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팬들은 김지완하면 가장 먼저 전자랜드를 떠올린다. 그래서 지난 2020년에 있었던 그의 FA 이적은 꽤나 신선한 일이었다. 그리고 3년. 이번엔 FA가 아닌 트레이드로 김지완이 둥지를 옮겼다. 프로 생활 후 첫 트레이드였던 만큼, 데뷔 11년 차인 그조차도 이번 이적은 꽤 낯설었다고 한다. 전자랜드, KCC를 거쳐 이제는 현대모비스의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된 김지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6월 23일, 김지완은 염재성과 1대1 트레이드되면서 현대모비스로 이적했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이적. 트레이드는 아예 처음이었다.

김지완의 이적은 현대모비스의 니즈(needs)가 철저히 반영된 무브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조동현 감독이 가드진 보강을 위해 김지완 영입을 원했고, 잘 합의가 되면서 트레이드를 진행하게 됐다”고 트레이드 당시 상황을 귀띔했다.

새 시즌 현대모비스는 서명진, 김태완, 김지완이 가드진을 이끌 전망. 서명진이 아시안게임 3대3 대표팀에 비시즌 중 차출될 예정이고, 김태완은 프로에서 1년만 보낸 어린 선수인 만큼 11년 차 베테랑 가드 김지완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난 7월 6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낯선 모습의 김지완을 만날 수 있었다. 데뷔 후 주황 유니폼, 푸른 유니폼만 입었던 그가 현대모비스의 붉은 훈련복을 입은 모습은 필자에겐 아직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날은 김지완이 재활을 마치고 현대모비스 팀 훈련에 합류한지 불과 4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지완은 “월요일부터 팀훈련에 합류했고 4일째다. 일단 환경이 바뀌다 보니 아직은 여기가 낯선 감은 있다. 그래도 감독님, 코치님이 다들 반갑게 맞아주셨다. 몰랐던 선수들도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말 걸어주고 그래서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다”며 웃어보였다.

3년 전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한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젊은 팀이다. ‘99즈’가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내부적으로 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모비스는 베테랑의 중요성을 잘 아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 5월 FA 시장에서 함지훈, 최진수에게 큰 돈을 안기면서 이들을 붙잡은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장재석이 남아 있고 김지완도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사단에 합류하게 됐다. 데뷔 9년 차를 맞이하는 이적싱 김준일 역시 이제는 노련한 베테랑이라고 볼 수 있다.

“(장)재석이, (김)준일이와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그 친구들이 여러 가지를 알려준 덕분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적이 결정되고 두 선수와 연락을 했었다. 준일이는 저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들어와 있었다. 재석이와는 항상 했던 얘기가 있었다. 프로에서 언젠가 같이 뛰고 싶다는 얘기였다. 우연히도 이번에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서로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김지완의 말이다.

데뷔 후 첫 트레이드. 김지완은 이번 현대모비스 이적이 자신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로에서 트레이드는 처음이었다. FA 때와는 달랐다. FA 때는 내가 원해서 내가 가고 싶은 팀을 갔는데, 트레이드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팀을 옮기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FA와는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동기부여도 되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됐다.”

“현대모비스라는 팀은 조직적이고 단단한 이미지가 있다. 선수들끼리는 훈련량이 많다는 얘기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제가 지난 시즌엔 부상이 많았는데 그게 몸 관리를 잘못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현대모비스에 와서 마음을 잘 잡고 훈련을 착실히 소화하면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지난 시즌 내내 김지완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김지완에게 지난 시즌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렇게 많이 아팠던 시즌은 농구 인생에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김지완은 “어렸을 때부터 농구하면서 그렇게 많이 다친 시즌은 처음이었다. 스스로도 많이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하는 생각이 컸다. 다치고 나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싶은데, 많이 운동을 하면 무리가 왔다. 다 저 스스로의 관리 문제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몸을 잘 만들어서 시즌을 착실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애 첫 트레이드 이후 미팅. 조동현 감독은 김지완에게 좋은 경쟁을 펼쳐주길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첫 미팅에서 감독님은 일단 팀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셨고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언급하셨다. 감독님이 우리 팀이 첫 번째로 중요하시하는 것은 속공이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유교하시는 수행하고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경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다. 비시즌 내내 선수들과 잘 경쟁하라고 하시더라. 제가 많이 뛸 수도, 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경쟁에서 이겨서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팀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한 부분이 있다. 불안감보다는 책임감이 크다. 책임감을 더 크게 갖고 훈련에 임할 생각이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제 마음가짐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변함 없는 마음으로 운동하고 싶다. 그게 우선이다.”

김지완은 현대모비스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일단 코트 안팎에서 베테랑으로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마침 현대모비스는 리빌딩 이래로 이 부분에 갈증을 느꼈던 팀이다.

김지완은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제가 중간 정도의 나이가 된다. 중간 다리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 앞선 포지션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동료 선수들에게 알려주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뷔 후 11년. 김지완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현대모비스에서 꿈꾸고 있다.

“일단 부상 없이 54경기를 모두 다 뛰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지난 시즌은 저 스스로에게 실망감이 큰 시즌이었다. 개인 기록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찍고 싶다. 제가 나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

 

BOX: 현대모비스 가드진, 불안요소 지울 수 있을까?

다음 시즌 현대모비스 가드진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팀을 떠나면서 새로운 아시아쿼터 선수 영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명진은 아시안게임 3대3 대표팀에 차출됐고, 장신 가드 이우석 역시 아시안게임 5대5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비시즌을 온전히 팀에서 보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김지완이 합류하면서 비시즌 팀 훈련에 남아 있는 선수는 김지완, 김태완 2명으로 늘어났다. 현대모비스가 다가오는 시즌 가드진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조동현 감독은 베테랑 김지완과 소포모어 가드 김태완에 대해 모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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