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밑이 약점인 휴스턴 로케츠는 오히려 인사이드를 압도하며 먼저 1승을 신고했다 ⓒ Gettyimages/이매진스

[루키] 이승기 기자 = 형편없는 1차전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7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휴스턴 로케츠에 87-118로 완패했다.

전반에는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후반 들어 공수 조직력이 급격히 무너지며 처참하게 패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제 막 적지에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희망도 있다. 이 팀에는 빌리 도너번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도너번 감독은 단기전 전략 수정에 대단히 능하다. 그의 능력은 2016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증명됐다.

그렇다면 도너번 감독은 2차전부터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까. 오클라호마시티를 위한 네 가지 제언을 준비했다.

제언 1. 골밑이 살아야 썬더가 산다

잠시 2016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복기해보자. 1차전 당시 썬더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92-124로 졌다. 너무도 압도적인 경기에 모두가 "시리즈는 끝났다"며 비관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단 한 명, 도너번 감독 빼고.

오클라호마시티는 첫 세 경기에서 1승 2패로 뒤졌다. 이후 도너번 감독은 시리즈 플랜을 대폭 수정한다. 에네스 칸터의 출장시간을 늘리며 인사이드 강화에 나선 것이다. 3차전까지 치르며 스퍼스의 골밑을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고 봤던 것.

결과는? 썬더의 3연승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4승 2패로 시리즈를 뒤집고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골밑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시리즈 3승 1패 리드를 잡기도 했다.

이번 휴스턴과의 시리즈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오클라호마시티가 휴스턴에 앞서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인사이드진이다. 골밑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시리즈 승리는 불가능하다.

1차전을 보자. 휴스턴은 공격 리바운드 14개 포함, 총 56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오클라호마시티(41개)를 압도했다. 페인트존 득점 또한 62-38로 로켓단의 완승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골밑을 장악한 뒤 빠르게 이어지는 트랜지션 게임으로 승부를 봐야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빅맨진의 출장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날 썬더의 빅맨진 스티븐 아담스(28분), 에네스 칸터(16분), 타지 깁슨(21분), 도만타스 사보니스(4분) 등은 별로 많이 뛰지 않았다.

 

타지 깁슨의 출장시간을 늘려야 한다. 그는 내외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수비력을 갖췄다 ⓒ NBA 미디어 센트럴

 

제언 2. 픽앤롤 수비, 깁슨에게 맡겨라

앞서 언급한 2016 플레이오프 2라운드 당시 도너번 감독은 아담스와 칸터가 함께 뛰는 시간을 늘리며 반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번 휴스턴과의 시리즈에서는 두 선수를 같이 뛰게 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빅맨진의 출장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은 아담스와 칸터를 함께 기용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의 출장시간을 늘리되, 각각 깁슨과 함께 뛰는 시간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1차전에서 칸터와 아담스는 형편없는 픽앤롤 수비력을 보이며 상대의 집중공격 대상이 됐다. 아담스는 페인트존 바깥으로 끌려나가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고, 칸터는 수비에 영 재능이 없다. 이 때문에 두 선수는 로케츠의 픽앤롤에 번번이 당하며 상대에게 골밑 오픈 찬스를 수없이 제공했다.

하지만 깁슨이라면 어떨까. 깁슨은 모든 종류의 수비에 능통한 선수다. 픽앤롤 수비도 잘한다. 아담스 혹은 칸터를 골밑에 세워두고, 깁슨이 앞선을 잘 견제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도너번 감독은 이날 깁슨을 21분밖에 기용하지 않았다. 깁슨은 그중 전반전에만 15분을 소화했는데, 이때 썬더가 로케츠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후반 들어 제레미 그랜트를 파워포워드로 기용하는 스몰볼을 펼쳤다가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는 도너번 감독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제언 3. 스위치 디펜스를 활용하라

많은 감독들은 스위치 디펜스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미스매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처럼 여러 포지션을 막을 수 있는 수비수가 많은 팀만 스위치를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휴스턴과 같은 팀을 막을 때는 스위치 디펜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팀은 '골밑슛 혹은 3점슛'이라는 단순하지만 굉장히 강력한 전략으로 똘똘 뭉친 팀이다. 이들에게 오픈 기회를 내줬다가는 덩크 혹은 3점슛을 얻어맞게 된다는 소리다.

이날 픽앤롤 수비 상황을 떠올려보자. 아담스나 칸터 등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들은 휴스턴의 볼 핸들러와 스크리너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수차례나 골밑을 비워주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아예 확실하게 스위치를 해서, 볼 핸들러와 스크리너의 동선을 모두 체크해야 한다.

스위치 디펜스를 했다가 내외곽 모두 미스매치가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100% 확률로 덩크를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어차피 휴스턴 빅맨들은 포스트업 능력이 떨어진다. 깁슨이나 안드레 로벌슨, 빅터 올라디포, 러셀 웨스트브룩 모두 페이스업 수비에 능한 선수들이다. 이들이 시간만 좀 벌어줘도 성공이다.

 

원활한 스페이싱을 위해서는 뛰어난 3점슛 능력을 갖춘 덕 맥더밋의 활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무릎 상태가 영 좋지 않다 ⓒ NBA 미디어 센트럴

 

제언 4. 코트 위 공간을 확보하라

휴스턴과 오클라호마시티가 공격을 전개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스페이싱'이다. 휴스턴 선수들은 대단히 넓게 퍼져있지만, 썬더 선수들은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냥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 리그패스 화면을 캡처해서 첨부하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로 인해 불가능한 점 양해 바랍니다.)

이러한 기본 포메이션 차이는 공격 효율의 차이를 가져온다. '리그 최고의 3점슛 군단' 휴스턴은 슈터들을 적극 활용, 코트를 최대한 넓게 사용한다. 당연히 돌파 공간도 쉽게 발생한다. 하지만 '리그 3점슛 성공률 꼴찌' 오클라호마시티는 그게 불가능하다. 슈터가 부족해 항상 코트를 좁게 쓰다 보니, 공격이 안 풀리는 날에는 실책을 남발하다 자멸하게 되는 것이다.

스페이싱 확보를 위해서는 역시 슈터들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팀 내 최고의 슈터인 덕 맥더밋은 현재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고작 3분 출전에 그쳤다. 게다가 다른 슈터들은 기복이 심해 미덥지 못하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공격 시 선수들의 위치만 잘 잡아줘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스트롱사이드(코트를 반으로 나눴을 때 공이 있는 쪽)에 세 명씩 배치할 필요가 없다. 스트롱사이드에는 한두 명이면 충분하다. 또, 휴스턴처럼 아예 양쪽 코너에 각각 한 명씩 고정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1라운드 최고의 빅매치?

1차전이 시작 되기 전, ESPN의 통계 분석 프로그램은 이 시리즈의 최종 승자를 휴스턴으로 예측했다. 양 팀의 전력 분석을 토대로 한 시리즈 승자 예측 프로그램에서 휴스턴이 70%, 오클라호마시티가 30%를 획득했다.

실제로 1차전 결과는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휴스턴이 무려 31점 차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NBA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리그다. 플레이오프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양 팀의 2차전은 20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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