다 ⓒ Gettyimages/이매진스

 

★ 치트 혹은 치트키

하든은 아마도 전 세계 농구인을 통틀어 가장 자유투를 잘 얻어내는 선수일 것이다. 막강한 돌파와 슛, 화려한 볼 핸들링 등을 적절히 활용하며 상대로부터 반칙을 이끌어낸다.

뿐만 아니라 각종 기술(?)도 가지고 있다. 상대의 팔이 자신에게 접촉되는 순간을 노렸다가 잽싸게 팔을 들어올리며 슛 동작을 취한다. 어찌나 교묘한지 알고도 당하기 일쑤다.

그중 압권은 3점슛 라인 바깥에서의 반칙 유도다. 이는 대부분 동료의 스크린을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수비수가 스크린 사이로 팔을 뻗으면, 그 팔을 끼고 잽싸게 슛을 던진다.

신체 접촉이 있기 때문에 심판은 수비자의 슈팅 반칙을 선언할 수 밖에 없다. 수비수 입장에서는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하든은 유유히 자유투 3개를 던진다.

★ 흐름을 바꿔버린 하든의 꼼수

17일(한국시간) 열린 2017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 휴스턴은 오클라호마시티에 118-87 완승을 거뒀다. 3쿼터 초반까지는 박빙이었으나, 이후 흐름이 급격하게 로케츠 쪽으로 넘어가며 경기가 그대로 끝나버렸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하든의 교활한 자유투 획득 기술이었다. 3쿼터 초반, 썬더가 2점 차로 추격하자 하든은 곧바로 3점슛 반칙을 얻어내며 3점을 적립했다. 3쿼터 종료 3분 29초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든이 제레미 그랜트의 팔을 끼고 만세를 부르며 자유투 3구를 따냈고, 이를 모두 넣으며 13점 차로 달아났다.

하든은 이날 총 11개의 자유투를 얻었다. 그중 6개가 승부처였던 3쿼터에 나왔다. 모두 자유투 획득 꼼수 덕분이었다. 하든은 해당 자유투 6구를 전부 성공시켰다. 로케츠가 승기를 잡는 데 이 6개의 자유투가 큰 도움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최고의 슈터'로 추앙 받는 레지 밀러는 '자유투 획득 치트키(?)'의 원조격 선수이기도 했다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

 

★ 과거의 사례

잠시 과거의 사례를 보자. 1990년대 최고의 슈터로 맹위를 떨쳤던 레지 밀러. 그 역시 자유투 획득의 달인이었다. 밀러가 자주 쓰는 방법은 간단했다. 슈팅 페이크로 상대를 공중에 띄운 뒤, 자신의 몸을 일부러 수비수에게 부딪치며 슛을 던지는 것이었다.

밀러는 역사상 최고의 슈터로 손꼽힌다. 그에게 자유투를 주는 것은 곧 2점 헌납을 의미했다. 워낙 슈팅력이 뛰어나다 보니 그대로 바스켓카운트가 되는 경우도 잦았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밀러의 이 기술은, 곧 후배들에게 하나의 교본(?)이 됐다. 많은 후배들이 밀러의 자유투 획득 기술을 모방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중 폴 피어스는 거의 계승자(?)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 '치사하다', '경기 흐름이 끊긴다'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결국 리그 사무국은 해당 상황에서는 슈팅 반칙이 불리지 않도록 규정을 손봤다. 사실상 이 기술을 금지시킨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몇몇 슈터들은 점프슛을 던질 때 일부러 다리를 쭉 펴서 상대와 접촉하는 기술을 쓰기도 했다. 자유투 획득을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이 기술을 썼다가는 공격자 반칙이 선언된다.

★ 밀러는 안 되고, 하든은 되고?

하든의 3점슛 자유투 유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대놓고 팔을 끼고 돌리며 슈팅 반칙을 노리는 수준이다. 실제로 하든은 올 시즌 3점슛 반칙 유도 부문 1위에 올랐다. 특유의 기술 덕분이다.

이를 두고 '저런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금지시켜야 한다. 경기 흐름이 자꾸 끊겨 재미가 반감된다'는 의견과 '어디까지나 선수의 능력이다. 수싸움 중의 하나'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해외 포럼, 레딧,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세계의 팬들이 이러한 사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NBA 사무국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밀러와 하든의 자유투 획득 요령은, '기술'이라기보다는 규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편법'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야투 시도를 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공짜' 자유투만 노리려는 얄팍한 술수다. 그런데 밀러의 기술은 금지시키고, 하든의 기술은 용인한다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밀러의 경우가 그랬듯, 앞으로 하든의 기술 역시 점차 리그에 만연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이 기술을 흉내내는 선수(그의 친구이자 라이벌, 러셀 웨스트브룩)도 생겼다. 리그 사무국이 과연 언제까지 이를 묵인할 것인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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